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머스 마켓이 열리던 토요일의 페리 빌딩은 엄청난 관광 인파로 분주했지만, 다행히 알카트라즈 투어를 기다리기 위해 잠시 들렀던 수요일에는 한가로이 그곳을 돌아볼 수 있었다. 페리 빌딩에서 맛본 샌프란 최고의 유명세 '블루 바틀' 커피, 그리고 그곳의 맛집에서 초이스한 최고의 점심 메뉴 후기.
정겨운 식료품 상점과 맛집들이 모여 있는 페리 빌딩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관통하는 큰 길은 유니언 스퀘어를 지나 바다로 향한다. 그 끝에는 항구 도시의 멋스러움을 가득 담은 페리 빌딩이 있다. 눈부시게 희고 높은 시계탑은 샌프란시스코의 현재 시간을 성실히 가리키고, 오래된 페리 빌딩 안에서는 지금을 살아가는 현지인들의 부지런한 일상이 진행 중이다. 현지에서 난 신선한 재료로 빚어진 온갖 식료품 상점이 늘어선 페리 빌딩은 아늑한 돔 천장으로 쏟아져 내리는 햇살과 함께 느긋한 구경과 쇼핑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신선한 버섯들만 취급하는 가게, 직접 재배한 올리브로 짜낸 오일 전문 상점, 매일 아침 빵을 구워내는 유명 베이커리 등이 각자의 역할에 충실한 제품들을 선보이며 사이좋게 공존한다.
샌프란에 왔으면 꼭 마셔봐야 할, 블루 바틀(Blue Bottle) 커피 이거 한잔 마시려고 이억 만리를 날아왔다....면 과장이겠지만, 커피 마니아인 내게 블루 바틀은 그야말로 동경과 로망의 대상이었달까. 파란 컵 로고를 발견한 순간 가슴이 콩닥콩닥해 얼른 매장으로 들어가본다. 사람이 없는 평일 오전인데도 블루 바틀 커피에는 사람들이 북적북적 몰려 있다. 처음으로 맛본 드립 커피는 신선한 원두의 향이 그대로 느껴지는 진한 커피였는데 정말 훌륭했다. 사진 속에 보이는 파란 로고의 일본제 드리퍼까지 샀다는...(밑에 자세히 소개)
그 후 파머스 마켓 때 다시 와서 마셔본 커피는 아이스 커피의 일종인 '뉴올리언즈 커피'였다. 블로그 후기를 보고 주문한 건데, 솔직히 이건 좀 별로. 이미 만들어진 커피액에 우유를 타서 달짝지근하게 만드는 커피라 단맛을 싫어하는 내 입맛엔 맞지 않았다. 역시 유명한 커피집에서는 드립 커피가 진리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
치즈 샌드위치의 단순한 조합을 보며 Simple이 Best일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되새긴다.
최고의 치즈와 최고의 빵이 만나면? 최고의 샌드위치가 탄생! ACME Bread는 페리 빌딩의 유명 베이커리다. 매일 아침 엄청난 양의 식사빵을 구워내는 이곳 빵집에는 현지인들이 강추하는 메뉴가 있는데, 이곳 빵으로 만든 심플한 샌드위치다. 종류도 딱 3가지, 그날 판매분이 동나면 바로 Sold Out. 그래서 조금 서둘러 점심을 먹기로 하곤 치즈 샌드위치와 감자 샌드위치를 샀다. 블루바틀 커피와 함께 페리빌딩을 나와 근처 광장으로 향한다. 광장에는 야외에서 자유로이 식사와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노천 테이블이 많이 놓여져 있다. 이 아름다운 광장에 돈내야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아닌 공공시설이 많다는 게 놀랍고 부러웠다.; (근처 파이낸셜 디스트릭트에서 나온 듯한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점심거리를 사다가 여기서 먹고 있다)
샌드위치는 언뜻 보기에는 실망스럽다. 풍성한 BLT 스타일에 익숙하다면 더더욱 이 심플한 조합에 고개를 갸웃거릴지 모른다. 하지만 맛을 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치즈 샌드위치에는 달랑 치즈와 루꼴라, 과일잼이 들었을 뿐인데, 맛은 최고였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페리 빌딩 최고의 치즈 가게 Cowgirl's Creamery의 시그니처 치즈 Mt.tom을 넣었기 때문이다. (이 치즈도 나중에 샀다....ㅡ.ㅡ) 감자 샌드위치에는 오븐에 구운 유콘 감자와 맛있는 바질 페스토가 절묘한 조합을 자랑했다. 무엇보다 이 집 빵이 훌륭하기 때문에, 뭘 넣어도 맛있을 수 밖에 없다. 오전에 시빅 센터에서 사온 딸기들과 함께 샌드위치를 먹으며 광장에서 자그맣게 열리는 공연을 보고 있자니, 행복은 바로 여기에 있나 싶다.
수입식자재상가에서 사온 것들.
블루바틀의 드립퍼와 원두
블루바틀 커피의 산지별 원두들.
[Bonus] 페리 빌딩에서 사올만한 것들, 나의 쇼핑 리스트
우선 커피를 사랑한다면 블루 바틀에서는 원두를 사면 좋다. Half Pound가 한 10~12불 정도 했던 듯. 산지별, 블렌드 별로 선택의 폭이 다양하고 로스팅 일자도 찍혀 있어 신선한 원두를 구입할 수 있다. 기념으로 그들이 실제 드립할 때 쓰는 드리퍼도 팔길래 함께 샀다. 지금 집에서 쓰고 있는게 이마트표 저렴이라 이번 기회에 요 일본산 좋은 넘으로 바꿔주자는 핑계로...ㅋㅋ 원두 한 봉지랑 합쳐서 30불 내외.
그리고 치즈 샌드위치에 반한 나는 토요일 페리 빌딩을 재방문 하자마자 카우걸스 크리머리 대표 치즈인 Mt.Tom을 일단 장바구니에 넣는다. 크리미한 브리 계열 치즈로 여행자에게는 그닥 적합한 치즈가 아니지만, 어떻게든 가져가볼 심산으로..(실제로 이틀 정도 상온 보관은 무리 없었다) 그리고 그 치즈집에는 갖가지 지름신의 유혹이 널려있는데, 그 중에서 무화과+건포도 잼이 너무 맛있어서 보여서 10불이라는 거금을 주고 사버렸다. 소노마 밸리의 화이트 와인으로 만든 잼이라는 말에 낚여서...하지만 맛은 최고였으니 과일잼을 사랑한다면 추천.
그리고 페리 빌딩에는 수입 식자재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마켓이 있다. 거기서 내가 산건 캘리포니아 산 선드라이드 토마토와 블랙 트뤼프(송로버섯) 솔트. 트뤼프 솔트는 버섯 전문 가게에 가도 살 수 있다. 어떤 음식이든 이걸 뿌린 것과 안 뿌린 게 천지차이임을 알아버렸으니, 이제 나의 엥겔지수는 더이상 측정 불가.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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