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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전 여행 웹 2.0 서비스를 쭉 조사한 적이 있었다. 최근 무수히 생겨난 사이트들은 대부분 비주얼한 UI와 화려한 매쉬업을 자랑했지만 정작 진득하게 쓰고 싶은 서비스가 없었다. 오히려 어설픈 SNS 기능만 난무하고 컨텐츠가 없다 보니 실제로 여행 전에 유용하게 쓸 만한 건더기가 없었다. 그 와중에 유난히 눈에 띄었던 신규 서비스가 있다. 구글 출신의 CTO, 그리고 게이머를 위한 SNS Xfire의 CEO 출신 창업자가 합심하여 만든 여행 서비스 Ruba다. Ruba는 무리한 SNS를 설정하지도 않고, 유저에게 컨텐츠를 업로드하라고 무리하게 강요하지도 않는다. 이미 많은 컨텐츠가 유용한 "주제" 별로 뭉쳐 있어, 사용자는 개인 페이지에 클릭 한 번으로 여행 정보들을 주워담을 수 있다. 한마디로 Ruba는 상세한 태그와 주제 별로 많은 여행 정보가 모여 있는 여행 플래닝 사이트다.
Ruba의 여행 컨텐츠는 태그(단어)가 아닌 주제(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면 메인 페이지에 있는 "여행 리스트" 중에서 하나를 클릭해 보면 위와 같은 화면이 뜬다. "아일랜드에 여행가서 먹어야 하는 6가지 음식" 을 클릭한 화면이다. 각각의 리스트 항목은 Add to my trip 버튼을 통해 개인 페이지에 담아둘 수 있다. 또 우측 상단에 Embed 혹은 Link 코드가 제공되므로 해당 리스트를 자신의 블로그에 가져다 붙일 수도 있다. 아래는 위 리스트를 Embed한 것이다.
여행 리스트를 embed한 모습. 블로그에 좋은 여행 컨텐츠 링크로 활용할 수 있다.
Ruba는 크게 자신이 여행 리스트를 작성하는 Make a List, 그리고 다른 사람의 리스트를 담아서 여행 계획을 짜는 Plan a Trip의 두 가지 메뉴로 나눌 수 있다. 다수의 유저는 기존의 컨텐츠를 활용해 자신만의 여행 계획을 짜는 용도로 Ruba를 이용할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상위 얼리어답터, 그리고 사이트 관리 인력, 타사와의 제휴 등으로 초반 컨텐츠를 충당할 것이다) 먼저 Plan a Trip를 선택하면 위와 같이 여행을 원하는 "장소"와 "시기"를 입력하는 창이 나온다. 원하는 지명과 시간을 입력 후 Creat my trip 버튼을 누르면 아래와 같이 자신만의 개인 페이지가 생긴다.
위 화면은 개인 페이지를 만든 후 몇개의 여행 리스트 항목을 담아놓은 것이다. 아쉽게도 주제별 리스트 전체를 한꺼번에 담을 수가 없다. 예를 들면 "라스베가스에서 가볼만한 카페 TOP10" 이라는 리스트를 열람하다가, 그 중에 카페 몇 개를 담을 수는 있지만 해당 리스트 전체를 담아놓을 수는 없다. 전체 리스트(여행 주제)도 담을 수 있고 세부 항목(스팟)도 담을 수 있게 해주면 더 좋을 것 같다.
세부 항목(스팟) 중 하나를 클릭한 화면이다. 웹 2.0 여행서비스 답게 구글맵이 매쉬업되어 있고, 사진 및 설명과 함께 구체적인 요금 정보등이 소개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작성자가 'ruba expert'로 되어 있는 걸 보니 내부 인력이 일일이 컨텐츠를 만든 듯 하다. 해당 스팟에는 코멘트를 달 수도 있고, 유용성에 대한 평가를 할 수도 있다. 좋은 점은 오른쪽에 관련 여행리스트가 함께 노출되기 때문에 유사한 지역의 다른 정보를 끊임없이 서칭하고 플래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유튜브의 관련 동영상의 역할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이렇게 컨텐츠로 승부하는 웹서비스일수록, 사용자의 참여는 더욱 절실해진다. 유저 컨텐츠가 많아질수록 사이트의 폭발력은 크게 증대하기 때문이다. Ruba의 사용자 참여 메뉴인 'Make a list'는 이 점을 간파하고 최대한 손쉽게 리스트를 만들 수 있도록 장치해 놓았다. 주제(맛집, 해변 등등)와 나라(도시)만 정하면 리스트는 바로 생성된다. 또한 주제별 검색과 이미지 검색도 매우 손쉽고 간편하다. 그러나 여행 경험에서 이 정도 리스트를 뽑아내려면 여행 정보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되겠더라. 나만 해도 당장 가본 나라 리스트도 생각해내기 쉽지 않았다. "도쿄에서 가볼 만한 바 Top5"라던가 런던에서 쇼핑할 베스트 아이템 등의 주제를 먼저 고안해내고, 검색해서 추가하는 과정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액션은 아니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내 프로필 화면에 가면 내가 만든 여행리스트, 그리고 기존 리스트를 담아놓은 여행계획 리스트가 한 화면에 다 노출된다. 특히 자신이 만든 리스트는 상단에 위치, 컨텐츠를 많이 생산하기를 유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서비스를 써보면서 느끼는 점은, 일단 기존의 여행 웹 2.0 사이트보다는 훨씬 우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UI도 사용자 편의에 맞춰져 있으며, 이미 많은 컨텐츠를 보유하고 있어 여행을 앞둔 유저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다시 한번 컨텐츠의 힘을 느끼게 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 컨텐츠가 TripAdvisor 류의 커뮤니티성 컨텐츠(입소문 정보)처럼 상세하지 않을 지라도, 컨텐츠 간의 유기적인 관계성과 기획력에 따라 충분히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라스베가스 여행을 앞두고 내가 가고 싶은 스팟을 한 바구니에 모으는 액션은 기존의 여행 정보 "검색"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내 머릿속에 흩어져 있는 "가고 싶은 곳"을 하나로 모으고, 1차적인 간단 정보를 통해 일정을 짜고, 좀더 상세한 정보는 그 다음에 서칭해도 늦지 않으니까. 실제 여행을 계획하지 않더라도 막연하게 가보고 싶은 곳에 대한 정보를 미리 모아두기에는 이만한 서비스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좀더 감성과 커뮤니케이션적 요소가 추가된다면 멋진 서비스가 될 듯 하다. 역시 여행은 "꿈과 환상"을 파는 산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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