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행 크리에이터 바닥을 보며 드는 생각
유튜브로 건너온지 딱 2년이 되었고, 1천명 대에서 시작한 채널은 어느덧 6만 명대 여행 유튜브가 되었다. 2007년부터 이 블로그를 시작했던 1세대 고인물 치고는 나름 유튜브 세상에 잘 안착했다고 본다. 티스토리도 카카오 분사 얘기가 나오기 전부터 미래가 그리 오래갈 것 같지는 않아서, 서버 사서 워드프레스로 닷컴 구축하고 독립형 미디어로의 다음 스텝을 준비해 왔다.
블로그에서 시작해 유튜브 기반 온라인 미디어로 독립하는 과정에서 가장 크게 배운 게 있다면, 유튜브는 지금까지 운영해온 블로그, 팟캐스트, SNS(인스타)와는 콘텐츠 기획의 매커니즘이 처음부터 다르다는 점이다.
네이버 인스타에서는 날라다니는 여행 크리에이터들이, 유독 유튜브에서는 맥을 못추는 걸 본다. 꽤나 알려진 여행작가나 블로거들의 채널을 유튜브에서 검색해보면, 어김없이 채널은 있지만 버려져 있다. 낮은 조회수와 구독자에 실망해 빠르게 유튜브를 외면해 버렸을 것이다. 성과가 나오지 않는데 붙들고 늘어질 수도 없는 일이다.
이들이 영상을 못 찍어서일까? 아니다. 원인은 전혀 다른 데 있다고 본다.
여행하며 콘텐츠 비즈니스하고 있습니다
1화. 2년만에, 6만 유튜브 채널을 만들기까지 | 브런치에 '글쓰기' 버튼을 눌렀던 게 2023년이니 어느덧 2년이 흘렀다. 2년 전과 지금의 내 업에는 엄청나게 큰 변화가 있었고, 그 중심에는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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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에 개인적인 흥미를 느껴 브런치에 연재를 해볼까도 싶었으나, 내 채널 운영하기도 바빠서 이어가지는 못하고 있다. 사실 글은 여러 개 이미 써놨지만, 아직은 굳이 풀어놓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 전체 독자 중에 텍스트 기반 크리에이터이면서 유튜브를 고민 중인 이들이 얼마나 될까 싶기도 하고.
하지만 하나 기록해두고 싶은 건, 유튜브는 언제나 기획이 먼저라는 점이다. 여행이든 뷰티든 예능이든 어떤 분야의 콘텐츠든 다 동일한 법칙이 적용된다. 내가 모아놓은 구독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다. 그 이외의 어떤 방정식도 통하지 않는다.
그런데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은 협찬과 제휴 건이 최우선이다. 리뷰 결과물을 일방적으로 '퍼블리싱'할 뿐이다. 또는 본인이 하고 싶은 여행을 먼저 하고, 그 여행의 결과물을 단지 '검색이 잘되게' 나열할 뿐이다. 본인은 '기획을 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유튜브에서 통용되는 의미의 기획은 빠져 있는 콘텐츠 연재 방식이다. 그렇다면 크리에이터가 이 방식에 빠르게 길들여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네이버와 인스타의 공통점은 이제 콘텐츠 기반이 아니라 '커머스' 기반 플랫폼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콘텐츠 생산을 시작한 이들은 커머스 플랫폼 구조에 '필요하도록' 길들여진 콘텐츠만 만들게 된다. 이러한 콘텐츠에는 '자아'가 개입되지 못한다. 즉 캐릭터를 형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독자 입장에서는 어떤 콘텐츠를 보든 다 똑같다. 만약 지금 내 수익모델이 이들 플랫폼의 유입 트래픽에 의존하고 있다면,가장 먼저 AI로 대체될 위험성이 있다고 보면 된다. 이 대체의 무서운 점은, 갑자기 그 변화가 찾아오지 않고 서서히 온다는 점이다. 본인만 AI로 빠르게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고 착각하지 마시길. 생산성의 향상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다 똑같이 주어지는 환경이니까. ㅎㅎ
유튜브, 꼭 가야만 하는 길인가?
