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2013년 7월호에 <스마트한 여행의 조건>을 주제로 컬럼을 기고했습니다.:)
바야흐로 여름 바캉스 시즌이다보니 새로운 테마 자유여행의 방법에 대해 미디어에서도 관심이 많은 듯 합니다.
지면에 비해 다소 긴 원고를 보냈었는데, 그래도 많은 편집 없이 거의 그대로 실려서 다행이네요.
책에는 소개되지 않은 최근 방콕여행의 에피소드도 첨가해서 좀더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한 내용이니,
서점이나 미용실 등에서 코스모폴리탄 7월호를 만나신다면, 반갑게 읽어주세요!^^
노컷 버전의 원문을 읽고 싶으시다면, 아래를 클릭해 주세요.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업그레이드하는 테마 여행법,
‘스마트한 여행의 조건’ by 김다영
뜨거운 햇살 아래서 두 다리 쭉 뻗고 쉬는 남국 휴양지에서의 5일을 위해, 우리는 건조한 종잇장 같은 360일을 꾹꾹 참고 버틴다. 여행사 사이트의 깜박이는 ‘마감 임박’ 로고와 화려한 블로그 리뷰에 낚여 서둘러 패키지 여행 상품을 결제한다. 매년 반복되는 우리의 여름 휴가, 더 나아가 해외여행 패턴은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평범한 직장인이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기회는 1년에 많아야 2~3번이다. 하지만 그 한정된 시간을 설계할 때는 너무나도 쉽게 다른 사람의 손(여행사, 혹은 동반자)에게 맡겨 버린다. 내 돈을 쓰면서 '취향'도 대신 만들어 달라고 하는 셈이다. 이에 대한 결과는 한국인들이 바글바글한 쇼핑몰 어딘가, 혹은 전 세계에 수백 개 체인이 있는 표준화된 호텔 객실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패키지나 자유여행의 탈을 쓴 여행상품을 '구매'하는 순간, 당신의 여행은 도시와 상관없이 비슷해진다. 만약 이런 여행에 만족한다면, 그것은 취향의 문제다. 만약, 여행과 일상을 따로 분리하지 않고 여행으로 일상까지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지금부터 계획할 우리의 여행에 좀더 섬세한 관심과 준비를 기울이는 것만으로, 라이프스타일까지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이런 여행을 좀더 똑똑한 여행, ‘스마트 트래블’이라고 이름 붙여보면 어떨까.
‘스마트 트래블’이 제시하는 해결책은 선택과 집중, 즉 여행의 ‘테마’를 잡는 것에서 출발한다. 실제로 대형 여행사에서도 점차 유명 관광지만 점 찍는 천편일률적인 일정보다는 뚜렷한 테마를 중심으로 여행을 '디자인'한 상품이 슬슬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예술, 건축, 맛집, 호텔 등 특별히 관심 있는 주제가 있다면, 여행사 상품에 의존하기 보다는 나만의 테마여행을 만들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대부분의 여행지가 처음 방문하는 곳일 확률이 높은데, 주요 관광지를 모두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도 버리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저런 관광지를 애써 끼워 넣을수록 여행이 '관광'으로 한 순간에 전락하는 건 한 순간이다. 특정 테마를 중심으로 전체 일정의 큰 뼈대를 세우고, 구글맵과 가이드북 지도를 참고해 동선에서 가까운 관광지를 선별해 일정을 짜면 다니기도 좋고 볼거리도 풍성해진다.
