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타가 비록 닳고 닳은 조약돌같은 관광지가 된지 오래라지만, 먼지 쌓인 싸구려 기념품이 흘러 넘치고 여전히 동양인에게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내는 쿠타의 빈티지한 거리가 오히려 순수해서 좋았다. 그에 비해 택시로 10~15분 거리에 있는 스미냑은 좀더 예술의 기운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쇼핑이나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향했던 스미냑이지만, 사실 이 거리는 그냥 천천히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스미냑 산책, 시작하기
쿠타에서 스미냑이 엄청 먼 줄 알고 이번 일정에서는 못가나 했었는데, 쉐라톤에서 택시로 15분이면 르기안을 거쳐 스미냑 스퀘어에 도착한다. 아침 먹고 일찌감치 호텔을 나서 스미냑에 도착하니 오전 10시 반도 안된 이른 시간. 거리에는 사람도, 차도 없이 한가롭다. 어제 산 샌들도 신었겠다, 가벼운 걸음으로 조금씩 앞으로.
쿠타에서는 정신이 없어 잘 보이지 않았던 간판, 벽의 그림 같은 게 조용한 스미냑에서는 좀더 선명하게 보인다.
스퀘어에서 발걸음을 돌려보지만, 지도 한 장 없이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지 방향을 모르겠다. 잠시 길을 잃은 채 헤매다가 다시 택시가 왔던 방향을 천천히 거슬러 걸어보기로 했다. 택시로 올 때 창 밖으로 많은 숍이 보였던 걸 기억해냈다. 쿠타에서 르기안, 스미냑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데, 그 길을 따라 엄청 많은 로컬 숍들이 쇼핑거리를 이루고 있다. 그 거리로 합류해서 걷다 보면 뭔가 반짝이는 걸 발견할 지도 모르니까.
큰 길 보다는 작은 옆골목, 화려한 쇼윈도우보다는 독특한 그래피티가 더 눈에 띄는 스미냑의 평화로운 풍경.
간만에 아무 생각없이 길을 걷는다. 대만에서 5일을 보내고 발리에 와서 또 일주일 째 여정을 보내고 있다. 더운 날씨에 이젠 조금씩 적응해가고 있는 단계. 오늘 스미냑 일정을 마치고 나면 엄청 탈 것 같다.
스미냑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건 바로 크고 작은 갤러리다. 이렇게 숍의 옆 골목에 그림을 걸어두고 주인을 기다리기도 한다. 그림을 잘 볼줄은 모르지만 걸어두기에 꽤나 멋져보이는 그림들이 많았다. 그리고 전통 회화보다는 현대적인 감각의 그림들이 더 많았다. 다음에 발리에 또 온다면 갤러리나 미술관에도 맘먹고 한번 가보고 싶다.
사실 스미냑에 쇼핑할 수 있는 로컬 숍이 많다고 해서 일부러 온 건데, 우리같은 여행자에게는 땡볕 아래 일일이 개인 숍을 찾아다녀야 하는 스미냑은 적당하지 않은 스팟이다. 늘 시원한 쇼핑센터에서 논스톱으로 쇼핑을 하다가, 이렇게 개별 숍을 하나씩 보고 들어가는 쇼핑은 스미냑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갖고 있거나 여러번 왔던 리피터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특히 스미냑에서는 로컬 디자이너의 부티크 제품을 쇼핑하는 게 맛인데, 가격도 고가이고 일부러 찾아다녀야 한다. 나는 몇 개의 숍을 들락거리고 나서, 쇼핑은 접었다. 저렴버전 쇼핑이라면 쿠타의 디스커버리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대신 한국여행자들이 필수로 들르는 빈탕 슈퍼에서는 가장 대중적인 발리 천연비누인 neBali Soap을 여러 개 샀는데 쿠타보다 훨씬 저렴했다. 그리고 발리 비누가 종류가 엄청 많은데,. neBali Soap 제품이 좀더 가격도 있고 질도 좋은 편이다. 여행선물용 발리 비누는 꼭 빈탕 슈퍼에서 사길 추천. :)
Coffee @ Babar Cafe
스미냑의 쇼핑 거리를 정처없이 걷다가, 도저히 너무 덥고 힘들어서 잠시 쉬어가기로. 눈 앞에 보이는 카페의 몇 안되는 야외석이 북적북적하길래 한 자리 잡고 털썩 주저않아 아이스 커피를 주문했다. 근데 커피가 처음부터 크레마가 예사롭지가 않았는데.....맛을 보니 오 이럴수가. 여행 와서 마셨던 모든 커피 중에 최고!! 큰 사이즈로 시키지 않은 걸 너무나 후회했다. 스미냑의 물가에 비해 커피도 저렴한 편이고, 와이파이도 되고....게다가 카페 내부를 슬쩍 들여다보니 갤러리가 따로 없다.
우연히 들어갔던 카페지만 스미냑의 카페 수준을 가늠할 수 있었던, 정말 훌륭한 커피를 파는 카페였다. 혹시라도 스미냑 구경하다가 들르실 분들을 위해 카페 바바르의 주소 방출.
add: Jalan Raya Basangkasa 17, Seminyak
web: http://facebook.com/babarcafe
원래는 포테이토 헤드 비치클럽까지 가서 W호텔과 함께 구경하고 올 작정이었지만, 이미 스미냑 스퀘어에서 출발할 때 반대 방향인 르기안 쪽으로 너무 내려와 버려서 다시 택시를 타야 하는 상황. 카페에서 와이파이로 구글맵을 확인하고 나서 포테이토 헤드는 포기하고, 빈탕 슈퍼에서의 비누 쇼핑으로 스미냑 산책은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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