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Thailand

방콕의 야경과 함께, 아쉬운 페어웰 파티 @ 수파니가 디너 크루즈

nonie 2017. 11. 12.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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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ie X 6 Senses of Thailand - 태국 북부여행 12일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며

전 세계 1만명 중에 행운을 잡은 12명의 특별한 태국여행은 하루하루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그동안 여행을 참 많이 해왔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여행이 주는 순수한 즐거움은 잠시 잊고 있던 터에 새로운 자극을 크게 받았던 시간이다. 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아쉽지만 모두와 이별하고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방콕의 아름다운 야경을 배경으로, 멋진 크루즈에서 파티를 하며 여행을 마무리했다. 










여행의 마지막 저녁 @ 디너 크루즈

하늘도 내 맘을 읽은 건지, 그렇게 좋던 날씨가 마지막 날엔 궃은 비를 쏟아낸다. 마지막까지도 디너 크루즈가 취소될 뻔 하다가, 극적으로 빗줄기가 얇아진 덕분에 모두 서둘러 선착장으로 출발했다. 우리가 저녁식사를 하게 될 수파니가 크루즈는 리버시티 쇼핑몰 앞에 대기 중이다. 해가 지면서 선착장의 조명이 낭만적으로 변하고, 우리 일행들도 덩달아 엄청 들떠서 부지런히 추억을 남기기에 여념이 없다.  










사실 차오프라야 강 위에는 수많은 디너 크루즈가 있다. 자유여행이라면 미리 원하는 상품을 예약하면 될거고, 패키지는 보통 옵션이나 기본 일정에 대부분 들어가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혼자 방콕에 온 적이 많았던 내겐, 이제서야 첫 디너 크루즈여서 자못 기대가 된다. 마지막 날이다 보니 관광청 관계자도 많이 와서, 정해진 자리에 나뉘어 앉게 됐다. 우리는 독일에서 온 두 언니들, 그리고 직원 한 분과 함께 했다. 농촌 체험만 하다가ㅋㅋ 갑자기 강 위에서 코스 요리를 먹는 상황이 재밌기도 하고, 마지막이라는 게 실감이 난다. 









샴페인 한 잔으로 축배를 들면서, 다양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나누었다. 특히 그동안 우리 멤버들은 모이기만 하면, 도대체 우리가 어떻게 이런 행운의 주인공이 된 건지, 전 세계에서 몇 명이 이 컴퍼티션에 도전했는지를 가지고 설왕설래해왔다. 관광청 직원이 옆에 왔으니, 이 틈을 타서 이번 여행에 대해 자세히 물어봤는데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 12일의 여행을 위해 무려 2달이나 사전 조사와 답사를 거친 것은 물론, 무려 1,500만명이 마이크로 사이트에 접속했다고 하니 온라인 광고비도 적잖게 들었을 듯 했다. 1만5천 명이 넘게 지원서를 보냈기 때문에, 랜덤으로 추출한 다음 대륙 별로 분류해서 자격 요건을 갖춘 사람을 선발했단다. OTL... 이 얘기를 듣자마자 너무 놀라서, 뒷 테이블의 말레이 친구들에게 '우리, 1만명 중에 뽑힌 거래!'라며 소리를 쳤다는. 







안나와 함께. 그녀는 이 여행 후 태국 남부로 떠났다.




이제 우리가 왜 이 자리에 앉게 되었는지 궁금증도 풀렸으니, 독일의 앤 & 안나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둘 다 채식주의자여서 모든 식사를 따로 하는 바람에, 다른 멤버에 비해 얘기를 나눌 기회가 적었다. 하지만 유러피언들이 늘 그렇듯, 말문이 터지면 이런 수다쟁이들이 또 없다. 둘 다 어찌나 자유롭게 사는지, 그들의 라이프 스토리가 별세계처럼 느껴졌다. 한국에서는 디지털 노마드라는 단어가 이제야 주목을 받지만 실제로 그렇게 사는 사람은 드문 반면, 독일에서는 굳이 그런 키워드를 쓸 필요가 없다. 누구든 원하면 그렇게 살 수 있는 환경이더라. 


앤은 요가 마스터이자 명상 전문가 & DJ로 활동 중인데, 1년 중의 절반은 인도에서 일과 여행을 한다고 했다. 안나는 독일인이지만 스페인에서 산지 10년이 넘었고, 그녀 역시 인도와 아시아 일대를 여행하며 산 지가 꽤 됐다고 했다. 이들 뿐 아니라 멕시코에서 온 두 언니들도, 음악치료 전문가여서 영국을 오가며 일과 삶을 꾸려간다고 했다. 어떻게 그런 삶이 가능하냐는 질문은, 그닥 의미가 없다. 그들이 우리에게 '어떻게 평생 9 to 6의 삶이 가능하냐'는 의문을 갖는 것과 똑같으니까. 










