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가 사랑하는 싱가포르의 이스트코스트로 맛집 산책을 떠날 참이다. 관광지가 없어서 로컬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카통 지구 일대는, 지난 2월 여행 때 처음 들른 후 나의 재방문 코스 1순위였다. 그때는 프론미 누들과 락사 같은 면 요리를 주로 맛봤다면, 이번에는 이국적인 인도식 아침식사 '로띠 프라타'와 중국 하카(Hakka) 민족의 전통 음식인 티 라이스를 제대로 경험해보기로 했다. 









컬러풀하면서도 한적한, 동부의 한 골목으로 향하다

에어비앤비 숙소를 아예 이 동네에 잡으려고 했는데, 위치나 동선이 여의치 않아 부기스에서 3일간 머물렀다. 부기스도 비교적 동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버스로 15~20분이면 지하철로도 못 가는 이스트코스트 깊숙한 동네까지 한 방에 갈 수 있다. 싱가포르 여행은 시내버스를 타기 전과 탄 이후로 나뉘는 듯. 여행이 이토록 쾌적할 수가 없다. 


이번 여행의 주 목적인 주치앗 로드는 생각보다 너무나 한산했다. 물론 아침 10시가 좀 넘어서 찾아가긴 했지만 거리에 사람이 하나도 보이질 않는다. 대신 나를 반기는 건 알록달록한 색채가 무척 개성 넘치는 주택가 골목이다. 버스에서 내려 구글맵을 보며 한참을 걷다보니, 길 끄트머리에 북적이는 사람소리가 반갑게 들려온다. 다들 여기 몰려 있구나.  








구글 포토가 자동으로 만들어준 짤방....무섭다..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게 로띠를 빚고 땀을 뻘뻘 흘리며 구워내시는 인도 아저씨의 손길이 무척이나 바빠 보인다. 인도식 아침식사인 로띠 프라타를 직접 수제로 만들어 로컬에서 꽤 유명한 이 식당은, 언뜻 허름해 보이지만 빈 테이블 찾기가 힘들다. 게다가 12시가 넘으면 다 팔려 맛볼 수도 없다고 한다. 


테이블에 자리를 잡으니 안쪽의 또 다른 가게에서 음료 주문부터 받으러 오는 이 상황이 꽤 익숙해졌다. 여기도 레스토랑은 하나지만, 그 안에 한 3가지 가게가 자리잡고 있는 구조다. 일단 너무너무 더워서 아이스 밀크티 한 잔을 주문하고, 로띠집 직원에게 메뉴를 주문한 뒤 아저씨가 로띠 굽는 광경을 슬쩍 구경했다.  









처음 로티 프라타를 먹은 건 작년 가을, 현지인 친구에게 이끌려 '꼭 먹어봐야 한다'는 강추 멘트와 함께였다. 창이공항 직원식당에서 먹었던, 한껏 기름지고 백설탕까지 뿌려 바삭바삭한 달콤함이 더해진 로티 프라타는 그의 어린 시절을 일깨우는 소울푸드였다. 


한참을 기다려 맛본, 오늘의 로티 프라타는 그것과는 맛이 달랐다. 일단 방금 손으로 반죽해 철판에 구워낸 로티는 두툼하고 쫄깃했다. 계란과 어니언을 추가해 주문했는데, 기름기가 없이 담백하고 맛의 조화가 뛰어났다. 여기에 함께 나오는 야채 커리인 달 커리를 끼얹어 먹으니, 예술이다. 숙소에서 주는 약간의 조식을 먹고 와서 배가 고프지도 않았는데, 순식간에 로티 프라타와 밀크티를 깨끗히 해치웠다. 










