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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U.K

영국식 빈티지를 호텔에 구현하다, 러프 럭스(Rough Luxe) 호텔

by nonie 2014.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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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숨겨진 부티크 호텔, 러프럭스(Rough Luxe)에서의 숙박은 이번 런던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순간 중 하나다. 런던이라는 도시 전반에 깔린 '빈티지'라는 키워드를 호텔에 그대로 구현한 흔치 않은 호텔로, 단 8개 뿐인 객실에 투숙 기회를 얻었다는 자체가 내겐 행운이었다. 낡음이 지닌 미학을 세련되게 연출해 낸 러프럭스 호텔, 그리고 킹스크로스에서의 2박 3일은 참으로 에너제틱한 나날이었다. 







킹스크로스의 작지만 아름다운 호텔, 러프럭스

1존 언저리에서 오가던 에어비앤비에서의 이틀을 무사히 보내고, 드디어 런던 일정의 유일한 호텔 입성!!ㅠ 설레는 마음에 체크인 시간이 되기도 전에 서둘러 방을 빼고 킹스크로스로 향했다. GPS 상에는 킹스크로스역 바로 맞은 편인데, 코 앞에서 호텔이 보이지 않는다 했더니....일반 건물처럼 생긴 입구에 작은 간판을 달고 있어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것. 


남의 집에 조심스레 방문하듯 벨을 누르자, 처음엔 인기척이 없더니 한참 후 뚱뚱하고 맘씨 좋게 생긴 청년이 나와 "쏘리~"라며 가방을 받아든다. 하얀 현관문이 열리자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100여 년 전 런던의 가정집을 방문한 듯한 너무나 빈티지한 로비였다. 노신사들의 그림(혹은 사진)과 오래된 의자, 낡은 벽과 계단...마치 셜록 홈즈가 파이프를 물고 앉아 있을 법한 공간이랄까. 러프럭스의 작지만 cozy한 로비는 런던, 그 자체였다.










Lobby

러프럭스는 런던 호텔업게에 도전장을 낸 젊은 두 청년이 만든 부티크 호텔이라고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건물 곳곳이 세심하게 꾸며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낡은 건물을 호텔로 뒤바꾼 것이지만 단순히 낡은 것을 새 것으로 바꾸는 게 아니라 낡은 것 위에 런던 특유의 컬러와 디자인을 더하는 식이다. 체크인을 도와준 청년이 "객실은 업그레이드 해드려서 3층에 있답니다"라며 내 무거운 캐리어를 낑낑 들고 앞장선다. 당연히 이 건물에 리프트(엘리베이터)는 없다. 삐걱대는 나무 계단을 오르며 러프럭스만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Room 8

객실은 크게 침실과 욕실로 구분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욕실이 더 넓은 것 같다? ㅋㅋ 침실은 커다란 킹사이즈 침대가 꽉 채우고 있어서 다소 좁게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침대 머리맡과 반대 편 벽에 각각 거울과 원근감이 느껴지는 런던의 사진을 걸어 놓아 조금 더 넓어보이게 꾸몄다. 강렬한 레드+블랙 컬러의 침구에서도 런던스러운 색감이 느껴진다. 


사진은 굳이 소개하지 않았지만, 약간의 여행서와 돼지코를 놓아두는 센스. 그리고 예쁜 병에 든 물과 커피포트, 티타임용 과자와 티도 준비되어 있다. 단, 포트 상태가 그리 좋아보이진 않아서 내가 가져간 포트를 썼다. 









Bathroom

이 호텔에서 유일하게 아름다운 욕실을 갖춘 단 하나의 방, 8번 룸으로 업그레이드를 해준 덕분에 이런 호사를 누려본다. 수많은 호텔에 묵어 봤지만 놋으로 만들어진 빈티지한 욕조에서 반신욕을 하게 될 줄이야. 수 년전 막연하게 런던을 꿈꾸면서 홈페이지로만 훔쳐봤던 이 욕실에 드디어 와 있다니 믿겨지지 않는다. 사진보다도 훨씬 예쁘고 독특했다. 어메니티는 스코틀랜드에서 만들어진 필굿 포뮬러스의 향기로운 목욕용품을 넉넉히 갖춰 두었다. 러프럭스에 묵으면서는 하루 중에 목욕하는 시간이 제일 행복했다는...ㅜ







투숙 첫날 테스코에서 장 봐온 것들도 간단히. 플럼 토마토와 볼빅 2리터, 어니언 후무스와 런던 프라이드 대짜 한 병, 씨솔트 비니거 감자칩 대짜 한봉지, 포피씨드 베이글 하나. 요렇게 해서 한화 1만원 가량이니, 영국 물가도 슬슬 만만하게 느껴진다. 서울에서 만원이면 홍대에서 런던 프라이드 한 잔 마실까 말까...ㅋㅋ 


런던 호텔의 객실료가 워낙에 후덜덜한지라 러프럭스에서 조식을 포함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장봐온 것들로 아침 저녁에 참 유용하게 잘 먹었다. 특히 테스코의 캐러멜라이즈 어니언 후무스, 1유로 정도의 말도 안되는 가격에 진짜 맛있는 소스여서 런던 여행 내내 후무스에 푹 빠져 있었다. 병아리콩을 갈아 만드는 중동식 소스인 후무스는 한국에서도 수입 마켓에서 간간히 팔지만 매우 비싸고 유통기한이 짧다. 빵에 발라 먹거나 토마토를 찍어먹어도 그만. 









Location and...

러프럭스 호텔은 런던 시내의 중심이자 그 유명한 '킹스크로스' 역 바로 맞은 편에 있다. 그래서 여행의 동선을 짜기에도 매우 효율적이고 런던 아침의 활기찬 분위기를 느끼기에도 정말 좋았다. 대신 여행자들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밤에는 꽤 위험해지니 나처럼 혼자 여행한다면 저녁에는 가급적 귀가를 서두르길 추천. 당장 내일 아침에 길만 건너면 해리포터의 호그와트 정류장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절로 콧노래가 난다. 


유일한 단점은 객실료...2박에 40만원이 넘어서 런던 숙박비 예산의 절반을 여기다 썼다.ㅜ 그나마 러프럭스가 다른 부티크 호텔(바운더리, 에이스 호텔 런던 등)에 비해 몇 만원 더 저렴한 것도 이곳을 선택한 이유였지만, 다음에는 돈 많이 벌어서 이 세 호텔에 각각 3박 이상씩 머무르고 싶다.ㅠㅠ 그만큼 너무 짧아서 아쉬웠던 2박 3일. 


호텔을 닮은 멋스러운 러프럭스 홈페이지에서 객실을 좀더 자세히 볼 수 있다. http://www.roughluxe.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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