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숨겨진 미식 탐험 - 전통 디저트 만들기 & 차이나타운 길거리 맛집 순례
6 senses in Thailand X nonie - Day 2. 태국의 숨겨진 미식 탐험
전 세계 여행자들이 사랑하는 태국은 역시 '미식'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그동안 관광객의 입장에서 접해온 태국의 미식은 소위 가이드북이나 블로그에 언급된 맛집이나 식당 이상을 넘어서긴 어려웠다. 이번 태국관광청의 여행 프로젝트는 매일이 체험의 연속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요리 관련 체험이 유독 많아서 더 좋았다. 그들의 삶 속에서 숨쉬는 먹거리를 구경하고, 맛보고 직접 만들어보는 과정은 여행이라기 보다는 공부에 가까웠다. 방콕 근교의 산속 깊숙한 마을부터 차이나타운 길거리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으로 만난 태국 미식의 작고 아름다운 순간들.
사라져가는 태국의 전통 빈티지 하우스, 코산차오
첫날은 암파와에서 설탕을 만들고 음악을 배웠다면, 둘째날의 테마는 TASTE다. 전 세계를 다니며 쿠킹 클래스와 푸드 투어를 모두 경험해 보겠다는 욕심이 있는 나에게, 오늘 일정은 매 순간이 설렐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오늘의 행선지도 참 의외다. 방콕에서 약 1시간 여를 달리던 차량이, 강가를 따라 이어진 작은 숲속 마을에 내린다. 여기서 뭘 하는 걸까?
이곳은 랏마욤 수상시장으로 유명한 '탈링찬' 지역의 작은 커뮤니티 마을, 코산차오(Koh san chao)다. 옛 빈티지 가옥을 잘 보존해서, 다양한 체험 클래스와 홈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방콕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데도, 어찌나 동네가 고즈넉하고 한가로운지 마치 다른 나라에 와 있는 것 같았다.
대대로 물려받은 이 멋진 집을 소중하게 운영하고 있는 오너 분을 만나 인터뷰도 듣고, 간략하게 코산차오 마을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다. 세계적인 개발 붐으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태국이지만, 한편으로는 전통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었다. 이곳은 이 가옥 주인의 의지 덕분에 옛 가옥을 잘 유지해서 가꿀 수 있었고, 이를 정부가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발굴해서 소개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우리가 다녀온 많은 곳들이, 이렇게 민간과 정부의 긴밀한 협력으로 새롭게 탄생하고 있다. 한국의 관광업계에서도 너무나 참고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빈티지 가옥은 작은 뮤지엄처럼 운영되고 있어서 둘러보고 멋진 사진도 남겨갈 수 있지만, 그 뿐 아니라 직접 전통문화를 체험해볼 수 있는 클래스가 있어서 투어에 조인하거나 예약을 하면 더 좋겠더라. 방법은 아래에 따로 남겨두기로.
먼저 사원 제단에 바치는 아름다운 파우더 플라워를 만드는 체험이 있는데, 만드는 과정이 너무나 신기했다. 잘게 간 패출리와 카피르라임 껍질, 꽃에서 추출한 향료를 물에 개어 하얀 파우더 반죽을 만들고, 짤주머니에 넣어 실에 조금씩 짜서 말리면 된다. 이것을 여러 개 만들어 다발처럼 묶으면 '팽푸앙'이라는 향기롭고 우아한 장식이 완성된다.
또 하나는 이 집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레시피로, 전통 계란 디저트 '포이통'을 만드는 시간이다. 계란 노른자를 팔팔 끓는 설탕시럽에 수 차례 빙빙 돌려 짜 넣으면 마치 국수처럼 결이 생긴다. 이를 젓가락으로 걷어 접으면 완성된다.
포이통을 만들고 나서 맛보는 걸로 끝인 줄 알았는데, 뒤를 돌아보니 작은 정원의 야외 테이블에 아름다운 태국산 티웨어 세트가!!! OMG....생각지도 못했던 티타임 모멘트가 펼쳐진다. 따끈하게 준비된 차를 한 잔 따라서, 직접 만든 포이통 한 접시를 곁들여 맛을 보았다. 계란 노른자만으로 만들어지는 거라 느끼할 것 같은데, 설탕물에 코팅이 되어 단맛이 가미되면서 섬세한 식감과 맛이 난다. 역시나 차와 무척 잘 어울리는 디저트였다. 이후에도 여러 지역을 여행하면서, 이 포이통을 만날 수 있었다.
