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결산 '여행의 현재와 미래를 관찰하다', 그리고 2020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즌에는, 항상 작년 이맘때 쓴 연말결산 글을 본다. 방향성이 흐트러지지는 않았는지, 혹은 방향성 자체가 변화해야 하는 지점은 어디인지 등을 점검하고 내년을 계획한다. 매년 놀라는 거지만, 글로 남겨둔 목표는 대부분 이루어져 있다. 메모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 지를, 매년 연말결산 글에서 깨닫곤 한다.
2018년의 화두가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였다면, 2019년의 화두는 '전문성'이다. 엄청난 강의 스케줄을 소화했던 작년에 비해, 올해는 강의를 조금 줄였다. 대신 이 일의 지속에 필요한 전문성에 대해 고민하고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이 탐색은 올해부터가 아니라, 지난 3년간 세계 여행업계의 주요 행사를 취재하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쌓인 독점적인 데이터는 새로운 책의 집필로 이어졌다. 작년에 출간된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를 통해 지난 5년간의 호텔여행을 총정리 했다면, 올해 집필한 책은 나의 일에 전문성을 더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다. 아쉽게도 올 해 안에 결과물이 나오지는 못했지만, 집필 작업을 통해 나의 위치와 역할에 대해 재정립할 수 있는 한 해였다.
국내 : 영향력을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
강사로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강의로 인정받고 싶었다. 강의도 겸하는 작가가 아닌 '직업 강사'로서, 남성 전문가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기업강의 시장에서 성별을 떠나 실력으로 인정받는 강사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 지난 6년간 강사로서의 포지션은 극적으로 변화해 왔다. 강사로서의 정체성이 어색했던 초반 스탠스, 가리지 않고 강의 경력을 쌓아온 중반, 나만의 고객과 시장을 갖게 된 직업 강사로서의 현재가 그렇다. 이 일을 하면서 느꼈던 불안이나 걱정이 사라지고 기복없이 안정된 강의를 하게 된 올해, 강의처인 국가기관으로부터 큰 상을 받았다. 강의로 인정받고 나니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말을 잘하는 것보다는 '무엇'을 말할 것인가가 더 중요해졌다.
슬슬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그 때, 내 머릿속에 들어갔다 온 듯한 제안서를 보내준 출판사와 만난 것은 올해 최대의 행운이다. 강의가 적은 여름과 추석 즈음까지 꼬박 집필에 몰두했다. 책은 출간까지 시간이 걸리니, 그 전까지 업계 정보를 빠르게 내보낼 채널이 필요해졌다. 무료 뉴스레터와 팟캐스트는 그렇게 시작한 새로운 도전이다. 책과 방송은 작년 목표대로 "여행자의 소비 행위에 미치는 요인을 철저히 소비자 경험으로 관찰하고, 시장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역할"에 초점을 맞추었다.
내년에는 일과 여가를 양분해 '워라밸'로 바라보는 시각을 넘어, 모두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곳에서 할 수 있는' 삶을 위한 라이프 코칭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싶다. 올해 처음 연 '영향력을 위한 글쓰기' 5주 워크숍을 통해, 콘텐츠로 먹고 살고 싶은 이들이 어떤 지점에서 어려움을 겪는 지 좀더 깊이 파악할 수 있었다. 내년에는 콘텐츠와 글쓰기, 독서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목표다. 기술의 발달로 직업세계는 크게 변화할 것이고, 여가는 늘어나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는 더욱 혼란스러운 시대가 될 것이다. 그 속에서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는 지식 가이드의 역할을 하고 싶다.
2019 올해의 순간 - 국내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대표 기업 및 기관으로 출강처 확대
해외 : 미디어와 인플루언서 사이에서, 때때로 길을 잃다
작년에 세웠던 목표대로 2019년에는 기계적인 강의 스케줄을 줄이고, 해외에서 최대한 취재 기회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내 강의를 관통하는 '여행' 자체의 본질이 많이 바뀌었다. 업계의 주체도 달라졌고, 여행을 소비하는 인식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이면을 알아내기 위해 2017년부터 시작한, 전 세계 여행업계를 취재하는 일은 큰 비용 지출과 강의 포기를 감수해야 하는 과정이었다. 다행히 호텔 매체에 외부 기고자로 합류한 덕분에, 저널리스트 자격으로 국제 행사에 참석할 수 있었다. 이것이 새로운 기회를 얻는 데는 매우 유리했지만, 그 속에서 얻어낸 역할이 내가 원하는 모습은 아니라는 점은 못내 아쉽다.