최소한 내 콘텐츠로 먹고 사는 데 관심이 있다면, 좋아하는 일로 업을 만들고 싶다면 하루라도 빨리 유튜브로 전환을 시도하는 게 크리에이터로서의 삶을 지속가능하게 영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블로그 하나에만 의존하는 이들은 전체적인 흐름에 이미 뒤처졌다.
콘텐츠 유통시장의 글로벌 메인 무대는 유튜브로 넘어온 지 한참 됐다. 한국인의 네이버 카카오 앱 사용시간의 5배를 유튜브가 가져간다는 통계가 2~3년 전부터 나오고 있고, 사람들은 유튜브를 '미디어'로 소비한다. 네이버 인스타가 여전히 소셜미디어 수준에 머물러 있을 때, 유튜브는 사람들에게 티비가 가지고 있던 '미디어'의 지위를 확보했다는 의미다. 앞으로 유튜브 채널로의 전환이 절실한 크리에이터들은 점점 더 늘어날 테지만, 레드오션 시장에서 본인의 강점과 약점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채널을 기획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유튜브는 나만의 가두리 양식장을 구축할 수 있는 전세계의 유일한 플랫폼이다. 네이버처럼 검색으로 스쳐가거나 이름만 '이웃'인 허수로 채널을 운영하는게 아니라, 구독자와의 거리가 너무나도 가깝고 친밀하다. 다시 말해 유튜브는 시간을 들여 ‘찐팬’을 만들지 않으면 오래가지 못한다. 방송 제작사들이 처음에 크게 연예인을 내세워 빠르게 성공하더라도 그리 오래 버티지는 못하는 이유다. 또한 콘텐츠 제작에 성원과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을 구축하는 것은, 채널 운영에 어려움을 겪거나 멘탈이 흔들릴 때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된다.
이 바닥은 심지어 제대로 된 강의도 별로 없다. 12년차 여행 강사 입장에서 요새 난립 중인 유튜브 컨설팅/전문가들을 보며 흥미로운 점은, 본인 이름으로 성공한 채널 하나 없이 '누구 채널을 담당해서 성공시켰다'는 검증 불가능한 수식어를 붙인다는 점이다. 그게 짜증나서 유튜브 강의를 새로 하나 만들었지만 애초에 소위 강의팔이들처럼 개인 영역의 강의는 하지 않기 때문에, 검증된 기관이나 여행업계 공공 영역에서 출강할 교육만 기획할 예정이다.
[신규 강의] 스마트한 여행 유튜브의 기술 (여행 영상 크리에이터 되기)
강의 소개 “2년만에 6만 채널 구축한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직강” 유튜브 강의는 많지만, 여행에 최적화된 유튜브 강의는 거의 없습니다. 또한 시중에 난립하는 유튜브 강의 중에는 실제 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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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 유튜브, 돈 되냐고?
17년차 블로거이자 4년간 팟캐스트를 운영했던 콘텐츠 생산자로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얻는 효용감은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수익이 되냐고? 당연히 된다. 내 채널을 독립된 '비즈니스'로 본다면 창출할 수 있는 수익모델은 지금도 계속 새롭게 나오고 있고, 나만의 노하우를 쌓아가는 과정이 가장 재밌고 흥미롭다. 또한 채널 운영 전에 그렇게도 고민했던, 본업(교육업)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아도 고정 수입이 생겼다는 게 너무나 마음에 큰 위안이 된다. 크게 늘어난 여행과 취재 기회는 덤이다.
다만 유튜브의 비즈니스 운영에 있어, 영어는 잘할 수록 좋다. 아무리 지피티의 도움을 받더라도 언어 능력이 앞서갈 수록 이 세계에서는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점만 밝혀둔다. 참고로 나같은 경우 유튜브의 기본 광고수익 외에 별도의 제안과 협상을 통해 진행하는 모든 일들은 다 해외업체와만 진행하고 있다. 국경 없는 비즈니스의 기회 또한 유튜브만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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