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3개 대도시를 3주간 돌아보는 '나홀로 1도시 1주일 여행'. 그 시작은 대영제국의 중심인 유럽 최대 도시, 런던이다. 모든 여행을 마친 후에 연재를 시작하면 아무래도 많은 걸 빠뜨릴 것 같아서, 런던에서 바로 업데이트하기로! 이제 런던 일정도 이틀밖에 안 남았는데, 아직 보고싶은 것의 반도 채 못 본것 같다. 역시 런던은 내 기대보다 훨씬 대단한(여러가지 의미에서) 도시였고, 8박 9일은 런던에겐 가당치도 않은 짧은 시간이었다.
히드로 공항에서 입국심사를 마치면, 대한항공 수하물 찾는 곳에는 한국어 안내판이 있다.
@ Korean Air (12시간 동안 비행기에서 찍은 사진이 단 한장도 없다...)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 안. 온 나라를 집어삼킨 재난과 전국민적 우울함은 공항의 표정도 바꾸어버린 것 같다. 몇몇 단체 관광객을 제외하면 대부분 출장이나 일상으로 돌아가는 분위기. 런던이라는 행선지의 특성도 있겠지만, 여행의 들뜬 표정은 좀처럼 찾기 어렵다.
꾸벅꾸벅 졸다가, 새삼스레 눈에 들어오는 기내 안전방송을 물끄러미 보다가. 한참을 다운된 기분으로 뒤척이다 "새로 내려야 해서 시간이 걸릴텐데 괜찮으실까요?"라며 승무원이 내놓은 신선한 커피향에 조금은 긴장이 풀린다. 공항 라운지에서 기계가 고장나 못 마셨던 커피를 원없이 마시고 나니, 이제야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는 실감이 든다.
첫 기내식 비빔밥을 꾸역꾸역 입에 넣고도 9시간은 더 가야 하는 멀고 고단한 비행길. 작년에 옆집 마실 다니듯 훌쩍 건너다니던 아시아와는 차원이 다른 여행이다. 지난 3개월 간 아시아 3개국, 호주 2개주 여행도 결국 유럽행을 위한 레벨업의 과정이었구나. 각기 다른 세 도시의 교통편과 언어와 지리에 일주일마다 익숙해져야 하는 자유여행의 높은 벽은 내게도 예외가 아니다. 아니, 아직도 너무나 어렵고 힘들다. 여행을 자주 다니지 않는 대부분의 이들에겐 오죽하랴.
※히드로 공항 입국심사 시 주의할 점
이전에 짧게 언급했지만 런던의 관문 히드로 공항은 입국 심사를 타국에 비해 꽤 까다롭게 한다. 자신의 여행 목적에 대한 짧고 간결한 답변은 미리 염두에 두는 게 좋다. 나는 총 4~5개의 질문을 받았는데, "런던은 처음이니? 어디 묵을 거고 왜 왔니? 며칠 있을 건데? 다음 여행지는 한국으로 돌아갈 거냐 다른 도시로 갈거냐?".... 심심해서 노가리까고 싶은건가 왤케 시시콜콜.. 심사관이 훈남이라 봐줬다;; 자. 영국은 영어의 본고장! 이제 정통 잉글리쉬를 듣고 말하는 데 익숙해져야 할 시간. 겁먹지 말고 상대방의 눈을 응시하며 단어 중심으로 말하면 잘 통한다. 런던은 뉴욕처럼 인종의 용광로와 같은 도시고, 우리보다 영어 못하는 민족들도 잘만 살고 있으니 절대 두려워하지 말자.
히드로공항에서 런던 시내까지, 지하철 타고 이동하기
입국심사를 무사히 마치고 나면 짐을 찾아서 튜브(지하철)를 타고 시내로 가면 되는데, 히드로 공항에서 지하철 어떻게 타는지 걱정하는 이들도 많으리라. 하지만 Underground라고 써있는 방향은 단 하나 뿐이므로 너무나 찾기 쉽다. 수많은 사람들이 공항역에서 피카딜리 행 지하철을 탄다. 하지만 오이스터 카드(교통카드) 구입은 필수다. 현금으로 타면 2배 가까이 비싸니 안살 이유가 없다. 카드 발급기가 개찰구에 있는데, 지폐는 안받고 동전만 가능해서 걍 신용카드로 구매했다. 15파운드(한화 25000원) 정도 충전하면 2~3일 쓰더라. 런던 교통비는 듣던 대로 살벌하다.
