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한여름에 떠난 대만 여행기의 마지막 주인공은 그 이름도 유명한 고궁박물관이다. 수많은 이들이 필수코스로 방문하는 고궁박물관을 굳이 소개하는 이유는 기념품숍과 예쁜 정원 만으로도 충분히 가볼 만한 가치가 있어서다. 박물관 자체에 조금 실망했더라도, 알찬 아이템을 보유한 기념품숍 만큼은 놓치지 않길. 10일간의 대만 여행을 마무리하던 마지막 날 아침, 호텔 뒷편에 조용히 이어진 주택가 골목을 천천히 걸어봤다. 타이베이가 내 맘속에 천천히 스며들고 있음을 깨달으면서. 그 짧은 산책에서 어쩌면, 다시 와야겠다고 결심했는지도 모른다.
대만 여행의 필수 코스, 고궁박물관
10일간의 여행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관광코스는 고궁박물관이다. 대부분 이곳을 여행의 첫머리에 가곤 하지만, 이 도시의 현재를 충분히 관찰하고 나서 과거가 궁금해지는 코스도 나쁘지 않다. 고궁박물관에도 약간의 입장료가 있지만, 여행 전에 대만관광청에 무료 입장권 2장을 신청해 택배로 받아두었던 터라 기분좋게 입장했다.
고궁박물원 내부 촬영은 철저히 금지되어 있다. 겨우 몇 장 건진 사진 중 하나인데 고대 중국의 미니 향료 용기. 개인적으로는 배추나 돼지고기 상보다 이쪽 부스가 훨씬 더 아기자기하고 볼거리가 많았다는. 물론, 어딜 가나 사람 뒷통수가 가장 많이 보이고 유물 제대로 보려면 한참 기다려야 한다. 넘치는 중국인 단체때문에 제대로 구경하기 어려웠다.
FYI. 글을 쓰는 지금 다시 관광청 사이트에 가보니 고궁박물관 티켓 행사는 없어졌더라. 현재 입장료는 160NT$(한화 약 6400원)인데, 2014년 4월부터는 250NT$로 크게 오른다고 하니 참고할 것.(원문 기사: 바로 가기) 여행자 입장에서는 입장료가 오르는 게 달갑지는 않지만, 무분별하게 몰려드는 중국 관광객들의 폐해를 생각할 때 적당히 값을 올려받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듯. 그렇다고 그 패키지 단체객 머릿수가 줄어들 지는 여전히 의문이긴 하지만.
고궁박물관의 히든 플레이스 1. 기념품숍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던 곳은 일반적인 뮤지엄에 비해 규모나 아이템이 훨씬 방대했던, 고궁박물관의 기념품숍이다. 여행 막바지에 간 덕에 대만 여행의 기념 선물을 사기에도 그만이다. 대만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도 고궁박물관은 대부분 잘 알기 때문에, 이곳에서만 판매하는 기념품은 그만한 가치가 있고 여행선물로도 인기 만점이다.
내가 고른 아이템은 실리콘 컵 슬리브, 비취옥배추 모양 마그넷, 그리고 마스킹 테이프 등등.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실리콘 슬리브는 휴대하고 다니면서 일회용 종이 홀더를 낭비하지 않을 수 있는 친환경 아이템이다. 의외로 이거 국내에서는 파는 곳이 많지 않더라는. 마스킹 테이프도 고궁박물관 고유의 문양을 담고 있어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기에 손색이 없다. 의외로 대만이 이런 것들을 참 잘 만들더라.
고궁박물관의 히든 플레이스 2. 지선원
다소 정신없는 박물관 내부와 달리, 박물관 바로 앞에는 평화로운 공기가 흐르는 큰 정원이 하나 있다. 중국 왕실의 정원을 그대로 재현해 만들었다는 지선원(즈산위안)은 고궁박물관 티켓 소지자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박물관에는 발 디딜 틈도 없이 인산인해였는데, 이상하게도 이곳 정원에는 거의 인적이 드물었다. 덕분에 엄마와 천천히 산책하면서 짧은 여유를 누렸다. 기왕 고궁박물관에 왔다면 지선원 산책도 빠뜨리지 않길 추천.
호텔 뒷편의 한적한 주택가 걸어보기
에잇존 호텔이 있는 중샤오신솅 역 주변은 사실 화산 1914 외에는 뚜렷한 관광지가 없는, 평범한 서민 거주지역이다. 그래서 아침을 먹고 호텔 주변을 걷다보니 자연스럽게 주택가 골목으로 접어들게 되었다. 마침 카메라도 가지고 나온 김에 천천히 출사나온 기분으로 골목산책 즐겨보기. 호텔 뒷편에는 작은 공원이 있고 그 주변은 조용한 주택가가 펼쳐진다. 이 골목 외에도 타이페이 시내에는 좁고 한적한 일본식 골목이 참 많았다. 뜬금없이 큰 절이 있기도 하고, 아주 작은 카페가 사이에 끼어 있기도 하다. 골목마다 풍경은 제각각이다.
이 골목의 특징은 집집마다 예쁜 화분들이 참 많았다는 거. 그리고 대문의 모양이 다 다르다는 거. 아파트 많은 서울에 살다가 문득 고즈넉한 주택가 골목을 걸으니 어릴 적 내가 살던 동네 생각이 난다. 사실 내가 느끼는 타이베이의 매력은 바로 이런 데 있었다. 특별하지 않은 일상을 그대로 마주할 수 있는 도시, 로컬과 여행자가 분리되지 않는 도시. 지금 아시아의 대도시 중에 몇 안되는, 보물같은 여행지다.
여행 내내 한 번도 먹지 못했던 망고빙수를, 떠나기 전날 시정부역 지하의 푸드코트에서 드디어 사먹었다. 엄마가 망고를 별로 안좋아하시기도 하고, 의외로 찾아가서 먹지 않으면 흔하게 만날 수 없는 게 망고빙수인지라. (하지만 곧이어 연재할 두번째 타이베이 여행에서는 망고빙수 퍼레이드를 펼쳤다는ㅋㅋ) 이 망고빙수는 우유 얼음이 아니라 맑은 얼음이 베이스고 흑설탕 시럽을 듬뿍 끼얹어 풍미가 남다르다. 나름 엄청 맛있게 먹었다는.
Epilogue
작년 8월의 대만여행기를 이제서야 겨우 마무리한다. 조금 서둘러 끝내는 감도 없지 않은데, 이유는 지난 11월에 떠났던 '타이페이~발리~방콕' 한붓그리기 여행에서 유일하게 대만 여행만 연재가 계속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 여행을 마치고 약 두어 달 후에, 난 다시 타이페이를 방문하게 되었다. 사실 취재를 목적으로 갔었지만 진짜 '여행'이라는 의미에 제대로 부합했던 일정은 한붓그리기 전 일정 통틀어 타이페이가 최고였다. 멋진 친구들을 만나 함께 했던 타이페이&베이터우 4박 5일 힐링여행, 바로 연재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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