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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여행

힐튼 골드티어, 그리고 호텔 멤버십에 대한 단상

by nonie 2013.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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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튼의 멤버십 HHonors 가입 화면.



최근 우연한 기회로 힐튼 골드티어를 받았다. 한 2~3년 전엔 백만 골드라는 얘기가 나올 만큼 많은 한국인들이 가짜 신용카드 번호까지 써서 받아내는 해프닝이 있었던 멤버십이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 마일모아나 스사사 등의 전문 커뮤니티에는 각종 멤버십 관련 후기가 엄청나다. 세계적으로 이렇게 호텔 멤버십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높은 나라가 또 있을까? 그래서  원래는 골드티어 관련 포스팅을 쓰려다가, 문득  한국인이 호텔 멤버십에 집착하는 배경이 궁금해졌다. 


재밌는 건 2~3년 전에 골드 등급을 받아냈던 많은 사람들이 그 혜택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강등된 케이스가 많다는 것. 기본적으로 호텔 멤버십(및 클럽 라운지 등 부대 서비스)은 1년에 한두 번 호텔을 쓰는 일반 여행자보다는 호텔을 집만큼 많이 이용하는 비즈니스맨을 위한 혜택에 가깝다. 그래서 때때로 멤버십을 일부러 써먹느라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경우도 많다. 계획에도 없는 여행을 하게 된다던지, 더 좋은 초이스가 있는데도 굳이 멤버십 계열 호텔에 묵으면서 자기만족을 한다던지. 


요새 해외여행 좀 다닌다는 30대 직딩들은 대부분 체인호텔의 형식적인 서비스와 멤버십을 선호한다. 난 이것이 한국의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꽉 짜여진 위계질서 속에서 억눌린 자아를 대접받게 해주고 싶은 무의식적 욕망 말이다.  대부분 이런 멤버십을 따져보고 가입하는 이들이 남성인 점도 이와 연결된다.  (여담이지만, 자신의 상사급 아저씨들의 꼰대문화를 비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소위 '어른'들이 받는 대접과 비슷한 것을 받으려는 이중적인 마인드가 엿보인다)  5성급 호텔에서 룸 업글을 받는게 귀빈 대접마냥 대단하다고 여기는 것, 전 세계적으로 평준화된 컨티넨탈 뷔페를 한 접시에 쓸어담아(그것도 본인의 손으로 직접) 먹는 조식을 고급 다이닝으로 여기는 일종의 촌스러움....이제 막 정점에 들어선 해외여행 트렌드에서 파생된 과도기적 문화라고 본다. 현지에서는 100원 200원도 깎으려고 하면서 면세점에서는 몇 백만원도 아끼지 않는 요즘의 여행 쇼핑 풍토만큼이나, 호텔 멤버십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여행의 본질을 흐리게 한다.  


그 도시의 정체성이 담기지 않은 규격화된 룸 디자인, 하루 세 끼 중 현지식의 기회를 1/3이나 빼앗기는 호텔  조식 때문에 나의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호텔 발견의 즐거움을 빼앗기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내가 힐튼 골드를 사용할 일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분명한 건, 내 기준에서 더 좋은 초이스(혁신적인 디자인, 프라이빗한 서비스 등)가 있는데 멤버십 때문에 힐튼 계열을 일부러 선택할 일은 없겠다는 것. 세상에 멋진 호텔은 정말로 많고, 우리가 그들을 만날 수 있는 여행의 기회는 살면서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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