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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우리 이렇게 만난지 벌써 10년 째인거 알지? 징그럽다 정말~"
이런 날이 내게는 오지 않을 줄만 알았는데. 그 꽃처럼 아름답던 10대의 마지막날은
벌써 아득하게 흘러가 버렸다. 직장과 육아 때문에 오늘 나오지 못한 한 명을 제외한
세 명은 어쩌면 그렇게도 그대로, 혹은 많은 것이 달라졌으리라.
햇살이 비스듬하게 들어오는 교실, 오후 4시부터 저녁 도시락을 까먹고 야자를
하던 우리들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매일 야자하는 아이들은 50명 중 10명 남짓.
요즘처럼 강제로 모든 학생이 야자를 해야 하는 현실에 비하면, 그래도 우린 행복했다.
하고 싶은 사람만 야자를 해도 되었으니까. 사실 난 따로 학원갈 형편이 못되어
야자를 선택했다. 그래도 함께 공부를 했던 우리 모두는 나머지 애들과 달리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는 쾌거를 누렸다. 지금 우리는 털어놓는다. 목표가 있었기에
야자를 선택했고, 자발적으로 공부했기에 대학에 갈 수 있었노라고. 그때 내가
애들에게 얘기했던 목표는 한결같았다. C.E.O가 되고 싶다고....
맨날 엎어져 자고 사고만 치고 다니는 날 붙잡아서 공부 좀 하라고 다독여 준
야자 멤버들이, 10년이 지난 지금도 소중한 친구들이 되어 내 곁을 지켜주고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친구 덕에 우리는 교육 얘기도 나누고, 믿음을 전파하는 친구 덕에
선교 활동으로 떠난 시리아의 풍경도 물어볼 수 있다. 서로가 하는 일도 다르고,
생각하는 것도 다르지만, 그래서인지 모이면 세배로 풍성해지는 느낌이 든다.
내가 힘든 일이 생겼을 때, 혹은 사랑에 빠졌을 때..내 삶의 중요한 순간을
모두 지켜봐왔던 친구들. 그들에게 난 오늘 이런 말도 했다. 인간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되돌아보고 있다고. 자꾸만 회의가 든다고.
이런 말도 안되는 고민까지도 다 받아주는 친구들이 있어 참 다행이다.
10년 후에 우린 어떤 모습일까. 난 최소한 너희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든든한 친구가 되고 싶다. 그리고 그때는, 지금보다 철 좀 들어 있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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