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에 접수했던 서호주 여행티켓, 한창 성수기인데다 개인적인 일정까지 맞물려 차일피일 미뤄지다가 드디어 날짜가 확정됐다. 2월 25일부터 열흘간 혼자 떠난다. 현재 만석이라 1인밖에 예매를 못하기도 했지만, 역시 동반인과의 스케줄 맞추기는 어려운 일이다.(동반인 후보는 계속 바뀌어왔다) 해외여행에 4~5일 이상의 시간을 갑자기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 많은 이들이 입버릇처럼 해외여행 노래를 부르지만, 정작 코 앞에 기회가 왔을 때 여행을 최우선순위에 둘 수 있는 한국 사람, 별로 없다는 뜻이다. 흔히들 여행갈 땐 돈타령을 하지만 어디까지나 핑계다. X값으로 다운된 유류할증료만 내면 되는 공짜티켓이었는데도 대개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여행은 '용기'와 동의어인가보다. 어쨌든 협찬사인 캐세이패시픽 항공에서 오늘 E-Ticket도 받았으니 이젠 떠나는 일만 남았다. 참, 호주 비자 결제가 남았군. 그나저나 2009년엔 비행기 정말 안 타기로 했는데, 구정 지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인천공항 행.ㅡ.ㅡ
처음으로 떠나는 호주인데, 그 첫 걸음이 서호주여서 참으로 기대된다. 남들 다 가는 시드니, 골드코스트는 별로 흥미가 없다. 게다가 얼마전 다녀온 뉴질랜드에 대한 기억이 그리 좋지 않아서 조금 힘이 빠져 있는 상태랄까. 다행히도 서호주는 한국인도 많지 않고 이제 막 알려지는 지역이라 비교적 새롭게 다가온다. 2월 말이면 뜨거운 여름의 끝물. 날씨도 완전 좋을 때다. 여행 준비만 든든히 해간다면 혼자서도 재밌는 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이드북과 여행 준비
어디를 가든 기본적인 여행 정보는 수집해야 한다. 지난 스코틀랜드 여행 때 아무런 여행정보를 가져가지 않아서 현지의 무료 지도만 달랑 들고 다니며 제대로 못본 게 많다. 물론, 무거운 가이드북을 두 세권씩 주렁주렁 가지고 다니는 대다수의 한국 여행자처럼 하라는건 아니다. 난 절대로 책을 통째로 들고 가지 않는다. 이대 도서관 1층 여행서가에서 부분적으로 복사해서 들고 가면 되니까. 그리고 더 좋은 방법은 E-Book을 구하는 것이다. PDF 형태로 된 가이드북에서 원하는 지역 정보만 프린트해서 가져가면 된다. 단, E-Book을 무료로 다운로드받으려면 어둠의 경로가 대부분이므로 구글링이 유일한 방법;;; 어쨌든 난 이번 서호주 여행을 위해 3권의 E-Book을 구해놨다. 셋다 유명한 여행 가이드북인데, 사진 왼쪽부터 Frommer's 호주편(2009년판), Eyewitness 호주편(2003년판), 그리고 Dummies 시리즈 호주편(2008년판)이다. Frommers's와 Dummies는 최신판인데다 도심 지도와 세세한 여행 정보가 잘 나와있다. Eyewitness는 예전 것이긴 하지만 전혀 상관없다. 이 책은 여행 가이드가 아니라 해당 지역의 역사와 문화 가이드북이기 때문이다. 관광, 유적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와있어 조금 예전 판이어도 충분히 참고가 된다. 여기에 론리플래닛 호주편의 Western 파트랑 현지인 영문 블로그만 적당히 추가하면 여행자료 준비는 끝.
Frommer's 호주편의 Perth 지도와 내용. 상당히 자세하게 잘 나와있다.
이번 여행의 의미와 컨셉을 생각하다
사실 이번 여행은 조금 다르게 접근하려고 한다. 뉴욕 이후 1년 반만의 나홀로 여행인데, 가이드북에 나온 명소만 쭐래쭐래 따라다니는 사진찍기 관광은 재미없다. 카페에서 커피 마시면서 글만 쓸 수도 있고, 뜨거운 해변가에서 하루 죙일 선탠하며 책만 볼 수도 있고, 운좋게 현지인이나 한국사람을 만나면 맥주라도 한 잔 하면서 사는 얘기도 나눠보고 싶다. 특히 이번에는 Perth에 사는 한인 분들이나 워홀하는 친구들 만나서 현지 생활은 어떤지 인터뷰를 해보고 싶은데, 딱히 좋은 아이디어가 아직 떠오르지 않는다. 요새 Perth로 향하는 한국인들이 엄청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은 관광청으로부터 익히 접했다. 작년 말부터 문전성시를 이뤘던 워킹홀리데이 인파 탓에 나의 항공티켓도 올 1월 내내 대기 상태에 머물러야만 했다. 이렇듯 서호주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은 점점 늘어만 가는데 국내엔 서호주를 소개한 책도, 제대로 된 여행기도 아직은 없는 듯 하다.
최근 읽은 여행 에세이 중에 전광렬씨 부인이 쓴 런던 여행기가 있다(제목을 까먹었다;). 런던의 숨겨진 명소 탐험도 뭐 나쁘진 않았지만, 다양한 직업을 가진 런더너들과 진솔한 대화를 하는 내용이 참 인상깊었다. 어쩌면 짧은 시간동안 수박 겉핧기를 하느니 현지인과 한마디라도 나눠보는 게 그곳을 깊이 이해하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혹시라도 이 글을 보는 현지 분들 계시면 제가 맛있는 커피라도 한 잔 대접할테니 연락 좀 주세요^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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