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멜버른에 대해 못다한 얘기가 많지만, 이쯤 해서 다시 시드니로 넘어간다. 3주간의 호주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시드니의 마지막 2박 3일은 "부티크 호텔 vs 대형 체인 호텔"로 1박씩 비교 체험을 하기로 했다. 내가 선택한 시드니의 부티크 호텔은 가장 최근에 달링 하버에 문을 연 디자인 호텔 1888이다. 거두절미하고 이 호텔, 적극 추천한다. 위치부터 가격, 디자인, 서비스, 분위기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앞서 소개한 QT Sydney가 글래머러스한 파티걸 같은 호텔이라면, 1888은 파란 스키니진이 잘 어울리는, 센스있는 아가씨를 닮은 호텔.
멜버른에서 시드니로, 그리고 공항에서 달링하버로
호주 내에서의 이동은 대부분 Jetstar 등의 항공편을 이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호주는 기차보다 비행기가 더 발달했고 요금도 저렴해서 카약(Kayak) 어플로 미리 예약하면 왕복 10만원 대로 가능하겠더라. 하지만 난 미리 예약을 못해서 수하물까지 해서 278$이라는 무지 비싼 가격으로 티켓팅했다. 다음에는 반드시 미리 카약으로 예약하리라...OTL...
시드니 국제공항에서 호텔이 있는 달링하버까지 어떻게 이동할 지 한참 고민을 했는데, 기차 공항노선으로 센트럴역에 내린 후, 달링하버까지 가는 라이트 레일(Light Rail)을 갈아타면 무지 편하다. 특히 캐리어 등의 짐이 있을 때는 이런 애매한 거리는 걷기도 힘들다. 라이트 레일은 탑승 후에 티켓을 직원에게 직접 구입하는 옛 방식이라 더욱 편리하다.
한적한 골목에 자리한 아름다운 부티크 호텔, 1888
달링하버 역에서 잘 내리긴 했는데, 스마트폰으로 위치를 보니 고가도로가 마구 엉켜있어서 어떻게 가야 할지 난감했다. GPS가 가리키는 대로면 공영 주차장을 통과해야 하는데, 주차장은 또 좀 넓어야지.;; 하는 수 없이 주차장을 가로질러 걸어 나오니 왠 한적한 대로변이 튀어나온다. 건물 외벽에 간판이 없어서 자칫 지나칠 뻔 했던, 1888호텔의 고풍스러운 건물이 바로 눈 앞에 있었다. Murray st(머레이 스트리트) 139번지, 또는 맞은 편의 노보텔 호텔을 찾으면 된다.
아...이럴수가. 남다른 로비 디자인을 본 순간, 1888의 컨셉트가 한 눈에 들어온다. "세계 최초의 인스타그램 호텔"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1888의 압도적인 로비 디자인은 사진으로 익히 봤지만, 실제로 이 아름다운 공간에서 아침식사를 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행복해진다. 1888 호텔은 호주의 부티크호텔 전문 그룹 8Hotels에서 젊은 자유여행자 층을 타겟으로 2013년 9월 오픈한 디자인 호텔이다. 참, 왜 인스타그램 호텔인가 했더니, 10,000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스타그래머에게는 무료 투숙 기회를 준다는 사실! 인스타그램 파워 유저라면 시드니 여행 때 꼭 도전해 보시길.
예쁜 통나무집처럼 꾸며진 아늑한 객실 @ King Deluxe
1888에서는 중간 레벨 정도의 킹 디럭스 룸인데, 킹과 킹 디럭스의 차이는 약간의 넓이와 'Bathtub(욕조)'의 유무 정도다. 입욕을 하지 않아도 된다면 킹 베드룸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객실의 문을 여는 순간 마음에 쏙 들었다. 동화책에나 나올 법한 통나무와 벽돌의 질감이 그대로 살아있는 객실이라니, 생각지도 못했던 인테리어였다. 여기에 벽난로만 있으면 완벽할 법한ㅎㅎ 이 호텔이 옛 건물을 그대로 리노베이션해 만든 호텔이어서인지, 곳곳에 빈티지한 분위기가 그득 묻어있어서 참 좋았다.
