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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24일, 로맨틱하게도(?) 크리스마스 이브에 오픈한 카페가 있다.
무이 비엔(Muy Bien). 스페인어로 매우 좋다(Very Good)라는 뜻이란다. 
홍대 입구보다는 상수역에서 가깝다. 북적이는 홍대 카페촌에서 벗어나
상수역 근방에서 느껴지는 한적함 때문인지,
혹은 카페 이름에서 주는 여유 때문인지, 그저 지나가다 조그만 간판을 보고
문득 빨려 들어가듯 들어가 보고 싶어지는 곳이다.

간판 로고와 메뉴판 디자인을 작업한 선배의 소개로,
4명의 AB-ROAD 동료들이 모여 조촐한 송년회를 가졌다.







드르륵. 여닫이 문을 열고 들어간다.
정면에는 연에메랄드색 벽 너머로 언뜻 보이는 주방, 그리고 큼직한 컵들이 보인다.






주인장 언니가 극구 촬영을 거부하셔서 주방만 살짝쿵 들여다 본다.
마치 쿠킹 아카데미하는 작업실을 연상케 하는, 널찍한 주방은 훤하게
뚫려 있다. 지지고 볶는 소리를 들으며, 커피 갈고 내리는 소리를 향기보다
먼저 들으며, 그렇게 기대하며 기다릴 수 있는 공간이리라.





12월 마지막 날에 보는, 크리스마스의 흔적.
오픈 전날 파티가 있었다고 한다. 그날의 설레임을 보는 듯.






그 흔한 월그래픽도, 액자 하나도 없이,
그 벽을 몇 개의 조명이 따스하게 비추고 있다.
오히려 아무것도 없는 게 독특하게 느껴졌다. 온갖 오브젝트로 꽉꽉 채워진
대다수 홍대 카페들과 분명한 대조를 이룬달까. 그저 깔끔한 원목 테이블 몇개.
창가의 작은 자리가 탐이 났다. 아마도 혼자였으면 저 자리에 앉았으리라.

쥔장이 남다른 미적 감각을 가지고 계시는구나...심플함조차 개성있게 느껴지는
무이 비엔의 컨셉트에 괜시리 호기심이 나서 선배에게 슬쩍 물어보니,
쥔장 언니가 영화 쪽 일을 하다가 카페를 내게 되셨다고 한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우리가 들어설 때 유일하게 앉아있던 손님이 바로
영화 <6년째 연애중>의 감독, 박현진 감독님!쥔장 언니랑 절친한 사이시라고.
얼마전 밴쿠버에서 한국 오는 길에 비행기에서 영화 재밌게 봤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런 사람 의외로 많네'라며 반갑게 받아주신다. 성격 좋으실 것 같아.^^






AB-ROAD 시절에도 남다른 편집 디자인 실력을 자랑하던 April 선배의
멋진 메뉴판 디자인! 특히 와인 메뉴판 대박이다. ㅎㅎ

무이비엔의 주력 메뉴는 와인, 그리고 와인과 잘 어울릴만한 맛있는 요리다.
와인은 3~5만원대. 샌드위치는 8500~9500원대.
특히 샌드위치와 스프가 주 메뉴. 우리는 '양파잼'이라는 특이한 이름의 샌드위치와
오픈 그라탕, 그리고 오늘의 스프를 주문했다.






메뉴 다 골라놨는데 늦게 와서 뒷북치고 있는 송 선배. 오늘의 청일점.
선배. 기자 그만 두시더니 가오가 사라지셨어요. 내가 아는 당신이 아니야 ~
그냥 월급쟁이 된거냐~며 그저 안타까워했던...ㅋㅋ
(내 특별히 인물 사진을 올려드리는 이유, 그렇다. 구인광고;; 장가 보내야 해~ㅋㅋ)
 
nonie가 한창 선배 기어오르기와 놀려먹기에 재미 들려하고 있는 동안에도,
주방에서는 맛있는 소리, 맛있는 향기가 솔솔 배어 나온다.

꺅. 나왔다.






오늘의 스프와 양파잼(샌드위치).

오늘의 스프는 닭고기 스프다. 사실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나오는 스프는
대부분 버섯이나 감자 스프여서 제대로 된 닭고기 스프를 먹어본 기억이
없다. 유난히 춥게 느껴졌던 12월의 마지막날, nonie의 뱃속을 따뜻하게 덥혀 준
닭고기 스프는 왠지 맛 이상의 훈훈함을 안겨주었다. 잘게 찢어진 닭고기살과
부드러운 스프의 맛.