코산차오 마을은 체험투어와 홈스테이를 운영하니, 색다른 방콕 근교 여행을 원한다면 가볼 만한 가치가 있다. 직접 찾아가는 방법은 구글맵에서 왓 참파(Wat Champa) 사원을 검색해서 가면 되고, 투어로 가고 싶다면 태국 로컬투어 전문 사이트인 하이브스터스에 문의하면 된다. 하이브스터스의 코산차오 투어는 수코타이/반얀트리/쉐라톤 수쿰빗 등 방콕의 여러 호텔에서도 참가 신청을 할 수 있다. https://hivesters.com/appear
수상가옥이 많은 이 동네는 배가 가장 빠른 이동수단이다. 우렁차게 돌아가는 모터보트를 타고 30~40여분을 달리면서, 조용하고 한적했을 방콕의 옛 풍경을 만난다. 이윽고 멈춘 곳은 물가와 바로 닿아있는 작은 예술가 커뮤니티다. 이곳의 한 카페에서, 태국의 전통 인형극을 체험하는 클래스가 쉴틈없이 이어졌다.
직접 그들의 복장을 갖춰 입고 인형극을 배우는 시간은, 그저 자리에 앉아 수동적으로 쇼를 감상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 이 인형극도, 자발적으로 계승하려는 이들 댄서들의 노력이 없다면 다음 세대에는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고 한다. 아마 그런 위험에 처해있는 한국의 전통 문화도, 찾아보면 꽤나 많지 않을까.
차이나타운에서 뚝뚝타고 스트리트 푸드 투어
다시 보트를 돌려, 방콕의 사판탁신 역으로 되돌아 오니 어느 덧 해가 저문다.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차이나타운 미식 투어가 기다리고 있다. 교통편도 참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나는 게, 수상가옥 마을을 보트로 하루종일 누비더니 이번에는 뚝뚝 타임이다. 유후! 사판탁신역에 우리 일행만을 위해 꾸며진 뚝뚝 열 몇 대가 늘어선 모습도 장관이었다.
상쾌한 저녁바람을 맞으며 차이나타운으로 향하는 길, 이제서야 여행의 설렘과 해방감이 조금씩 커져가는 기분이다. 그동안 꼭 가보고 싶었던 방콕 위시리스트 1순위, 차이나타운의 밤거리에 도착했다. 지글지글 볶은 면을 하늘 높이 집어던지는 요리사를, 길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차이나타운의 저녁 풍경은 사진 만으로는 설명이 안된다. 여기저기서 풍겨 나오는 맛있는 냄새 때문이다. 거리에 늘어선 수많은 좌판과 커다란 중국 레스토랑 모두, 음식을 기다리는 줄로 가득했다. 비가 와서 취소될 뻔 했지만 무사히 오리 볶음면도 노천에서 맛있게 먹어 치우고, 어쑤언(굴오믈렛)과 팟타이를 조금씩 시켜 맛을 보기도 했다. 오히려 비가 조금씩 오니 더 방콕답다.
블랙 젤리(그라스젤리) 디저트로 입가심을 하면서 배를 두드릴 즈음, 스탭 분들이 박스 하나를 스윽 내민다. 지금 차이나타운에서 가장 핫한 빵집에서 커스터드 빵을 어렵게 공수해 오셨다. 이 빵은 현지 티비와 온라인 매체에도 소개되고 있고, 몇 시간씩 줄을 서야만 먹을 수 있다. 연유맛 커스터드로 하나 집어서 맛을 봤는데, 외국인인 내 입맛에는 조금 갸우뚱하다. 이거 하나를 먹기 위해서 그렇게 인파를 헤치며 기다려야 할 맛까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차이나타운 푸드투어의 대미를 장식하기에는 딱 좋은 한 입이기도 했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위장을 빈틈없이 채운 채로, 호텔로 돌아가는 뚝뚝에 몸을 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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