인스타그램 호텔ㅎㅎ 답게 아이패드가 객실에 갖춰져 있는 점도 특징이다. 매니저 님이 정성껏 친필 메시지를 남겨주신 엽서를 차분히 읽으니 멜버른에서 여기까지 숨가쁘게 달려온 피로가 달래지는 듯 하다. 침대 옆에는 작은 데스크가 있어서 노트북이나 일을 처리할 수 있는데, 빈티지한 1888 로고가 찍힌 쇼핑백은 뭔가 봤더니 퀵 브랙퍼스트(10$)를 위한 백이다. 빨리 체크아웃해야 하거나 조식 포함 패키지를 사지 않았다면 이걸 들고 바에 가서 도시락처럼 담아가면 된단다.
넉넉한 비품을 갖춘, 모던하고 깔끔한 욕실
영국의 바디 전문 브랜드 CHIC의 제품과 배스버블까지 완벽하게 갖춰진 욕실에는 더 필요한게 없다. 디럭스 룸이어서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샤워부스 말고 욕조도 따로 있어서 느긋한 휴식을 보낼 수 있었다. 브랜드 호텔 부럽지 않은 시설이었다. 새로 오픈한 호텔이어서 모든 것이 깔끔하고 디자인도 현대적이었다.
꼭 열어봐야 할, 미니바
개인적으로는 호텔놀이를 하면서 미니바는 그닥 이용하지 않는 편인데, 1888에 투숙한다면 미니바는 꼭 체크해 보길. 무심코 냉장고를 열었는데 생과일 주스에 오가닉 콜라부터 T2의 아이스티, 피지 워터까지 센스가 넘쳐난다. 물론 유료지만 이 음료 셀렉션은 다른 호텔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구성이고, 밖에서 사먹는 가격과도 큰 차이가 없이 합리적으로 책정해 놨다. 그리고 무료 제공되는 차도 T2의 티백을 갖춰 놓아서 프리미엄 티를 마음껏 즐길 수도 있다.
직원이 소개하는 나의 단골집 @ Sushi Samurai
온 하루를 '이동'에 다 소모했더니, 제대로 챙겨먹은 끼니가 호텔조식 이후로 없었다. 저녁은 좀 그럴듯한 밥을 먹고 싶어졌다. 이럴 때 시드니 초심자라면, 1888 호텔 직원들의 도움을 꼭 받기를 추천한다. 내가 감동했던 건, 지도를 들고 직원한테 다른 질문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혹시 배는 안 고프세요? 일식을 좋아하시면, 제가 거의 매일 가는 식당이 바로 근처에 있어요. 초밥이 맛있답니다"라며 지도에 표시까지 해주는 것이 아닌가. 그녀의 배려와 센스에서 1888의 레벨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덕분에 난 로컬피플로 빈자리가 없는 인기 스시집의 롤을 테이크아웃하는 데 성공했고, 호텔 바로 옆 아시안 마켓 & 리퀴어 숍(같이 운영한다!)에서 손쉽게 라면과 맥주도 구했다. 머레이 스트리트는 알고 보니 로컬 맛집이 촘촘히 붙어 있는 알짜 거리였다. 결국 이 호텔은, 없는 게 없는 호텔...;; 그렇게 사기 힘들던 술도, 찾아 헤매던 로컬 맛집도 다 있었다. 태즈매니아에서 올라온 캐스케이드 맥주와 컵라면, 신선한 스시 롤과 함께, 다시 돌아온 시드니에서의 밤이 깊어간다.
1888 호텔은 아고다에서 할인가로 예약했다. 객실이 총 90개라 대형 호텔에 비해 많지 않으므로 조기 예약은 필수다. 시드니 1888 호텔 한글 페이지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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