그렇다면 어떤 여행 테마를 정해야 나만의 창조적인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은 '여행을 다녀온 후의 일상과 아이디어를 풍요롭게 만들어 줄 볼거리'를 고민하는 것이다. 많은 여행과 출장 경험을 거쳐 정리된 나만의 방식이 있다면,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최신 아트 스팟을 최대한 경험하는 것이다. 물론 이 테마는 자신이 하는 일과 좋아하는 취미, 개인적 취향에 따라 얼마든지 다를 수 있겠다. 하지만 나와 같은 대부분의 지식노동자가 목말라 하는 내공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의력'임을 전제로 할 때, 가장 자극이 크고 창조적인 볼거리를 중심에 놓으면 실패가 적다. 여행과 일상이 분리되지 않고 여행에서 얻은 많은 에너지를 자신의 삶에 적용시키고 싶은, 생산적인 여행을 원하는 이에게 적극 권하고 싶은 방법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그 도시의 현지인이 즐기는 최신 문화 정보를 되도록 많이 알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공간적 체험과 창의적인 디자인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디자인 호텔'에서의 하룻밤은 반드시 여행 일정에 넣어야 하는 필수 항목이다. 호텔은 전체 여행 체류시간의 절반 이상을 보내야 하는 중요한 공간이지만, 일반 여행자의 마인드로는 간과하기 가장 쉬운 옵션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디자인으로 꾸며진 부티크 호텔 순례기를 통해 때로는 호텔이 여행의 전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지난 5월에 4박 5일로 다녀온 나의 방콕 여행 테마는 ‘방콕 호텔놀이’였다. 세 곳의 부티크 호텔이 선사하는 통통 튀는 개성과 숨겨진 매력을 발견하는 여행으로 계획했다. 비행 시간 때문에 새벽 4시 체크아웃을 해야 하는 나를 위해 브렉퍼스트 박스를 챙겨두고 기다리는 호텔 뮤즈(Hotel Muse), 조식 뷔페에서 자리를 뜬 사이 커피가 가득 담긴 프렌치 프레스와 신선한 버터를 테이블에 조용히 놓아두는 소피텔 소(Sofitel So)의 섬세한 서비스 덕분에, 방콕에서의 여행은 아침에 눈을 떠서 잠드는 시간까지 1분 1초도 버릴 것이 없는 여행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테마를 잡을 때 해당 도시의 숨겨진 볼거리를 찾아내어 매치하면 더욱 이상적이다. 예를 들면 시애틀은 스타벅스의 본고장으로 워낙 유명하지만 샌프란시스코가 커피로 유명하다는 사실은 그리 알려져 있지 않다. 만약 자신이 커피 마니아이고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할 기회가 있다면 '맛있는 커피와 함께 하는 샌프란시스코 테마 여행' 일정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볼 수 있다. 블루 바틀(Blue Bottle) 커피 본점, 스타벅스의 원형인 피츠(Peets) 커피, 포 배럴스(Four Barrels) 같은 로컬 카페 순례 등을 중심으로 근교 관광지를 함께 돌아보는 나만의 일정, 어느 여행사에서 대신 만들어줄 수 있을까? 테마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남들이 다 가는 곳, 왠지 빼먹으면 나만 손해 아닐까?"라는 본전 생각이 살짝 들겠지만, 막상 다녀와서 돌아보면 나만의 아지트를 풍성하게 개척했다는 뿌듯함이 배로 느껴질 것이다.
스마트 트래블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면, 나만의 여행 테마를 먼저 정하는 것부터 출발하자. 그러려면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하니, 어쩌면 스마트한 여행이란 나를 좀더 알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이를 꼼꼼히 모아서 나만의 여행을 디자인하기는 쉽지 않다. 이는 다시 말하지만 취향의 문제다. 결국 여행은 삶에 대한 자세를 그대로 반영한다. 여행도 분명 삶의 일부이며, 동시에 매우 한정된 자원이기 때문에 가장 섬세한 플랜이 필요한 순간인 것이다. 어떤 레스토랑과 카페와 호텔을 선택하느냐 하는 사소한 일상의 순간이 모여 결국 그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을 완성하는 것처럼, 여행지를 즐기는 방식을 자신의 욕구에 최적화시켜 움직이는 '스타일' 자체가 강력한 컨텐츠가 되는 시대다. 당신은 어떤 스타일을 지닌 여행자이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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