양파잼은 그릴에 구운 빵 속에 세 가지 치즈와 캐러멜 어니언(갈색으로 오래 볶은
양파)를 넣어 만든 샌드위치. 옆에는 발사믹 식초 드레싱이 맛깔나게 뿌려진
싱싱한 샐러드가 곁들여져 나온다. 담백함과 상큼함을 동시에 맛보는 느낌.






오픈 그라탕.
이름이 특이해서 주문해봤는데, 너무너무 맛있었다. :)
꿀 소스를 듬뿍 바른 두툼한 구운 빵 위에 치즈와 채소 샐러드 가득.
달콤한 꿀향이 스며든 색다른 그라탕.






어느새 한상 그득히 차려졌다.;
나무결이 살아있는 원목 테이블과 잘 어울리는 소박한 접시들.
우리는 계속 접시를 뒤집어보며 이케아 건지 확인 작업. 이쁘다~를 연발하며 ㅋㅋ






오픈 그라탕 한입 샷.
새콤달콤 드레싱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맛난 그라탕. 간간히 씹히는
페타 치즈의 꼬소함. 배가 부른데도 계속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한 명의 선배가 합류하면서 4개의 의자가 모두 채워지자
오늘의 스프를 1그릇 더 주문. 빵이 하나 곁들여져 나왔다. 닭고기 스프에
찍어먹는 구수한 빵 맛이란. 음.






그렇다. 여자 3에 남자 1. 대세는 청일점의 몰아주기인 것이다 ㅋㅋ
우리는 디저트까지 해치우기로 합의를 보고 커피 주문. 하지만 nonie는
저녁 카페인 민감증-_-때문에 마시진 않았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더니
그자리에서 원두를 꺼내 갈아주신다. 원두 봉투 여는 순간 신선한 향기가 진동...






커피와 함께 곁들일 티푸드로는 달콤하고 진득한 초콜렛 케익이 제격.
노란 오렌지 소스가 곁들여 나온다. 초콜렛 케익에 소스를 묻혀 먹으면
완전히 색다른 맛이 난다.  커피도 커피지만 그때그때 만들어 내오는 케이크 류도
너무 맛있다. 다음에는 꼭 차 마시러 오리라. (홍차도 위타드를 쓰신다는ㅎㄷㄷ)





요건 우리들의 끊이지 않는 수다를 진정시키고자 ㅋㅋ 쥔장 언니가 내주신
소담한 포도 한 송이 서비스. 꺄~ 사실 쥔장언니도 옆 테이블에서
박현진 감독님을 필두로 4~5분끼리 모여 작은 송년회를 하고 계셨던 것.
어느새 두 테이블은 촛불로 따스하게 밝아졌고, 그 이상의 조명은
필요 없었다. "불 끌께요~"하시는 쥔장님 ㅋㅋ
 

무이 비엔. 아직은 나만 알고 싶은 곳이다. 홍대와 가깝지 않다는 점도,
쥔장언니의 예쁜 주방을 흘끗흘끗 구경할 수 있다는 점도, 
맛있는 커피를 직접 갈아서 리필해주시는 점도, 
조금 여유가 있다면 맛있는 와인과 요리를 먹을 수 있다는 점도,
한낮에 햇살 받으며 창가에 나만 혼자 앉고 싶은 자리가 있다는 점도,
맘에 든다. 계속, 그냥 그자리에 있어줬으면 하는 카페가 하나 더 생긴 기분.

다시 드르륵, 문을 열고 나오면서 갑자기 '카모메 식당'이 생각났다.
시나몬롤 향기에 취해 자기도 모르게 들어가게 되는 식당같은. 무이비엔은
딱 그런 느낌이다. 다음엔 꼭 차 마시면서 책 읽으러 가보리라.^^

무이 비엔 블로그도 있다. http://blog.naver.com/fly_muybien 
앞으로 더 많은 이야기로 채워지길 바라면서.
 위치는 상수역 1번 출구에서 직진, 사거리에서 대각선으로 오른쪽
바라보면 롤링홀이 보이고, 거기서 왼쪽으로 몇 걸음만 걸으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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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 April } 2009/01/07 17:19

    오 역시 이 카페의 컨셉을 잘 파악했구나ㅋ
    그날일 생각나네- 잼있었지ㅋ 담에 무이비엔 또가자^^

    • BlogIcon nonie 2009/01/07 21:46

      컨셉이야 선배가 자세하게 얘기해주신 덕분이죠 뭐~ㅋㅋ
      아..근보선배를 자세히 묘사하고 싶었는데
      참았어요 캬하핫~ 곧 또 만나요~

  2. tarnia 2009/02/01 13:15

    재밌는 글 잘 보고 갑니다. 제가 찍혀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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