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봐도 옆으로 봐도 끝이 잘 보이지 않는, 타워 3채가 독특하게 이어진 초특급 리조트 마리나베이샌즈. 2010년 여름 그랜드 오픈을 한 이후로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이곳의 화려한 컨벤션센터에서 Men's Fashion Week 2011이 열렸다. 덕분에 2박 3일간 이곳을 샅샅히 탐험할 기회를 얻었으니, 패션쇼 이외의 시간조차 잠시도 쉴 틈이 없는 건 당연했다. 싱가포르 최고의 핫 플레이스에서 보고 느낀, 흥미진진한 관찰 기록.
객실 내부는 밝은 편. 침대는 지나치게 푹신해서 허리가 아플 정도.
싱가포르 최고의 티 브랜드 TWG의 차가 준비되어 있다. 쇼핑센터에 매장과 티룸도 있다.
화장실 및 욕실은 타 호텔에 비해 넓고 고급스러운 편. 욕조가 없어 매우 아쉬웠다.
명성에 비해 세심함은 부족했던 객실 서비스
우선 서운한 소리부터 시작해야 할 듯 하다. 사실 마리나베이샌즈의 화려한 외관이 국내에 먼저 알려지고, 또 한국 기업인 쌍용건설이 만들었다고 해서 더욱 이슈가 된 점도 없지 않다. 하지만 기존에 동남아시아 리조트나 5성급 호텔을 많이 다녀보았다면 아직은 마리나베이샌즈의 서비스에 온전히 만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최근 이곳을 다녀간 한국인들의 몇 안되는 블로그 후기를 봐도 "돈값은 못한다"는 평이 많다. 이유는 한국인 특유의 "세심하게 대접받고 싶어하는" 형식적 서비스를 받쳐주기엔 뭔가 2% 부족한 탓이다.
내가 묵었던 트윈룸이 아마 여기서 가장 작은 객실이겠지만, 이마저도 1박에 380 S$ 정도 하니 한화로 33만원은 넘는 가격이다. 게다가 아침식사 패키지는 또 별도로 사야 한다. 그래서 난 아침식사 신청을 하지 않고 슈퍼에서 대충 사다 때웠다. 아마 이런 경험도 호텔의 전체적인 평가에는 마이너스 요소가 되었을 것이다. 또한 객실 자체의 인테리어나 어메니티도 5성급에는 못미치는 평범하고 단조로운 것들로 채워져 있었다. 욕실 사이즈가 꽤나 큰 편인데도 욕조 대신 레인샤워만 설치되어 있고, 흔한 웰컴 메세지 하나 없이 달랑 생수 두 병이 서비스의 전부였다. 객실 밖으로 보이는 전망은 온통 공사장 뿐인 삭막한 풍경이었다. TWG의 티백이 다양하게 갖춰져 있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추가. 객실에선 Wi-fi 안된다. 유료이고 비싸다. 허접한 게스트하우스에서도 기본 제공 사항이 무선 인터넷인데....;;;
로비는 자연광이 그대로 들어오는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 입구부터 호텔있는 타워 3까지 엄청 멀다.
카지노에는 외국인보다 현지인이 더 많아 보였다. 한국인 여행자들도 엄청 좋아한다고 함.
쇼핑 아케이드 내부. 지도를 보고 찾아다니지 않으면 바로 해맬 정도로 넓고 복잡하다.
카지노와 컨벤션센터, 복합 쇼핑몰을 모두 한 건물에서 경험한다
이런 객실 서비스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마리나베이샌즈를 찾는 이유는 이곳의 복합 상업지구가 너무나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찌는 듯한 싱가포르의 더위를 이곳에서는 느낄 새가 없다. 일부러가 아니면 바깥으로 나가지 않고도 안에서 모든 걸 경험하고 즐길 수 있다. 그래서 도심형 리조트라고 제목을 뽑기도 했다.
호텔이 있는 타워 1~3의 로비도 무척 웅장하고 멋지지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본격적인 인공 세계가 펼쳐진다. 전 세계 럭셔리 브랜드의 단독 매장이 집결해 있으며 로컬 브랜드도 매우 풍부하게 만나볼 수 있다. 상점과 레스토랑 뿐 아니라 현지인도 즐겨 찾는 카지노, MFW가 열렸던 컨벤션 센터, 현재 '라이온킹'이 열리고 있는 뮤지컬 극장까지 없는게 없다. 가족 단위의 관광객이 이곳을 선호하는 이유가 이처럼 모든 연령대의 니즈를 고루 만족시킬 수 있어서다. 이곳이 익숙해 질 때까지는 지도가 그려진 카달로그를 소지하고 다니는 게 좋다. 안 그러면 길을 잃기 십상이다.
