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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Korea

꽃을 품은 영암무화과 여행 (1) 남도의 가을을 만나다

by nonie 2009.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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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전남 영암에 다녀왔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내게 땅끝이나 다름없는 그곳은 벌초 인파와 맞물려 더욱 멀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바쁜 도시의 속도를 잠시 내려놓자, 나는 어느덧 그곳에 가 있었다. 오랜 이동의 피곤함은 순식간에 잊을 수 있었다. 맨 처음 받은 선물은 영암의 깨끗한 공기와 푸르른 바람, 그리고 빌딩숲에서는 아직 발견하지 못한, '가을'이었다. 고즈넉하고 느릿한 가을, 나는 그런 가을을 그동안 몇 번이나 만나보았던가. 영암이 아니면 느낄 수 없었을, 한국의 가을 풍경을 몇 장 담아왔다.








먼저 영암의 대표적인 사찰인 도갑사로 향한다.
그곳에는 미처 기대하지 않았던 수많은 '색'이 담겨져 있었다.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대도 하나도 건질 수 없었던, 오랜 세월의 내공이 담긴 화려한 양식과 날렵한 선의 끝. 자꾸만 고개를 치켜들게 된다.  










도갑사는 왠지 모르게 전체적으로 따뜻한 느낌을 준다. 규모도 웅장하고 화려한 모양새를 하고 있는데도, 자세히 살펴보면 사람의 흔적이 곳곳에 스며 있어 푸근한 인간미가 느껴진달까. 빈 의자에서, 쌓여진 돌과 기왓장에서 발견한 사람의 손, 사람의 빈자리.








왕인박사 유적지는 한눈에도 많은 공을 들인 것이 느껴진다. 매해 수많은 일본인이 참배를 위해 찾는다고 하니, 오히려 한국인인 내가 왕인박사의 업적을 잘 몰랐던 게 부끄럽게 생각될 정도다. 유적지 중심의 아름다운 연못에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가 아찔하게 아름답다.







유적지 내에는 나무 하나하나에 시 구절이 걸려져 있었다. 왠지 로맨틱해 보인다. 천천히 읽으면서 가는 재미가 있다.






마시면 아들 낳는다는 성천. 한 모금 마시긴 했지만 처녀인 내게는 별 소용 없을 듯. ㅠ.ㅠ






구림 마을에는 아직도 정갈한 한옥 몇 채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옥 민박도 할 수 있다고 하니 나중에 개별적으로 여행을 온다면 꼭 다시 들르고 싶은 곳이다. 마을 곳곳에 숨겨진 흙 빛깔, 나무 빛깔이 참 좋았다.




나즈막한 구림 마을의 담벼락을 돌아 나오는 길. 나의 걸음걸이는 어느덧 느릿해졌고, 하늘은 어느새 붉게 물들고 있다. 오랜만에 카메라를 잡은 내 손과 머리가 행복함을 느낀다. 낙엽 밟는 소리, 발끝에 걸리는 동백나무 열매...





좋은 분들, 맛있는 음식, 멋진 풍경과 함께 했던 영암에서의 시간들. 이제 무화과 농장 얘기로 이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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