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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미디어의 메시지, 그리고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단상

nonie 2024. 3. 2.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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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여행 강의를 하면서, 내가 던지는 메시지는 '자유여행'에 방점이 있다는 사실을 어느 순간 알게 됐다. 어떤 여행이 좋은 여행인가에 대한 이야기와 정보를 정리하다 보면, 결국은 나를 들여다보고 나의 욕구와 필요에 맞게 스스로 만들고 설계하는 여행으로 귀결됐다. 

 

자유여행에 대한 초창기 메시지는 거칠고 서툴렀지만, 업계 경력을 쌓으면서 점차 더 정교하게 다듬을 수 있었다. 이 메시지는 처음에는 책으로, 여행 강의로, 여행 산업을 분석하는 트렌드 전문가로, 이제는 유튜브 채널로 확장되고 있다. 메시지는 미디어가 되었고, 나는 다시 시작단계에 서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해야 하는 단계에 와 있다. 

 

그렇게 고민하면서 이 블로그를 시작할 무렵의 초창기 글을 하나하나 읽다 보니, 내가 자유여행에 대한 메시지를 엄청 오래 전부터 발신하고 있었구나 하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2008년 글 

 

private travel planner(개인 여행 플래너)?

이른바 상류층들을 겨냥한 맞춤 여행 시장. 아직은 그 시장의 모습이 뚜렷하지는 않다. 단순히 고급 호텔을 낀 패키지가 럭셔리 여행으로 치부되는게 한국의 현실이지만, 여행 마니아의 수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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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글

 

'관광' 혹은 '여행', 그 갈림길에 선 우리들

오랫동안 머릿속을 맴돌던 이 주제를 어떻게 풀어볼까 고민을 많이 했다. 두서가 없겠지만 또 한번의 여행을 앞두고 되는대로 끄적여보려 한다. 어느날 문득 떠오른 생각, 내가 지금까지 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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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여행 패키지의 자유시간, 얼마나 잘 활용하고 돌아오십니까?

새해가 되면 직장인들은 달력을 편다. 금쪽같은 공휴일 스케줄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퍽퍽하다못해 도망치고 싶은 일상 속에서, 우리가 유일하게 꿈꾸는 것은 빨간 날과 검은 날을 적절히 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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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글 

 

타인의 여행 코스, 얼마나 참고하시나요? 여행일정에 대한 단상

요즘 한국인의 해외여행 문화에는 '코스' '일정'으로 대변되는 '여행일정'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최근 출판 관계자와의 여러 미팅 결과, 일제히 '코스북, 컨설팅북' 열풍을 꼽으며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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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조건 자유여행과 패키지를 대척점으로 보지 않는다. 과거 글에도 자유여행의 획일화에 대한 글이 더 많다.(사실 2010년대 중반부터는 패키지를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의 여행사는 나름의 자구책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산업 구조를 변화시킬 진정한 협의체를 만들 타이밍을 놓쳤다. 21세기에도 여전히 한국 여행사의 메인 수익모델은 박리다매에서 나온다. 이 박리다매 구조는 필연적으로 업체간의 경쟁을 유발하기 때문에, 전체 구조가 바뀔래야 바뀔 수가 없다. 따라서 이들이 요즘 열심히 만드는 테마 패키지들은 여전히 메인 수익모델이 아니라 '우리도 변하고 있어요!' 라고 외치기 위한 방패막이 역할인 것이다. 