로컬 음식을 깔끔하게 맛볼 수 있는 푸드코트. 여러 튀김 중에 선택하면 면 요리에 넣어준다.
유명한 로컬푸드인 '락사'. 코코넛밀크가 든 국물맛이 매우 특이하다.
역시 싱가포르의 대표 음식 '치킨라이스'. 양이 너무 적어서 아쉬웠다.
비싸고 양은 적지만 아시아의 모든 음식을 맛볼 수 있는 푸드코트
마리나베이샌즈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호텔 로비의 다양한 레스토랑에서 럭셔리하게 식사 즐기기, 두번째는 거대한 푸드코트에서 취향대로 음식을 골라 편하게 먹기, 세번째는 딱 한 곳뿐인 편의점 겸 슈퍼마켓에서 사다 때우기;;;..등이다. 난 주로 두번째 방법을 이용하고, 아침 식사는 세번째 방법으로 해결했다.
이곳 푸드코트의 특징은 싱가포르의 다채로운 음식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되도록이면 서양식보다는 아시아 각국의 유명한 요리를 맛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아시아 요리가 많아서 고르는 즐거움이 있다. 단, 리조트라는 특성상 음식값은 비싼 편이고, 양은 적다. 양이 많은 요리를 먹고 싶다면 당연한 소리지만 돈을 더 내면 된다. 한화 1만원 정도면 푸짐한 1인분을 먹을 수 있다.
57층에서 수영해봤니? 마리나베이샌즈의 하이라이트, 스카이파크
여기서 가장 만족스러운 시설을 꼽자면 역시 스카이파크를 빼놓을 수 없다. 마리나베이샌즈를 다녀온 한국인들이 가장 베스트로 꼽는 이유를 직접 방문해보니 알 수 있었다. 오전 10시, 아침식사를 마치고 전날의 피로를 풀기 위해 수영복을 걸치고 57층으로 올라가 보니 벌써 많은 이들이 선베드 위에서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스카이파크는 호텔 투숙객에 한해 입장과 이용이 가능하고, 싱가포르의 스카이라인이 내려다보이는 특별한 수영장과 인공 비치가 마련되어 있다.
오전에는 선베드에 여유가 있지만 늦게 가면 자리가 없을 정도라고 하니, 이곳에서의 휴식을 여유롭게 즐기고 싶다면 조금 서두르는게 좋다. 반드시 수영복을 착용해야 하지만, 역시 아시아인들은 티셔츠 입고 물속에 들어가는 등 수영복이 어색한 분위기. 덩달아 뻘쭘해진 서양인들까지 파자마 힘껏 두르고 있는 웃지 못할 풍경도 간간히 보인다.
나는 수영장 보다는 야외 자쿠지가 훨씬 좋았다. 자쿠지의 물 마사지로 전날 패션쇼에서 쌓인 피로를 다 털어내고 나니한결 가뿐해진 기분이다. 선베드도 편하고, 타올 나눠주는 부스에 가면 라임과 레몬이 든 얼음물을 준다.
리조트 밖으로 나와서 찍어본 외경 사진. 하늘이 그대로 비쳐 더욱 멋지다.
세 개의 타워가 비스듬히 이어져 있는 마리나베이샌즈의 상징적인 외관.
nonie in the singapore~:)
마리나베이샌즈 내부가 얼마나 시원한지는, 밖에 나와보면 금방 알게 된다. 사진 찍으려고 잠깐 나와있는 동안에도 얼마나 덥던지, 싱가포르만의 습기 가득한 더위를 몸소 체감할 수 있다. 이 특별한 리조트를 2박 3일간 경험한 것도 물론 값진 시간이었지만, 일반 여행자와 달리 컨벤션센터에서 국제적인 행사에도 참여하는 등 좀더 남다른 추억을 만들어서 더욱 잊지 못할 것 같다. 이제 다시 패션쇼 장으로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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