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았던 타이난 여행을 끝내고 타이베이로 돌아와 다시 에잇존 호텔에 체크인을 했다. 호텔이 있는 중샤오신솅 역 부근에는 마침 화산 1914 예술 문화단지(창의문화원구)가 자리잡고 있다. 출사를 겸한 가벼운 산책 코스로 더할 나위없이 멋진 야외공간이어서, 타이베이에서의 마지막 이틀동안 두 번이나 이곳을 찾았다. 비가 막 개인 오후에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그리고 또 한번은 아침 일찍 천천히 거닐며 사진을 찍는 가벼운 산책으로.
오래된 양조장 건물이 빈티지한 아트 스팟으로
화산 1914는 처음 타이베이 여행을 계획할 때부터 꼭 와보고 싶은 곳이었다. 기대보다 에잇존 호텔의 시설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화산 1914 옆에 있다는 지리적 이점 만큼은 점수를 줄만 하다. 호텔에서 길만 건너면 화산 1914 입구가 보인다. 시내 한 복판에 이렇게 큰 문화 복합공간이 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낡고 오래된 양조장 건물을 허물지 않고 고유의 빈티지함을 그대로 살려 젊은이들이 예술활동을 펼치는 공간으로 쓴다는 게 신기하고 부럽기도 했다.
수많은 여행기에서 화산 1914를 소개하고 있지만, 여행 전에 사진으로만 접한 이 곳은 대체 뭐라고 정의해야 할지 아리송했었다. 직접 와서 보니 단순히 갤러리만 모여있는 아트 스팟도 아니고, 쇼핑 거리도 아니었다. 그 모든 것들이 다채롭게 뒤섞여 있는 복합 문화공간에 가깝다. 레스토랑과 카페도 꽤 여러 곳 있는데, 하나같이 간판도 입구도 너무나 예쁘다.
마침 기차로 타이난에서 넘어와서 점심도 거른 상태라, 레스토랑 겸 펍으로 운영되는 앨리캣(Alleycat)에서 갓 구워낸 빵과 갈릭크림 딥, 그리고 야채 스프를 먹었다. 저녁에는 크래프트 맥주도 파는데 가격은 한국보다 약간 비싸거나 비슷한 수준. 혹시 중샤오신솅 역 부근에 묵는다면 저녁에 찾아도 참 좋을 것 같다.
간단히 점심을 먹고 난 다음 내부를 천천히 둘러본다. 시간을 거스른 듯한 오래된 느낌의 찻집도 있고, 홍대 뒷골목 분위기 나는 트렌디하면서도 깔끔한 카페도 있다. 다양한 전시와 아트숍만 모여있는 구역도 있어서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마침 지금 열리는 전시 중에는 고궁박물관의 일부 전시를 멀티미디어로 체험하는 팝업 전시도 있었다.
이곳에서 파는 제품들은 하나같이 개성이 넘친다. 로컬 디자이너의 옷을 파는 부티크도 있고, 타이완의 정체성을 담은 문구류도 있고, 특산물로 생산되는 차나 커피세트도 있다. 특히 사진 속의 여권지갑처럼, 대만 여행을 기념할 수 있는 선물용 아이템이 많아서 여행 마지막 즈음에 들리면 좋겠다.
타이베이에서 만나는 이케아
저녁 식사도 하고 쇼핑도 할겸, 화산 1914를 둘러보고 나서 이케아로 향했다. 근데 지난 5월에 방콕에서 워낙 많이 사서 이젠 더 살것도 없더라. 대충 둘러보고 레스토랑에 갔는데 아늑하면서도 꽤나 넓은 식당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여느 메뉴들은 다른 나라와 비슷한데, 타이베이 이케아에서는 디저트로 우유 푸딩이 있어서 한 병 뚝딱 하고.
오늘 저녁엔 맥주 대신 이케아에서 사온 스웨디시 사이더 두병과 이케아 옆 길거리에서 싸게 사온 애플 망고로 마무리. 배로 만든 사이더와 엘더플라워 & 라임 사이더였는데 맥주와 도수는 비슷하지만 약간 샴페인스러운 과일 풍미가 나는 톡쏘는 술이다. 이젠 제 역할을 다한 대만전도를 바닥에 깔고, 엄마와 두런두런 수다떨며 한 잔 걸치는 어느날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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