 

자유여행에 필적할 질 좋은 테마 패키지들은 지역 전문성을 갖춘 소수의 중소여행사가 기획한다. 그들 각각이 생존할 여력은 되지만, 좋은 단체여행 시장 자체는 커지지 못하고 소수의 파워 인플루언서나 거대 카페(커뮤니티)를 무조건 끼워야 하는 각자도생 구도로 가고 있다. 그 사이 첨단기술은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진화하고, 인공지능은 여행 플랫폼 업계를 잠식하는 중이다. 그 사이에 지난 몇 십년간 독점 콘텐츠를 축적해온 미디어와 커뮤니티 기업들은 인공지능 출현에 얼씨구나 내 세상이다. 어쩌면 이들이 새로운 여행 기업을 대체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업계에는 어떤 맨파워가 부족한가? 첫째는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의 여행 기획자고, 둘째는 기술을 완벽하게 이해한 일종의 에이전트다. 이 두 역량을 결합한 여행 미디어를 만들고자 시작한 것이 히치하이커다. 2011년 전자책 가이드북 출판이라는 단순한 아이디어로 출발한 사업이었지만, 22년 닷컴을 만들고 23년 유튜브 채널을 만들면서 자유여행에 대한 관점은 지난 10년과는 비교도 안 될 속도로 빠르게 영향력을 더해갈 수 있었다. 

 

하지만 국내에서 미디어의 수익모델은 여전히 매우 뒤쳐져있다. 네이버의 '인플루언서'들은 매일매일 순위경쟁을 하며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다. 콘텐츠 제작비 조로 요구하는 '원고료'는 절대적으로 네이버라는 특정 플랫폼에 따라 좌우된다. 네이버가 내일 망해도 탄탄한 수익 구조를 갖춰야 하는데(그래서 닷컴 구축이 중요하다), 이들은 네이버라는 가두리에서 절대 벗어나지 못한다. 개인적으로 네이버가 가진 검색 장악력도 올해는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본다. 글로벌 여행업계도 호구가 아니다. 네이버 카카오가 유튜브 대비 3~4배 뒤처진 사용량을 보인다는 게 이미 통계로 나와 있고, 언제까지 광고비 할당을 지금처럼 하지는 않을 것이다. 

 

 

 

빠니보틀과 충주맨의 에피소드 중, 수입에 대한 코멘트.

 

여행 분야에서는 유튜버들도 독자 수익모델을 만드는데 큰 고민이 있다는 것을 암암리에 알고 있다. 일반 뉴스 채널처럼 내용과 무관한 제품들을 중간 광고로 넣는 라이브도 할 수 없고, 블로그와 달리 협찬을 통한 여행도 그들 콘텐츠 컨셉과 맞지 않기 때문에 자주 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자기 돈을 때려박아서 콘텐츠를 만든다고 조회수가 나온다는 보장 자체가 없는게 유튜브다. 그래서 타 분야보다 비용 대비 수익을 내기가 쉽지가 않은 것이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돈보다 시간을 때려박는게 더 문제라고 본다. 현재 여행 크리에이터들이 이 점을 간과하는데, 여행에 자신의 거의 모든 시간을 할애하는 이들이 대부분이고, 이건 사업적으로나 자기 발전적으로나 굉장히 확장성이 낮은 방법이다. 비용과 시간 집약적인 구조이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더 높은 일로 넘어가기가 어렵다. 

 

제작비와 트래픽 광고 말고, 미디어가 독자생존할 수 있는 수익모델이 무엇일까? 어떻게 해야 여행사가 아닌 자유여행 미디어로서 현지여행사, 여행 스타트업, 관광청 등 이해관계 모두와 윈윈하면서 재미있고 돈도 되는 프로젝트를 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기존 업계의 모순을 알리면서 정보를 발빠르게 전달해 트래픽을 높였지만, 지금보다 더 구체적이고 실증적이며 주관적인 정보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정보보다는 언제나 관점이 훨씬 더 중요하다. 관점을 담아올 수 있는 취재를 준비해야 하고, 그래야 좋은 콘텐츠가 나올 수 있다.

 

좋은 메시지를 담은 콘텐츠는 필연적으로 좋은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어쩌면 이 지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가 만들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코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다 보면, 업계 전체의 발전에도 결국 기여할 수 있으리라. 

 

 

 

 

Q. 이 숙소는 어디일까요? 정답은...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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