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연재하는 런던-베를린-파리 '나홀로 1도시 1주일 여행'은 하루 일정을 한 포스트로 소개하려고 한다. 매 첫머리에는 요일과 날씨를 감안한 나만의 코스를 소개할 예정.
런던여행 1일차 일정 (일요일 + 날씨 맑은 날의 코스)
에어비앤비 숙소 출발 - 브릭레인 선데이 마켓 구경 - 브릭레인 베이글 점심식사 - 스트릿 아트 골목 구경 및 러프 트레이드 음반점 방문 - 올드 스피탈필드 마켓에서 핸드메이드 제품 구경 및 쇼핑 - 장보기 및 숙소 귀가
런던의 일요일엔 브릭레인으로
런던을 방문하는 여행자들은 거의 예외없이 웨스트민스터 사원과 버킹엄 궁전 등 주요 유적지를 가장 먼저 찾는다. 하지만 나는 런던 여행의 일반적인 코스를 살짝 비틀어서 요일과 날씨에 맞게 배치했다. 특히나 변덕스러운 날씨는 런던 여행에서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한다. 다행히 첫날의 날씨는 너무나 쾌청했고, 오늘은 평소엔 조용하던 브릭레인 일대가 수많은 인파로 뒤덮이는 일요일이다. 망설임없이 오늘의 코스는 런던의 동쪽, 브릭레인 일대로 정했다.
Aldgate East 역에서 내리면 수많은 이들이 마켓으로 향하기 때문에 길조차 찾을 필요가 없다. 가는 길에는 TV에서만 봤던 너무나 유명한 그래피티가 끊임없이 발길을 붙잡는다. 그 위험하다는 '지나가는 행인 붙잡아 사진찍기'도 시도해 보고. 다행히 이날은 관광객이 워낙 많아서 상부상조 촬영해주면 된다는. 그래도 카메라 도둑은 항상 조심!
브릭레인에서 커피마시고 점심먹기
런던에는 유명한 로스팅숍이나 카페가 많지만, 나처럼 까다로운 커피 취향을 가지고 있다면 선뜻 아무데나 들어가기 쉽지 않다. 제대로 된 커피 한 잔이 절실할 즈음, 검은 차 한대가 차량에 기계를 설치해 놓고 커피를 뽑아 파는 걸 발견했다. 런던 택시의 상징인 검정색 택시의 이름을 딴 '더 블랙캡 커피'라는 브랜드까지 갖추고 자신들의 이름을 건 블렌딩 원두로 뽑는 커피는 역시 꽤 마실만 했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그 유명한 브릭레인 베이글도 있었다.
베이글집은 두 개가 붙어 있는데 사진 속 흰색 간판이 유명한 집이다. 어찌나 사람이 줄을 길게 서 있던지 맛집인 걸 모를 수가 없다. 관광객보다는 현지인이 더 많았고, 현지인들은 하나같이 주문하는 메뉴가 똑같았다. 그것은 바로...
브릭레인 베이커리의 자랑, 솔티드 비프(Salted Beef). 베이글집 밖의 쇼윈도우에서도 커다란 고깃덩이에서 큼직하게 고기를 잘라내는 진풍경을 구경할 수 있다. 나 역시 솔티드 비프를 넣은 베이글 샌드위치를 주문했는데, 고기도 너무 맛있었지만 역시 유명한 베이글집 답게 베이글 자체가 너무나 쫀득하고 신기한 맛이었다. 주문을 하면 머스타드를 넣을거냐고 물어보는데, 이때 피클도 얘기하면 추가할 수 있는듯. 잘 몰라서 피클 없이 먹었지만 그래도 엄청 맛있었다.
그림스비 스트리트의 환상적인 그래피티
일요일이 아니어도 볼 수 있는 브릭레인의 볼거리는 역시 스트리트 아트를 빼놓을 수 없다. 런던 곳곳에서 뱅시(Banksy)의 후예들이 남긴 수많은 그래피티를 볼 수 있지만, 브릭레인의 좁은 골목 중 하나인 그림스비 스트리트에는 바로 어젯밤에 그린 듯한 생생한 컬러감이 살아있는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90년대 흑인음악을 연구하다시피 했던 내게는 힙합과 서브컬쳐의 상징인 그래피티에 어릴 적부터 꾸준하게 관심을 두었는지라 이 골목이 각별하게 다가왔다.
음악 덕후를 자부한다면, 러프 트레이드(Rough Trade)
팝 음악의 발상지인 런던에는 그들의 자부심을 대변하는 음반점이 아직도 건재하다. 특히 브릭레인의 러프 트레이드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특히 방대한 음반을 전문적으로 큐레이팅해 소개하고 인디 음악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미디어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러프 트레이드가 선정한 뮤지션은 새 앨범을 발매하면 여기서 사인회도 하고 발매 기념 팔찌도 줄서서 받아가는 이벤트를 자주 한다. 또한 음반을 소비하지 않는 지금의 리스너를 위해 서브스크립션 방식을 도입, 한달에 일정액을 내면 큐레이팅한 신보를 집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도 한다. 그 뿐이 아니다. 런던 최고의 로스팅 커피숍 몬머스(Monmouth)의 커피를 매장 안에서 주문하고 마실 수 있다. 한국에는 이미 오래전에 없어진 음반점이, 런던에서는 가장 트렌디하고 쿨한 공간이 되어 있었다. 오랜 팝 리스너로서 이곳을 뜯어보고 난 내 심정은, 걍 울고 싶은 기분.
핸드메이드 마켓, 올드 스피탈필드
브릭 레인에서 얼마 멀지 않은 올드 스피탈필드 마켓도 주말에 더욱 성대하게 열린다. 브릭레인이 빈티지와 먹거리 등이 주요 품목이라면 올드 스피탈필드에는 수공예품이 더 많다. 그 중에서도 Poppy Daisy라는 플라워 액세서리를 파는 가판 숍에는 색다른 꽃 머리띠를 한번 써보려는 젊은 아가씨들로 북새통이다. 나도 그 앞을 계속 왔다갔다 서성이다, 결국 하나를 집어 들었다. 이 꽃 머리띠를 보고 있자면...60년대 우드스탁 페스티벌의 자유로움이나 히피 스타일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한국에서 차마 쓰고 다닐 순 없겠지만, 이걸 쓸 때마다 브릭레인의 자유분방한 공기가 떠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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