난 이미 12년 전에 여행기자라는 직업의 한계를 보고 뉴미디어(블로그)로 넘어왔다. 그런데 레거시 미디어를 끼고 들어가면, 나는 12년 전의 역할을 되풀이해야 한다. 기자처럼 취재하고, 미디어 노출 보장해주는 게 끝이다. 월급은 커녕 내 비용을 들여서 말이다.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블로그를 매체로 인정해주지 않아서 올드 미디어에 기대야 한다니. 물론 인플루언서가 미디어의 주류가 못 된건 그만한 이유가 있기도 하지만(전문성 부재), 보수적인 여행업계가 인플루언서를 미디어 리스트에 여전히 제외하는 건 오판이라고 본다. 동시에 스스로가 업계의 니즈를 만족시킬 만한 미디어가 되어야 한다는 교훈도 얻었다.
그래도 진입장벽이 높은 ILTM에 첫 프레스 초청을 받았고, 아세안 최대 행사인 ATF와의 인연도 만든 첫 해여서 수확이 많았다. 내년에는 업계 트렌드를 담은 책이 출간되는 만큼, 원래 목표였던 해외 연사(스피커)로의 진출을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부디 2020년은 전 세계에서 영어 강연을 시작하는 원년이 될 수 있기를.
2019 올해의 순간 - 해외
2019/01/16 - 아세안 관광의 현재와 미래를 만나다! ATF 2019 첫날 스케치
2019/05/28 - 2019 타이베이 & 도쿄 호텔여행 8박 9일 - 프롤로그
2019/09/23 - 2019 세계 문화 관광 포럼에 초청되어 중국 시안으로 갑니다! (10월)
2019/11/06 - Prologue. 시안과 항저우, 상하이에서의 2주 - 일과 여행 사이에서 만난 중국
2019년, 좋아했던 것들
2018년에는 너무 큰 틀의 미션(왜 이 일을 하는가)만 결산을 해놓아서, 지금 읽어보니 여유없이 일만 했구나 싶다. 그래서 퍼스널 라이프, 일상 측면에서도 정리를 해볼까 한다. 올해는 유튜브를 가장 꾸준히 업데이트한 첫 해이고, 오랫동안 망설였던 팟캐스트도 시작했다. 멀티미디어 편집은 어렵지만, 본질적으로는 지난 12년간 해온 콘텐츠 생산과 크게 다르지 않다. 힘들기 보다는 흥미롭고 재미있다. 오랫동안 일상적으로 즐기며 하고 싶은 일이다.
강의라는 직업은 수입 뿐 아니라 많은 여유와 시간을 안겨다 준다. 덕분에 부지런히 전시와 강연을 다니며 공부할 수 있다. 국제도서전이나 호텔페어, 여행박람회처럼 업무와 관련있는 전시는 기본으로 간다. 그 외에 커피엑스포, 카페 쇼, 주류 박람회, 리빙디자인 페어와 같은 라이프스타일 박람회도 자주 간다. 매년 얼루어에서 여는 뷰티 페어나 빈티지숍에서 열리는 마켓도 매년 다니면서 뷰티/패션 트렌드도 읽는다. 직접 가보거나 구입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게 많다.
올해는 약 120권의 책이 내 손을 스쳐갔다. 다 제대로 읽지는 못했지만, 작년(70권)에 비하면 독서량이 상당히 늘어난 셈이다. 집필을 하는 해에는 참고하거나 숙지해야 할 책이 많기 때문에 유독 부지런히 읽고 살았다. 영상 콘텐츠도 많이 봤다. 여름에 넷플릭스 코리아에서 받은 3개월 이용권으로, 평소 좋아하는 다큐와 음악 콘텐츠를 틈틈이 챙겨봤다. 물론 바빠서 전 시즌을 모두 시청한 시리즈는 '힙합 에볼루션'이 유일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은 해다. 여행다운 여행을 하지 못했고, 체력은 갈수록 눈에 띄게 떨어진다. 개인적으로는 주거 및 사무공간 개선, 건강 관리, 자산 관리 3가지가 내년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 같다. 내년부터는 업계 행사 참석과 불필요한 만남은 크게 줄이려고 한다. 대신 그동안 회피하거나 소홀히 해왔던 것들을, 내년에는 좀더 프로답게 맞이하는 한 해로 만들려 한다.
올해의 여행지 : 중국 시안과 항저우. 변화하는 중국을 '자유여행'하는 법에 대한, 수많은 인사이트를 받았던 여행.
올해의 책: 인에비터블, 워런 버핏 라이브, 공부의 미래, AI 슈퍼파워
올해의 미디어: 넷플릭스 '세상을 바꾸는 여성들'과 '힙합 에볼루션', VLIVE '몬스타엑스', 미국 PBS 'In the age of A.I', <이타미 준의 바다>
올해의 웰니스: 한국에 상륙한 글로벌 요가 축제 '원더러스트 서울', 닌빈베이 리드호텔의 한방 스파.
올해의 호텔: 하노이 히엔민 홈스테이, 항저우 티부티크 호텔, 상하이 페이퍼H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