첫 런던 에어비앤비는 공항에서 2~30분 거리에 있는 Baron's Court 역 근처. 환승 필요없는 피카딜리행 라인에 있고, 2존이지만 1존 바로 직전이라 시내에서 멀지 않은 게 장점이다. 다른 거 안보고 위치 하나 보고 예약했다. 런던 지리를 모르는 상태에서 히드로 공항에서 가장 편하게 올 수 있는 에어비앤비를 고른 것이다. 과연 내 선택은 적절했을까?^^
호스트(집주인)가 알려준 대로 정원을 통과하래서 역 바로 앞에 있는 한적한 정원을 가로지른다. 벌써부터 영국의 전원스러운 분위기가 펼쳐지는구나. 그런데 멀리 보이는 으시시한 비석들...해리포터 돋네ㅋㅋ 오래된 공동묘지 터여서 수많은 묘지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밤에는 완전 대박 무서울듯.
나의 첫 런던 에어비앤비 입성!
작은 정원을 통과하자마자 보이는 몇채의 플랫(Flat, 아파트와 비슷한 공동 주택을 이르는 영국말)이 이어진다. 한눈에 보기에도 로컬이 사는 주택가 동네임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부자 동네는 전혀 아닌 것 같고, 다양한 이민자들이 지나다니는 걸 봐서는 서민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보였다.
어렵지 않게 호스트인 밀레나의 집을 찾을 수 있었다. 밀레나는 내가 원래 도착한다고 했던 시간에 오지 않자,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며 따뜻하게 맞아 주었다. 그녀의 집은 복층 플랫으로 1층에는 키친과 그녀의 방이 있고, 2층에 게스트룸이 2개 있다. 더블룸도 있었지만 내 방은 싱글룸으로 침대와 TV가 놓인 심플한 방이었다. 사진에는 좁게 나왔지만 방은 생각보다 공간이 꽤 있었고, 욕실도 방 바로 옆이어서 Share라고 해서 특별히 불편하진 않았다.
80~100불에 런던에서 이정도 방에 묵을 수 있다는건 분명 행운이다.(호텔은 4성급도 300~400불을 상회) 하지만 나는 여행에서 비용을 아끼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생각지 않기 때문에, 중저가 에어비앤비에는 쉽게 만족하기 힘들었다. 지금도 두번째 에어비앤비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데, 노팅힐에 위치한 150불이 넘는 좋은 방이지만 여전히 불편하다.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지 않고, Bathroom을 공유하며, 모든 시설 사용에 호스트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전용실 대여'는 내 여행 스타일과는 맞지 않는다는 걸 확실히 깨달았다. (그러나 파리 여행에서는 전용실이 아니라 '아파트 전체'를 대여할 예정이라 본격적으로 고급 호텔과 비교가 가능할 것 같다.)
밀레나에게 슈퍼마켓 위치를 물어서 손쉽게 세인즈버리를 찾았다. 마치 우리나라 여행을 하는 것처럼, 모든 게 특별히 어렵거나 힘들지 않은 건 아마도 호주에서 하드 트레이닝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겠지.(...) 런던 물가 비싸다 비싸다 말이 많지만, 마트에서 몇 가지 식료품을 사면서 서울 물가가 이제 얼마나 비싸졌는지 새삼 알게 된다. 바나나 한 다발과 물 한병, 그라놀라 바 4개 한 봉지를 샀는데 5천원 정도. 게다가 우연히 집어든 세인즈버리의 손바닥만한 그라놀라 바(쿠키처럼 생겼다)는 진리의 맛이었다. 한국에서는 먹기 힘든 츄이한 식감과 영양 가득한 재료들. 런던 여행에서 식도락은 전혀 기대 안하고 왔는데 첫날부터 예감이 꽤 괜찮다. 자, 내일 아침부터 본격적인 런던 탐방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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