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 앞에서 찍은 셩완의 거리 풍경. 맞은 편엔 한국인들의 집결지, 이비스 호텔..ㅎ
홍콩에서의 7일, 숙소의 중요성을 절감하다
홍콩에서 싱가포르, 상하이로 이어지는 20일간의 긴 여정이 시작된 지도 어느 덧 9일차. 그동안 짧은 시간에 너무나 많은 이동을 했던 데다, 압축적으로 많은 경험을 하는 바람에 뭐부터 써야 할지 감조차 잡기 힘들다. 정말이지 현지에서 여행 중에 포스팅하는 동료 블로거들께 경의를 표하며....4~5성급 호텔만 전전하는 내가 무슨 힘이 들다고 엄살인지 모르겠다만, 몸보다는 머리가 많이 복잡했던 시간이었다. 본격 여행기는 차근차근 연재하기로 하고, 오늘은 여행하면서 느꼈던 이런저런 생각을 까먹지 않기 위한, 단상 기록 정도.
솔직히 2012년 방문을 마지막으로 홍콩에 대한 애정이 많이 떨어졌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만 3년만에 온 홍콩은 마지막 내 뇌리에 저장된 홍콩과는 많이 달랐다. 정확히는 홍콩이 바뀐게 아니라 내가 홍콩을 대하는 시선이 달라졌다. 그때는 뻔한 관광지에서 뻔하지 않은 스팟을 찾아내기 위해 애쓰다 보니,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를 많이 줬던 것 같다. 근데 이번에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갔더니 오히려 너무나 많은 게 보이더라. 특히 두 번째 숙소를 현지 동네인 샴수이포에 정했던 것과, 샴수이포의 맛집을 상세히 다룬 책 '홍콩 맛집'의 정보를 들고 간 건 진정한 신의 한 수였다. 즉, 뻔한 관광지를 벗어나는 순간부터 완전히 다른 홍콩이 보인다는 게 내 결론. 그리고, 전 일정에서 유일하게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셩완의 아파트는 기대 이하였다. 홍콩 에어비앤비가 왜 인기가 없는지 알 것 같았다. 왜인지는 리뷰로 풀어보기로 하고.
동방항공 첫 경험기 (홍콩~싱가포르)
이번 3개국 여행은 동방항공의 단돈 35만원짜리 다구간 티켓이 아니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카약 신공으로 거저나 다름없는 티켓을 잡은 건 물론 행운이었지만, 동시에 중국 국적기가 처음이라 무척 불안하기도 했다. 상하이에서 2~3시간이나 대기를 하니 하루를 온전히 비행으로 소모하는 것도 부담이고, 과연 내 짐은 무사히 싱가포르로 도착할지도 불안하고 등등.
그러나 결론적으로 동방항공은 스카이팀 소속답게 스탠다드한 서비스를 보여주는 좋은 항공사였다. 특히 제주항공으로 홍콩에 오면서 물 한잔 마시지 못했던 비행과는 대조적이었다. 동방항공은 홍콩~상해의 짧은 비행에서도 따뜻한 기내식을 준비했고, 까칠한 내 입맛에도 무척 괜찮은 밥이어서 놀랐다. 게다가 디저트로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주는 대륙의 통큰 서비스@.@ 상해~싱가포르 구간은 1시간 정도 연착이 있었지만, 역시 터뷸런스 한번 없이 편안하게 왔고 서비스도 무척 빠릿했다. 승무원 언니들도 이쁘고ㅋㅋ이래저래 국내 LCC와 많이 비교되는 경험이었다.
덧붙이면 이렇게 대기시간이 있는 경유 비행을 할 때는 PP카드만큼 고마운 게 없더라. 인천공항은 물론이고 홍콩 공항, 상해 공항에서도 라운지에서 밥먹고 편안하게 몇 시간이고 쉴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하던지. 항공권 + 호텔 예약만 머리좀 쓰고 공항에서는 PP카드 조합만 붙여주면, 어디라도 편안하게 자유여행 다닐 수 있겠구나 싶다.
맞은편 래플스 롱바보다 훨씬 맛있다는, 나우미의 오리지널 슬링 칵테일.
Nonie X Singapore's Best Boutique Hotels
지금은 싱가포르에 와 있다. 홍콩까지는 내 마음대로 일정을 정해서 다녔지만, 싱가포르는 일하러 왔으니 좀 더 긴장모드. 싱가포르 최고의 신상 부티크 호텔 4곳과 함께 7박 8일간 새로운 싱가포르 자유여행을 기획하려고 왔다. 오늘은 벌써 세번째 호텔로 가야 하는 날. 아쉬운 마음에 어젯밤에는 인피니티 풀(마리나베이샌즈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ㅋㅋ사실 진짜 원조는 따로 있다며!)에서 슬링 한 잔을 마시며 이런저런 구상도 해보고.
사실 지금 내 머릿 속은 '한류'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3개 도시를 계속 돌다보니, 한국 대중음악이 아시아에서 '가장 크게' 울려퍼지는 건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동남아를 포함한 중화권 대중문화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한국만 아직 '이방인'이라는 느낌이 많이 드는 게 사실이다. 이전에도 문화의 일방통행과 관련해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몇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그들은 우리를 더 알고 싶어하지만, 우리는 그들에 대해 너무 모른다. 지금 싱가포르 여행업계만 해도 한국인을 겨냥한 비즈니스를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고, 우리 고유의 서비스와 상품을 현지 회사가 체인사업으로 전개하는 풍경도 많이 보인다. 우리는 그들을 상대로 좋은 비즈니스를 할 수 있을까? 한류로 인한 진짜 이득은 어쩌면 다른 데서 가져갈 지도 모른다.
암튼. 어제 한국인 호텔리어와 얘기를 나누어 보니 싱가포르가 최근 몇년 새 한국인 인기 여행지로 급부상하는 바람에 '뻔한 관광지 루트'와 '필수 쇼핑목록'이 대략 패턴화되어 있더라. 뻔한 여행은 재미 없으니까, 뭔가 또 새로운 걸 찾아야겠지? 그래서 더욱 도전의식이 생기는 싱가포르 일정,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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