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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09 - 직장인에서 여행 컨텐츠 디렉터로 독립한 6개월을 돌아보며
지난 포스팅 이후 많은 피드백을 받았다. 사실 모두가 알고는 있다. 산업사회가 낳은 관료제 시스템이 21세기의 젊은이를 통제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세상이 도래했다는 것을. 하지만 주류 시스템에서 경제적으로 좀더 자유로워질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직이나 구직에 대한 두려움, (기업을 위한) 자기계발의 허황된 신화, 대량 소비를 부추기는 트렌드가 겹쳐, '직장인'이라는 허울 뒤에서 온라인 쇼핑과 월급통장으로 자기위안을 반복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만약 현재의 삶에 대해 조금이라도 고민하고 있다면, 생산과 소비의 관점만 바꾸어도 향후의 라이프스타일을 주도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다. 몇 번의 '월급쟁이 신드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원점으로 되돌아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다듬어 온,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단 좌측의 KIND 영양 바는 국내 백화점에서 12개 6만원, 직구하면 2만원이다. 너무 심하지 않은가?
주류 마케팅에서 벗어난 소비가 만드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나는 쇼핑을 매우 사랑한다. 여행에서도 많은 시간을 가치있는 물건을 찾는 데 할애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대부분의 삶을 꾸려가는 내가 국내에서는 얼마나 쇼핑을 할까? 우선 *마켓이나 롯*닷컴 등 국내 유수의 쇼핑몰과 소셜커머스, 백화점, 뷰티 로드숍에서는 일반 여성의 구매 수준에 1/10도 안되는 최소한의 비용만 지출한다. 거의 안 산다고 봐도 무방하다. 백화점에서 파는 대부분의 제품은 필수품이 아닌 사치품이라, 연 2~3회 들르는 면세점에서도 충분히 살 수 있다.
식재료와 화장품 원재료, 영양제, 생필품, 조카를 위한 유아용품 등은 대부분 아이허브에서 직구한다. 패션잡화나 쇼핑욕을 충족시키는 아이템은 팬시나 여러 직구를 적절히 활용한다. 이들 쇼핑몰의 공통점은 입소문 마케팅 활동을 적극 지원한다는 것이다. 영향력있는 미디어와 진심어린 정보성 추천이 결합하면, 그 진정성은 리워드(현금 포인트)로 돌아와 재구매에 도움을 준다. 나는 직접 사서 써보고 좋은 것만 추천하며, 특히 대행사가 마구잡이로 들이대는 블로그 리뷰 마케팅에는 돈을 아무리 준다 해도 참여하지 않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 또한 프리미엄 브랜드와 고가의 정장 의류 쇼핑은 국내외 아울렛과 중고 빈티지숍을 이용, 유행을 타는 신상이 아닌 나에게 어울리는 기본 아이템을 구매한다. 끝으로, 신용카드의 '조건부 혜택'(매달 얼마 이상을 소비해야 누릴 수 있는 혜택)에 좌우하는 소비를 하지 않는다.
나는 대기업 유통망을 적게 이용하는 대신 동네 김밥집과 채소 가게같은 지역 상점, 한살림과 같은 농산물 직거래 상점을 이용한다. 대형 마트를 아예 안갈 수는 없지만 신선식품과 세일 식재료 등을 살 때만 간다. 독점으로 경쟁력이 떨어진 지 한참 된 대기업 제품(국산 맥주의 맛을 떠올려 보자..)을 비싼 돈 주고 감사히 쓰는 소비자는 못 된다. 대신 지역 경제를 조금이나마 더 이용하려고 한다.
이러한 소비구조를 구축한 결과, 쇼핑을 충분히 즐기는데도 이상하게 지출 수준은 수입과 무관하게 평정을 유지한다. 단지 '카드빚을 갚기 위해' 원치않는 일에 묶이지 않아도 되는 작지만 강력한 기반이다. 이를 통해 세계 시장에 진출할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외국을 직접 여행할 귀중한 '시간'을 확보한다. 요즘은 여행을 떠나려면 돈보다 시간이 더 귀하다는 거, 아는 이들은 아시리라. 소비의 독립이 직업의 독립에도 크게 기여한다는 얘기다.
직구가 내수 경제를 해친다고? 우리가 더 똑똑해져야 하는 이유
누군가는 얘기할 것이다. 직구는 내수 경제에 도움이 안되는 소비 방식 아니냐고. 과연 그럴까? 그렇다면 애국심을 내세워 한국 유통산업의 덩치만 불려 주는 게 올바른 소비인가? 현재 대다수 직장인은 무분별한 국내 유통사의 광고와 마케팅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 사무실 자리까지 찾아와 가입을 권유하는 카드사 영업은 또 어떤가. 끊임없는 트렌드 소비와 허세 문화 등이 겹쳐 자신의 잠재적 미래가치를 설정하기도 전에 '버는 것보다(심지어 앞으로 벌 것보다) 더 쓰는' 잘못된 쇼핑문화가 보편화되어 있다. 여기에 똑똑한 소비가 아닌 편리한 소비를 반복하다 보면 카드빚을 메꾸는 월급노예에서 벗어나는 일은 영영 요원해진다. 다시 말해, 대기업과 유통산업의 주류 소비구조에 오래 머무를수록 아무리 벌어도 상대적 결핍과 빈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직구문화가 널리 알려졌지만 실제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단지 싸다는 이유로 직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물건을 30~50%나 비싸게 주고 구매할 필요는 없기에 직구를 하는 것이다. 대기업의 마케팅 횡포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저질 제품을 고가로 구매하는 호구 소비보다는, 현명하게 가성비를 고민하는 스마트 소비가 내수경제에도 장기적인 경쟁력을 가져다 준다고 본다. (물론 네이버 카페에 상주하며 해외세일 품목을 끊임없이 결제하는 직구족과 팸셀족도, 호구족 만큼이나 월급노예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다.)
직구와 한국 유통구조에 대한 촌철살인 포스팅 하나 더: http://blog.naver.com/ecotogether/130185716057
색상은 랜덤이라 운명에 맡기고 있었는데, 무려 골드가 오셨다...
일명 '뽐*대란'이 일어났던 2월의 어느 날 밤, 할부기간이 끝난 아이폰4s의 기변을 결심했다. 할부원금 60만원이 넘는 금액을 2년간 충실히 내고 나서야, 스마트폰 구매에 얼마나 눈먼 돈을 써왔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10년간 미련하게 한 통신사에 충성하는 게 얼마나 바보같은 짓인지도 말이다. (사실 기변 자체가 과소비라고 보는 시각도 있을 수 있으나, 전자책 비즈니스를 하는 내게 넓어진 액정과 최신기종 환경의 어플 테스트는 나름 중요하다.ㅜ) 그날 밤, 몇 번의 클릭질로 아이폰5s를 원금 10만원에 살 수 있었다.
안그래도 세계 최고의 물가를 자랑하는 서울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도적인 소비 권력은 반드시 사수할 단 하나다. 또한 평생 자신의 일을 즐기며 가볍고 심플한 노마드족으로 살고 싶다면, 스마트한 소비 혁명은 옵션이 아닌 필수 전략이다. 마지막으로 이 글은 장렬히 제 몫을 다한 아이폰4s를 무려 20만원에 데려가 주신, 종로 1가 애플서비스 센터의 훈남 매니저님께 헌정하며 끝을 맺는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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