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한국이 호시절이던 10여 년 전만 해도, 올림픽과 월드컵은 참으로 신나는 엔터테인먼트였다. 희한한 건, 원래 정권이 보수화 될수록 스포츠로 눈을 돌리게 만들기 마련인데, 어찌된 일인지 점점 더 정반대로 가는 듯. 올림픽보다는 전기세 폭탄이 우리의 실제 삶을 더 뒤흔들고 있고, 사람들이 스포츠나 연예뉴스 따위에 더이상 호도되지 않거나 호도될 여유가 없는 반증인 듯.


점점 더 아웃오브 안중이 되는 올림픽 만큼이나, 보도의 질도 나락으로 떨어지는 걸 느끼는 건 나뿐일까. 개막식 중계와 동시에 트위터에는 수많은 비난이 쏟아졌다. 특히 모든 국가의 크기를 대한민국 면적과 비교하는 1차원적 발상, 국가소득이나 정치/사회적인 문제까지 평화와 화합의 장에서 끄집어 내는 건 그렇다 치자. 이를 중계하는 캐스터들의 상식 또한 바닥 수준이라, 이들이 벌인 아무말 파티(..)가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는 현장을 실시간으로 목격했다. 


한국의 상황과는 대조적으로, 미국은 바로 밑 대륙에서 벌어지는 큰 행사를 여러 측면에서 흥미롭게 조명하고 있다. 



개막식

가장 먼저, 리우 올림픽 개막식 직전에 Quartz에서 올린 영상은, 무척이나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뉴욕의 디지털 매체인 Quartz는 리우 올림픽 개막식을 어떤 관점으로 봐야 할지를 제시했다. 특히 지난 베이징과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보여준 화려한 개막식을 먼저 언급하며, 이들이 개막식을 통해 무엇을 의도했는지 분석했다. 세상에 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올림픽을 '이용'한 두 국가와는 달리, 런던 올림픽에서의 영국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고 말한다. 이미 역사를 통해 증명한 강대국으로써, 과시 대신 담담히 자신들의 역사와 노동의 과정을 보여주면서 올림픽의 의미를 되새겼다. 그리고 리우의 개막식에서, 브라질이 세계를 향해 보여주고 싶어하는 건 무엇일까? 라는 멋진 질문을 던지며 끝난다. 


왜 우리의 미디어에서는 이런 관점으로 개막식을 소개하는 곳은 하나도 없을까.


리우 개막식은 개인적으로 너무나 인상깊게 봤다. 브라질 역시 런던의 개막식과 어느 정도 연장선상에 있다고 본다. 현재 극심한 사회적 혼란을 겪고 있는 브라질은, 그들의 어두운 치부를 감추지 않았다. 빈민가를 거리문화로 내세우고, 그 골목에서 꽃핀 대중예술과 성공한 음악가를 무대에 세웠다. 아름다운 보사노바인 '이파네마의 소녀'를 배경음악으로, 지젤 번천이 마지막 런웨이를 하는 그 순간은 아마도 오랫동안 회자될 명장면. 카니발의 베테랑들 다운, 인간 본연의 흥을 담은 그들의 리듬과 댄스가 나올 때는 눈물이 핑 돌만큼 감동이 몰려왔다. 남미여행 별로 관심 없었는데, 이거 보면서 조금 가고 싶어졌다.  




패션

선수단 단복도 알고보니 각국의 세계적인 톱 디자이너들이 올림픽 단복을 만들어준다는 걸 알았다. 저번 올림픽 때는 이탈리아 팀은 페레가모에서 디자인을 해줬다고.ㄷㄷㄷ





포브스에서 선정한 '가장 스타일리시한 올림픽 단복'에 몇몇 나라가 언급이 되는데, 희한하게도(?) 한국이 여기 포함되어 있다. 


미국 X 랄프로렌 
영국 X 아디다스 & 스텔라 매카트니 
캐나다 X 디스퀘어드  

스웨덴 X H&M

프랑스 X 라코스테 


너무나도 쟁쟁한 것. 다들 브랜드 간지 후덜덜한 것좀 보소. 이러다 일본은 유니클로가 할 기세....


우리는 빈폴. 음. 자세한 의견은 생략한다...저 기사에도 브랜드명은 언급이 빠져있는 듯. 미국 유니폼이랑 상하의 컬러나 이미지가 얼추 비슷하다는 건 이미 SNS에도 회자되고 있고. 생각해보면 글로벌 외치는 한국에서, 정작 세계적으로 알려진 패션 브랜드는 없다는 게 새삼 와 닿는다. 




여행과 관광산업 (tourism)

사실 제일 관심있는 분야는 '올림픽과 여행산업'인데, 이쪽에 대한 국내 보도나 정보는 열악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평소 구독중인 콘데나스트 트래블러의 팟캐스트에 올림픽 에피소드가 떠서 바로 청취. 타이틀도 너무 맘에 든다. '이번 하계 올림픽이 어떻게 리우를 바꿔놓을 것인가'.





역시나 들어보니, 대박. 흥미진진한 현장 소식으로 가득하다. 

 

트래블로그라는 팟캐스트는 콘데나스트의 여행기자들이 직접 운영하는데, 그 중 한 에디터가 브라질에서 원격으로 현지 상황을 전한다. 당연히 내용도 생생하고, 매우 구체적이다. 리우에 새롭게 오픈한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 직접 머물면서 아름다운 호텔의 풍경을 전한다.(엉엉) 또 미국에 지카 바이러스 보도가 많이 나가서, 미국인들이 현장 관람을 피하고 tv 앞으로 발걸음을 돌리자 경기장 광고를 진행하는 광고주들이 울상이라는 소식도 있다. 


무조건 리우는 위험하고 엉망진창이라는 식의 천편일률적인 보도와는 달리, 콘데나스트의 여행 전문 에디터들은 필립 스탁이 디자인한 신규 호텔 정보와 재미난 로컬 파티, 칵테일 트렌드를 전달해 준다. 또 올림픽 행사 중이라 오히려 평소보다 시큐리티가 많아서, 초행인데도 안전하게 느껴진다는 의견도 전했다. 같은 미대륙이라 취재가 좀 용이한 것도 있겠지만, 역시 세계 최고의 여행 미디어는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구나 싶다. 콘데나스트의 다음 이슈(아마도 브라질 특집)가 나오면 구해서 봐야겠다. 



일단 올림픽 관련 잡담 정리는 여기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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