다시 산책, 그리고 티 라이스 집으로

로티 집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거리로 나왔더니 어느덧 정오가 가까운 시간, 이젠 조금씩 거리가 활기를 띤다. 싱가포르에 여러 번 왔지만 항상 사람많고 번화한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조금만 시내에서 벗어나도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주니 이래서 내가 싱가포르의 매력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지난 번에 로컬 푸드센터에서 맛본 하카 라이스가 너무 먹고 싶어서 정보를 찾아보니, 이 동네에도 하카 라이스로 유명한 체인 본점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 봤다. 로티를 먹은 배가 아직 꺼지지도 않았는데, 산책이 아니라 오전 내내 먹기만 하는 듯한....; 









하카 티 라이스는 중국 한족의 한 부족인 하카(Hakka) 민족의 전통 음식으로, 우리의 비빔밥과 비슷한 밥과 야채 모듬에 국물을 곁들여 먹는다. 싱가포르에서는 하카 인이 전체 인구 중 4번째로 많고 언어도 따로 있을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들의 음식을 파는 식당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이 티라이스 전문점도 그 중 하나다. 사실 여기는 체인이라 시내의 큰 쇼핑몰에서도 매장을 어렵잖게 찾을 수 있으니, 굳이 이 동네까지 이걸 먹으러 올 필요는 없다.


싱가포르에서의 3박 4일은 1달간의 아시아 투어에 종지부를 찍는 마지막 여정이었다. 그동안 여차저차 잘 버텨줬던 체력도 이미 바닥이 난 상황이었고, 싱가포르 도착하면서 걸린 몸살 탓에 여전히 으슬으슬했다. 친절한 주인 아주머니께 현미 티 라이스를 주문하면서, 몸이 좋지 않을 때 마시는 차를 추천해 달라고 했다. 그리하여 마시게 된 Twenty four bitter tea. 24가지 한약재를 달여 만든 차로, 우리네 쌍화탕과는 달리 당분이 전혀 들어가지 않아 몸서리치게 쓰다. 하지만 꾹 참고 쭉쭉 들이키고 나니 그래도 좀더 건강해진 기분?ㅋ 









그리웠던 티 라이스! 안그래도 밥이 너무나 먹고 싶었는데, 어설픈 한식은 먹기 싫고 기름진 동남아 음식도 질리는 참에 단비같은 건강식이다. 고슬고슬한 현미밥 위에 갖가지 채소와 구운 멸치, 잘게 찢은 생선살과 두부, 땅콩을 듬뿍 얹은 한 그릇은 정말 매력적인 맛을 자랑한다. 









우리네 비빔밥과는 달리 별다른 비빔장은 없고, 밥을 슥슥 비벼서 같이 딸려 나오는 콩국물을 밥 위에 끼얹어 먹으면 더 맛있다. 처음 하카 라이스를 먹을 땐 이 국물의 고수향 때문에 다 마시질 못했는데, 이 집의 국물은 향이 강하지 않아서 부담없이 맛있게 먹었다. 


이스트코스트 맛집 탐방을 야무지게 마치고, 이제 쇼핑하러 다시 도심으로 고고!;) 





새로운 싱가포르 가이드북을 찾고 있다면? 히치하이커 싱가포르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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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ie가 직접 선별한 신상 스팟을 "스트리트" 별로 나누어 소개하기 때문에, 자유여행으로 동선을 짜기에 좋아요. 한국 가이드북에 소개되지 않거나 부각되지 않은 곳을 중점 소개하고, 어떻게 즐겨야 좋은지, 추천 메뉴는 뭔지 현지인의 조언을 받아 정보를 넣었어요. 한국인만 바글바글한 스카이 바나 이름만 유명한 맛집에서 줄서느라 여행의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실 일이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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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노란전차 2015.08.25 11:23 신고

    지난주에 다녀온 기억이 새록새록 나요.
    라우파삿에도 저런 티라이스가 있다고 해서 먹어보려고 했는데 숙소 근처임에도 못가봤네요.
    로티 프라타는 공항 지하 코피티암에서 연유가 들어간 커피 한잔 곁들여 먹었고요.
    첫날과 마지막날 공항에서 택시로 이스트코스트를 지나며 다음에는 여기를 가봐야지 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아마도 몇년 후에 또 갈 것 같아요...
    블로그와 히치하이커 덕분에 저도 즐거운 여행이었어요. ^^

    • BlogIcon nonie 2015.08.25 12:05 신고

      여행 즐겁게 다녀오셨어요? 제 컨텐츠가 도움이 되셨다니 기쁘네요:)

      라우파삿은 대체로 음식들은 맛있는데 문여는 시간이 제각기 달라서 시간 맞추기가 어렵더라고요. 담백한 음식 좋아하심 다음 여행때 티라이스 도전해보시길 추천드려요.^^ 싱가포르, 은근 매력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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