고급스러운 타이 다이닝과 샴페인을 즐기며 배를 두드리다 보니, 아름다운 야경이 눈에 들어온다. 배는 어느덧 차오프라야 강을 북쪽으로 거슬러 올라, 아시아티크를 지나 새로 생긴 야외 상업공간 타 마하라지(Tha Maharaj)를 거쳐, 밤에 더 아름다운 왕궁 앞을 부드럽게 스쳐간다. 


사실 우리가 이 자리에 온 건, 여행을 마무리하는 공식 행사인 페어웰 파티를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우리를 위해 무려 열흘이 넘게 고생했던 스텝들이 함께 테이블에 앉지 않고 모습을 감추었던 것. 야경 촬영하는 척을 하며 배 뒷편으로 가 보니, 가이드들과 실제 여행을 함께 한 관광청 직원들은 거기 다 모여 있다. 마지막 날이니 그동안 고생했던 사람들과 유종의 미를 나누고 싶은데, 처음 보는 직원이나 높은 자리에 있다는 공무원이 어색한 합석을 하는 상황. 왜 분위기가 이렇지? 


내 추측은, 태국도 한국과 참 비슷한 것 같다. 정부기관에서 하는 큰 이벤트이기 때문에 보여지는 게 중요하고, 관료제와 형식주의는 한국에서도 매우 익숙한 풍경이니까. 어쨌든 아쉬운 대로 그동안 정들었던 스텝들과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나누며 애써 태연한 척은 했지만, 씁쓸한 건 어쩔 수 없다. 








페어웰 파티, 그리고 멋진 선물

잠시 후 공식 행사가 이어졌다. 6팀이 차례로 나와서 여행의 소감을 인터뷰하고, 관광청에서 우리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선물을 증정했다. 보통 관광청에서 만드는 홍보용 기념품이 아니라, 박스에 우리의 이름이 각자 새겨져 있고 우리가 12일동안 했던 6개의 감각 테마에 맞는 기념품을 따로 제작한 것이다. OMG....







내 박스를 열어보니 내 얼굴을 핸드페인팅으로 돌에 그린 예쁜 기념품부터, 우리가 배운 태국 전통악기(실로폰과 비슷한) 미니어처는 밑받침을 빼니 USB로 변신했다. 동그란 탈이 새겨진 용기는 뚜껑을 돌려보니 야돔과 같은 인헤일러여서 허브 향기가 훅 풍긴다. 작은 돌절구에는 태국의 전통 소스인 남프릭눔이 들어있다. 러이의 자랑 피타콘 마스크 미니어처부터, 나톤찬에서 만들어진 천연염색 스카프까지. 그야말로 우리의 12일이 고스란히 담긴 박스였다. 어쨌든 이런 선물은 좀처럼 그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정성과 세심함이 가득한 선물이다. 








Epilogue

리버 크루즈는 어느 새 다시 뱃머리를 돌려, 우리가 출발했던 리버 시티로 되돌아왔다. 다들 이젠 정말 작별인사를 해야 할 시간이다. 나를 비롯한 아시아 팀은 내일 새벽 비행기라 숙소로 가야 하고, 유럽과 미주 팀은 같은 오후 비행기이기 때문에 밤 쇼핑을 더 즐기겠다며 안녕을 외쳤다. 12일이 짧은 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다들 정도 많이 들었는데, 헤어지는 것도 아쉽고 태국을 떠나야 하는 건 더 아쉽다. 


어쩌면 이번 여행에서 내가 얻은 건 단지 태국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만이 아니라, '여행은 왜 하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갖게 된 것이다. 그 전까지는 스스로에게 그런 질문을 하지 않았다. 당연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이번 여행을 하면서 여행자가 로컬 사회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현지 문화를 체험했을 때 여행지를 바라보는 나의 인식이 크게 변화하는 지점을 발견했다. 지극히 수동적인 여행자가 능동적인 여행자로 변해가는 과정이랄까. 


사실 한 개인이 여행을 바라보는 인식과 깊이는, 결정적인 계기가 없다면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을 수도 있다. 여행은 낯선 경험을 하려고 떠나는 거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에게 익숙한 폭 안에서만 경험하려는 게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여행은 스스로는 절대로 기획할 수 없는 지역과 체험을 총체적으로 한번에 거치면서 큰 임팩트를 받았던 시간이다. 앤이 내게 해준 "항상 계획하는 삶과 여행만을 고집하지 말고, 인생에 한번 쯤은 목적 없이 '그냥' 떠나봐."라는 조언이, 왠지 모르게 자꾸 뇌리에 맴돈다. 


지금까지는 좋은 호텔과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며 두 세가지 감각을 충족하는 여행에 그쳤다면, 이번 여행의 테마인 '6 Senses'를 두루 거치면서 오감을 충족하는 여행을 꾸리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가짐과 시각이 필요한 지를 배웠다. 내 여행과 삶의 목적을 한 단계 진화하게 도와준 태국관광청 본청과 수많은 스탭들, 현지 커뮤니티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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