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에서 맞은 토요일, 처음으로 버스를 타고 시내를 벗어나 북쪽으로 달려본다. 시카고 북쪽의 거대한 녹지 공원, 링컨 파크 깊숙히 자리잡은 한 박물관 앞에는 주말마다 시카고 로컬이 모여든다. 사계절 쉬지 않고 실내와 실외에서 주말마다 열리는 그린시티 마켓에 장을 보기 위해서다. 비록 식재료를 구입하진 못하지만, 그들의 틈바구니에 끼어서 타코도 사먹고 커피도 마시며 늦가을의 정취를 한껏 느껴본다.
주말마다 열리는 농산물 시장, 그린시티 마켓
그린시티 마켓을 알게 된 건 일본에서 출간된 시카고 가이드북 덕분이다. 시카고 도심은 워낙 좁고 볼거리가 한정적이어서 행사나 이벤트, 공연과 마켓 중심으로 특별한 뭔가를 계속 찾아다닐 수 밖에 없다. 11월이라 야외형 시장은 문을 닫을 줄 알았는데, 그린시티 마켓은 춥거나 비가 와도 실내에서 장이 열린다고 해서 큰맘 먹고 찾아가기로 했다. 도심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는 시내버스 노선을 찾아 타고 약 30분 정도 달리니 어느덧 인적이 뜸해지고 사방천지가 다 공원 뿐이다.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끝없이 녹지가 펼쳐지는 풍경은, 흡사 멜버른의 알버트 파크를 떠올리게 한다.
시카고 북부의 링컨 파크에는 자연사 박물관이 있는데, 이곳은 주말에도 문을 열긴 하지만 박물관 일부 공간과 뒷뜰의 야외 공간을 활용해 작은 파머스 마켓도 연다. 박물관 관람이 아닌 시장만 본다고 해야 티켓값을 내지 않고 입장할 수 있다. 11월~4월까지는 이곳에서 열리고, 여름과 가을 등 성수기에는 다른 곳에서 야외 장이 열린다고 한다.
오전 10시 반 정도에 도착했는데, 벌써 장은 활짝 열렸고 손님도 꽤나 많다! 버스에서 막 내렸을 땐 박물관 주변에 사람이 너무 없어 당황스러웠는데, 역시 파머스 마켓의 위력이란. 마켓 주변엔 속속 로컬들이 장볼 준비에 한창이다.
한 눈에 보기에도 신선하고 질 좋은 과일과 채소들. 삶의 활력을 얻어갈 수 있는 가장 멋진 곳, 시장이다. 그저 보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사실 호텔 투어만 아니었어도 아파트 렌트를 해서 이곳에서 산 식재료로 요리를 해먹어봐도 좋았을텐데, 살짝 아쉽긴 하다. 근데 이 와중에 풍겨나오는 진한 음식 냄새와 지글지글한 소리는...!
훈남 오빠들이 열심히 지지고 볶는 것의 정체는 내가 사랑하는 타코! 초리조와 에그를 넣은 타코로 주문을 넣었더니 즉석에서 바로 철판에 고기와 계란을 얹어 조리해낸다. 그 와중에 쉴새없이 따발총 영어로 내게 말을 건넸는데, 그 중에 제일 당황스러웠던 순간은 'Mouthwatering?' 이라는 말을 알아듣지 못한 것이었다. 배고프냐, 음식 기다려지냐고 묻는 일상적 질문이었는데, 내가 너무 음식만 쳐다보고 있었던 건가 싶어 순간 민망함의 실소만이 나올 뿐....
하지만 타코는 정말 맛있었다. 멕시칸이나 중남부 요리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시카고여서 그런지, 본토 느낌 물씬 나는 맛이어서 야외 돌계단 아무데나 걸터앉아 하나를 뚝딱 끝냈다.
박물관 입구와 뒷뜰에는 야외 시장이 있고, 실내에도 다양한 농산물과 조리식품 코너가 있어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실내 한 켠에는 커피 도네이션이 있는데, 인텔리젠시아의 드립 커피를 1불에 마실 수 있다. 물론 미리 내려놓은 커피이니 맛은 기대 안하는 게 좋지만.ㅋ 타코 먹고 한 잔 마셔주기엔 딱 좋았다. 돈통에 1불 넣고 알아서 따라 마시면 되는 셀프 시스템.
사실 이 날은 영상만 촬영하느라 카메라로 사진을 단 한 장도 찍지 못했다. 그래서 위에 올린 모든 사진은 동영상에서 캡쳐한 것이다. 최종 편집된 그린시티 마켓 소개 영상은 아래 유튜브 영상을 클릭하시길.;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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