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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Taiwan

타이페이 빈티지 산책 2 - 중산당의 앤티크 카페에서 오후를 보내다

by nonie 2014.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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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페이 두번째 여행! 아침 일찍 출사 겸 산책을 나섰던 용산사에 이어, 서문역의 중산당으로 향했다. 이번 여행에서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딱딱하게만 보이는 외관과 달리 내부에 비밀스런 카페가 있어서 한동안 느긋한 시간 여행을 누렸다. 시먼딩에서 먹고 노는 것에 살짝 싫증날 즈음, 중산당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빈티지한 타이페이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대만의 역사를 담고 있는 정취있는 건축물, 중산당

지난 여행에서 시먼딩은 그저 젊은이들의 활기찬 거리라고만 생각했는데, 길만 건너면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서문역 5번 출구로 나와서 우회전하면 희고 커다란 건물이 한 채 나오는데, 이곳이 바로 중산당이다. 일제 시대인 1936년에 건축된 4층 건물로, 무려 80년 가까운 세월을 거친 시간의 흔적이 깨끗하게 보존되어 있다. 대만과 한국은 똑같이 일제 시대를 겪었지만, 우리와 달리 대만은 일본에 대한 역사관이 긍정적인 편이며 그 시절의 유적들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내가 특별히 중산당에서 가보고 싶었던 곳은, 지난 2011년 9월에 4층 전체를 완전히 리뉴얼해 만든 카페였다. 아직 한국에는 거의 알려져있지 않기도 하다. 









대만의 영화감독 차이밍량이 만들어낸 독특한 앤티크 카페, 咖啡廊

과연 80년된 건물 안에 어떤 카페가 있을지 너무나 궁금해 서둘러 4층으로 올라가니, 커피 향이 은은하게 흐르는 앤티크 카페가 나를 맞이한다. 2007년 중산당에서 열렸던 타이페이 필름 페스티벌에서 차이밍량 감독이 최우수상을 탔던 것이 계기가 되어, 그가 직접 4층 공간의 리뉴얼을 진두지휘하게 되었다고 한다. (비슷한 케이스로 중산에 있는 필름 하우스는 비정성시의 허우샤오시엔 감독이 디렉팅했다)   


차이밍량의 남다른 취향과 영화에 대한 열정이 공간 곳곳에 그대로 담겨 있어 다른 카페에서는 볼 수 없는 독창적인 분위기가 흐른다. 여태까지 수많은 나라의 카페를 다녀봤지만 손에 꼽을 만큼 멋이 흐르는 카페였다. 보통 공간에 힘을 주다보면 먹거리에는 소홀하기 마련인데, 종합 예술공간을 표방하는 이 카페는 메뉴도 많은 신경을 쓴 흔적이 엿보였다. 








커피, 그리고 점심식사

일단 창가가 내다보이는 멋진 의자에 자리를 잡고 커피와 흑설탕이 든 과자를 주문했다. 이 카페에서 직접 블렌딩하는 브랜드 커피가 100NT$ 선으로 부담없는 가격이다. 주문하고 약간 시간이 걸리길래 왜 그런가 했더니, 무려 '핸드드립' 커피! 역시 커피의 도시 타이페이답다. 7가지 콩을 섬세하게 블렌딩한 커피는 말이 필요없을 만큼 훌륭했다. 


커피가 유명하기는 하지만, 생과일 주스나 이곳에서 개발한 건강음료도 꽤 맛있다고 하니 다음에는 꼭 맛봐야겠다 싶다. 아무래도 커피 수준을 보니 이대로 떠나기는 뭔가 찜찜하다. 마침 차이밍량 감독이 말레이시아 출신이라 메뉴에 동남아 스타일의 식사 메뉴도 몇 가지 보였는데, 아예 점심까지 먹고 일어나기로 결심. 







곧 이어 테이블에 올려진 코코넛 향이 은은하게 흐르는 치킨 커리, 완전 맛있었다. 오랜만에 따끈한 쌀밥과 커리를 든든하게 먹어주니 세상 더 바랄게 없더라. 아무래도 이 카페는 나의 타이페이 아지트 1호에 등극할 예감. 








밥까지 먹고 나니 그제서야 카페의 구조가 좀더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독특하게도 긴 복도형 공간인데, 창가를 따라 큰 소파와 테이블이 줄지어 있고, 벽면에는 감독이 그동안 모아온 온갖 앤티크가 무심한 듯 진열되어 있다. 소박한 골동품으로 보이지만 일부 식기나 축음기 등은 국가 2급 고적으로 지정되었다고 하니 중산당의 역사적 의미와도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내가 앉아있던 테이블 옆에 놓여있던 레트로한 화장대가 어찌나 마음에 들던지...ㅜ









영화감독이 만든 종합 예술공간

4층에는 카페와 함께 예술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 영화감독이 만든 곳 답게 곳곳에 영화를 볼 수 있는 좌석이 마련되어 있다. 카페 입구의 옆에는 '18명 극장'이라는 작은 극장이 있는데 역시 앤티크와 영화 포스터가 멋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극장에서 더 안으로 들어가면 넓은 전시공간이 펼쳐진다. 비정기적으로 이곳에서 각종 공연과 전시 등이 벌어진다고 하는데, 내가 갔던 기간에는 비어있어서 잠시 구경만 하고 나왔다. 대만을 대표하는 영화감독이 자신의 취향과 감각을 고스란히 담은 공간을 역사적 건축물에 옮겨놓을 수 있다는 게 부럽기도 하고, 이런 기회를 주는 대만의 문화적 토양이 다시 보이는 순간이었다. 







4층에서 계단을 따라 내려오면 3층과 2층에도 중산당의 빈티지한 볼거리들이 쏠쏠하게 숨어있다. 아무래도 일제 치하에 만들어진 건축물이다 보니 곳곳에 일본 특유의 정갈하고 심플한 풍경을 연출해 놓았다. 3층에 고급 살롱과 1층에 전시관도 있으니 슬슬 둘러볼 만 하다. 


역사적 배경 때문인지 중산당은 그동안 한국인보다 일본인 여행자가 주로 찾는 코스였고, 그나마도 역사 유적으로만 조명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내게 중산당의 앤티크 카페는 대만을 갈 때마다 들르고 싶은 '취향의 공간'이 되었다. 지금 만들고 있는 타이페이 전자책 가이드북에도 자세한 정보를 소개할 예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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