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터우의 공중목욕탕에서 즐기는 온천
Solo Singer Inn의 스태프들은 요술방망이같다. 내가 원하는 걸 뭐든 들어주고 그들이 아는 최선의 정보를 현지인의 시각에서 알려준다. 나는 관광객이 가는 고급 온천호텔이나 노천 온천보다는, 그들이 자주 다니는 실내 온천을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테레사가 손그림으로 약도까지 그려준 목욕탕은 야시장 근처여서, 간단히 요기를 마치고 바로 가봤다.
목욕탕은 한국과 비슷해서, 입구에 있는 카운터에서 티켓을 끊고 남탕/여탕으로 들어가는 구조다. 계산을 하는 직원 아가씨는 한국인을 처음 봤는지 무척 당황해하는 눈치였지만, 대만답게 무지 친절했다. 가격도 100위안(한화 4천원) 정도로 한국에서 목욕 한번 하는 금액보다 저렴하다. 욕탕 내부는 사진 촬영을 하지 못했는데, 역시 한국의 여느 동네 목욕탕과 비슷하고 가장 큰 욕탕이 바로 온천물이 흐르는 온천탕이었다. 온천물답게 몸을 담그는 즉시 특유의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30분 정도 입욕과 목욕을 마치고 뜨끈뜨끈해진 몸으로 목욕탕을 빠져나왔다.
대만의 유명 음료 체인, 우스란(50嵐)에서 시원한 한 잔
대만 버블티 하면 우스란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일명 쩐주나이 차로 불리는 버블티는 대만 어디서든 만날 수 있지만, 맛있는 버블티 체인을 찾는다면 우스란이 단연 1순위다. 한국인에게 워낙 유명해서인지 한국어 메뉴도 갖추고 있어서, 한자로 된 메뉴에 어려움을 겪을 필요도 없다. 지난번 첫 대만 방문때는 한자 메뉴에 지레 겁을 먹은데다 의외로 우스란 지점을 찾기가 힘들어서 결국 못 먹었는데, 베이터우에는 숙소 근처에 매장이 있어서 온천이 끝나고 갈증을 달래기 위해 찾았다. 내가 노린 아이템은 유명한 버블티가 아닌, 아는 사람만 안다는 비장의 메뉴 '자몽야쿠르트 쥬스'. 이름만 들어도 시원함이 몰려오지 않는가.
저렴한 가격이어서 대충 자몽쥬스에 야쿠르트 섞어주겠지 했는데, 눈 앞에서 커다란 자몽 1개를 그대로 짜서 만들어 주다니! 이래서 우스란 우스란 하는구나 싶었다. 어릴적 마시던 백원짜리 추억의 야쿠르트, 그 시고 달콤한 맛에 자몽의 신선함이 그대로 섞인 맛이었다. 온천 후의 이 한잔은 역시 최고의 조합이었다.
다음날 아침, 산책과 커피
온천과 자몽요쿠르트로 꿀잠을 자고 일어난 이틑날, 베이터우에서의 처음이자 마지막 아침이 밝았다. 너무나도 맑고 청명한 베이터우의 아침 공기를 실컷 들이마시고 싶어서, 평상시 여행 때는 절대로 하지 않는 아침 산책길에 올랐다. 베이터우에서 고작 1박만을 예약한 내 스스로를 원망하며,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지열곡까지 천천히 걸었다. 어제 갔던 야시장은 아침엔 재래시장으로 변신해 새벽부터 엄청난 사람들이 장을 보고 있었다. 참 깨알같이 볼거리가 많다.
슬슬 커피 한 잔이 땡길 즈음, 동네 커피점이 눈에 띈다. 이른 아침부터 커피점은 사람들로 붐빈다. 숍 안쪽에 진열된 종류별 원두들을 딱 보니 이 집도 커피 대충 하는 집은 아니겠구나 싶어, 라떼 한 잔을 주문했다.
2천원도 안하는 값에 신선한 원두와 진한 폼이 얹어진 라떼를 마시고 있자니, 서울은 영 돌아가기가 싫어진다. 베이터우는 어쩌면 타이페이보다도 더 살기 좋은 동네같다. 떨어지지 않는 엉덩이를 겨우 일으켜 숙소로 향했다.
Breakfast @ Solo Singer Inn
식당은 숙소와 같은 골목에 있는 별도의 건물에 따로 마련되어 있다. 숙소를 닮은 빈티지한 인테리어도 볼거리지만, 중앙의 큰 식탁을 보면 이곳이 결코 여행자를 외롭게 하지 않는 공간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가장자리엔 별도의 테이블도 있어서 혼자만의 시간을 마음껏 즐길 수도 있다. 이 큰 탁자에서 밥을 먹고 있으면, 하나 둘씩 자연스럽게 앉아 얘기꽃을 피우게 된다.
어제 온천목욕탕 위치를 가르쳐 줬던 테레사가 내 아침밥을 준비하고 있었다. 예쁘고 앳된 얼굴의 그녀에게 조심스레 안부를 묻자, 자신에 대한 얘기를 유창한 영어로 풀어 놓는다. 알고보니 그녀는 대만대 출신의 인재였고, 이 숙소의 창업 비전에 공감해 잠시 스태프로 합류해 일하고 있다고 했다. 로컬 경제의 활성화에 큰 비전을 지니고 있었고, 한국 문화나 정치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 대화 주제가 풍부했다. 친구들과 내일 파티를 한다며 흔쾌히 초청해 주었는데, 내일이면 대만을 떠나야 하는 일정...ㅜㅜ
따끈하고 감칠맛나는 대만식 죽에 이어, 동네 빵집에서 매일 아침 공수해 온다는 신선한 식빵과 푸짐한 과일이 차려졌다. 한참을 정신없이 먹고 있자니 어제 숙소에서 만난 홍콩 친구 페이페이도 놀러와서 한참 수다꽃을 피운다.
어제 예쁜 카드를 써줬던 또다른 스태프, 애니는 아침밥을 먹고 숙소로 돌아온 내게 "이제 뭐할거야?"라며 묻는다. 그녀는 내게 "꼭 소개해주고 싶은 현지식 음료가 있는데, 같이 먹으러 가자!"라며 길을 안내했다. 숙소 앞 노점상에서 파는 대만식 젤리 음료인데, 나도 한번 사먹어보고 싶었지만 한자 메뉴의 압박으로 도전해보지 못했던 거여서 반갑게 받아 들었다. 진하게 우려낸 홍차에 선초 젤리를 넣은 것인데 살짝 한방 향도 나면서 버블티와는 또다른 맛이었다. 사진 속의 하얀 차는 밀크를 넣은 것이고 뒷쪽의 검은 차는 안넣은 것. 멋진 음료를 소개해 준 애니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하고 싶어서, 나는 그녀와 멋진 카페에 가서 커피를 사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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