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하나에 메뉴도 한가지인 소박한 카페, 팜테이블의 아침식사

시청 결혼식 보려고 아침도 거르고 서둘러 나왔더니 어김없이 배가 고프다. 하지만 아무데서나 아침을 때울 순 없고, 어젯밤 조사한 로컬 카페 중 접근성이 그나마 괜찮은 곳이 팜테이블(Farm:Table). 체인점이 아닌 독립 카페 중에서도 규모는 작지만 맛있는 커피로 유명한 집이다. 매일매일 바뀌는 간단한 식사 메뉴도 이 집만의 자랑거리. 오늘의 아침 식사는 여기서 해결하기로 한다.

팜테이블은 시빅센터에서 뮤니 47,49번을 타고 Post st.에 내려 세 블록 정도를 길따라 걸어가면 Leavenworth와 Jones st. 사이에 있다. 찾기는 어렵지 않았지만, 들어가기는 선뜻 망설여진다. 자리가 부족해 바깥 테이블까지 선점한 사람들은 맨날맨날 여기 오는 현지인 냄새를 팍팍 풍기며 낯선 나를 쳐다보고, 게다가 테이블은 달랑 하나? 그래도 이곳 커피 맛을 놓칠 수는 없지. 뻘쭘함을 무릅쓰고 빨간 문을 스윽 열어본다. 몇 가지의 커피 메뉴는 위에 써있고, 매일 바뀌는 브런치 메뉴는 왼쪽 칠판에 분필로 예쁘게 씌여있다. 드립 커피 한잔, 그리고 오늘의 메뉴를 주문했다. 

오늘의 메뉴는 마스카포네 치즈와 무화과, 배를 얹은 통곡물빵. 아..정말 맘에 드는 심플한 맛.

샌프란시스코의 카페와 샌드위치 메뉴를 두루두루 맛보면서, 심플한 맛을 내기가 얼마나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것인지 새삼 깨닫는다. 잘 어울리는 몇 가지 신선한 재료를 좋은 빵에 얹어내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을 단골로 만들 수 있는데, 막상 카페를 운영할 때는 그리 녹녹치 않은 문제일 게다. 어쨌든 팜테이블의 데일리 메뉴 정책은 참 똑똑하다. 제철의 채소와 과일을 그때그때 맞추어 활용할 수 있고, 한 가지 메뉴만 만드니 더 집중할 수 있고.  

사진으로 보면 별것 아니다 싶겠지만, 팜테이블의 아침식사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사실 처음에는 도저히 안에서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아서 포장 주문을 했더니 하얀 스티로폼 용기에 담아줬다. 그런데 커다란 탁자 주위로 뺑 둘러앉은 단골 손님들은 서로를 의식하지 않고도 따뜻하고 여유로운 식사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밖에서 기다리던 엄마를 불러 자리에 앉아 천천히 음미하면서 식사를 즐겼다. 커피는 블루바틀보다 훨씬 진하고 강한 맛이었다. 원두 오일이 표면에 떠 있는 걸 보니 융드립이나 프렌치 프레스로 커피를 내린 것 같다. 어쨌든 블루바틀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커피 컵에는 빨간 스탬프로 이름이 찍혀 있는게 빈티지스럽다.

옆에 앉은 손님들에게 실례가 될까봐 좁은 카페의 내부는 자세히 찍지 않았다. 하지만 테이블 위의 풍경 만으로도 그때의 소박한 느낌이 전해져 오는 것만 같아 다시 가고 싶다. 팜테이블은 홈페이지와 트위터를 통해 미리 "오늘의 메뉴"를 공지한다. 단골들은 이거 보고 내일 먹으러 가야지~하는 계획을 세울 수 있을 듯. 아, 부럽다.ㅡ.ㅡ

http://www.farmtablesf.com

nonie의 첫번째 책 <스마트한 여행의 조건> 2013년 3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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