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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두기
두어달 전 새로운 시작을 하면서 다짐했던 것이 하나 있다. 일과 나를 확실히 구분하자. 즉 나를 지키고 아끼자는 것이었다. 열정이 지나치면 독이 될 수 있음을, 일상까지 파괴할 수 있음을 경험했기에 같은 실수 두번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참 사람이라는게, 타고난 성격을 무시할 수가 없다. 가만히 있으면 되는데도, 이제 나에겐 아무런 힘이 없는데도, 자꾸 나를 깊이 이입하고 마치 '내 일'처럼 머리 아파한다. 아마도 인정받고 싶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때문이겠지. 하지만 명심하고 또 명심할 것은, 지금의 내 일은 그저 '일'일 뿐이다. 주어진 일에만 충실하면 된다. 어짜피 인정받기 어려운 위치에 있음을 빨리 인식하고 말과 행동을 자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언젠가 온전히 나를 위한 일을 할 위치가 되는 그날까지는, 거리를 두는 수 밖에 없다. 수동적으로 살자는 게 아니라, 칼은 내면에서 혼자 갈고 준비하면 되는 것이다.
트위터?
미투나 트위터 같은 한줄블로그가 큰 인기를 끌고, 나 역시도 새로운 네트워크가 생기면서 블로그보다 미투를 먼저 들여다보게 되었다. 과거에는 생각할 수도 없었던 일이었다. 올라데이 처음 런칭시킬 즈음 플톡과 미투를 보면서 저런 서비스가 과연 생존이나 할 수 있을까 의심했던 나였다. 그런데 이제는 짧은 한줄이 한국의 블로그 서비스 업체를 위협할 만큼 강력한 대체재로 성장하고 있다. 보완재가 될 줄 알았는데, 현재 진행 상황은 조금 다른 방향인 듯 하다. 근데 얼마전에 열혈 트위터 유저인 업계 사람이 내게 한 말로 좀 기가 막혔더랬다. 오랜만에 연락을 했더니 다짜고짜 한다는 말이 "어디서 죽어있다가 이제서야 나타난거야?". 물론 악의없는 안부 인사겠지만, 트위터를 하지 않았다고 마치 잠적한 사람 취급하는 건 좀 아니다. 난 멀쩡히 활발하게 잘 살고 있었는데, 마치 트위터 유저의 세계가 전부인 듯한 뉘앙스가 느껴져서 괴리감이 팍 들었다. 트위터도 또 하나의 "그들만의 리그"일 뿐인데. 이제 막 몇천명의 네트워크를 가진 얼리어답터의 무리일 뿐인데, 그 세계를 마치 세상의 중심인 듯 취급하는 말을 듣자니 좀 어이가 없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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