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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알라룸푸르 여행14

조식부터 야외 바까지, 앙군 부티크 호텔의 아침과 밤 여자들에게, 호텔에서의 아침식사는 여행에서 가장 설레는 순간 중 하나다. 수십 곳의 도시와 호텔에서 내놓는 비슷비슷한 조식 뷔페가 슬슬 질려가던 즈음, 부티크 호텔이 선보이는 메뉴들은 다시금 나를 '조식의 낭만'에 사로잡히게 한다. 특히 내겐 쿠알라룸푸르의 앙군 부티크 호텔에서 경험한 아침식사가 그러했다. 아침 일찍 호텔 꼭대기층에 올라가 보니, 커튼 대신 푸르른 나무가 부드럽게 드리워진 루프톱 바가 펼쳐진다. 선선한 아침 공기를 들이마시며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여유로운 분위기가 너무나 마음에 든다. 호텔 뷔페식에 익숙한 한국인에게는 단품 메뉴를 주문해야 하는 이곳의 조식이 다소 불만스럽게 다가올 수 있겠지만, 내게는 오히려 반대였다. 아침부터 접시 들고 이리저리 부산스럽게 음식을 주워담아야 하는 수고란.. 2012. 8. 28.
처음으로 맛있는 커피를 마시다, 사이폰 전문 카페 Typica 과연 말레이시아에서 제대로 된 커피는 스타벅스 외에는 없는 것인가? 로컬 카페를 너무나 좋아하는 우리에게 스타벅스는 마지막까지 미뤄놓고 싶은 보루였다. 그러다 Timeout과 론리플래닛에서 우연히 발견한 사이폰 커피 전문점 Typica. 사이폰이라면 서울에서도 흔하게 접하기 어려운 커피인데, 여기라면 다르지 않을까? 카페는 부킷 빈탕에서 모노레일로 한 정거장 떨어진 임비(Imbi)역에서 도보로 10~15분 정도 떨어진 애매한 위치에 있었지만, 손바닥만한 구글맵에 의지해 불굴의 의지로 카페를 찾아내고야 말았다. 주변은 온통 공사장과 낡은 인쇄가게가 늘어서 있었고, 사실 보통의 관광객이 일부러 찾아갈 만한 입지는 아니었다. 소박한 손글씨가 적힌 나무판이 걸려진 입구에서 뭔가 느낌이 왔다. 카페 내부는 좁지만.. 2012. 7. 29.
KL의 밤을 가장 잘 보내는 방법, 잘란알로에서 재즈 바까지 장대비 내리는 밤거리를 걸어, 잘란 알로여행 4일 내내 뜨겁지만 멀쩡했던 하늘에, 갑자기 구멍이 뚫렸다. 땅거미가 내려앉을 무렵 부슬부슬 내리던 비가 이윽고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로 바뀌고, 밖을 나서려던 발걸음은 주춤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쿠알라룸푸르에서 제일 유명한 노천 야시장이자 먹자 골목 '잘란 알로'가 숙소 바로 옆인데, 오늘 밤을 그냥 보낼 순 없지! 결국 우산을 꼭 붙들어 쥔 채 빗속을 뚫고 붉은 등이 주렁주렁 걸려 있는 골목으로 향한다. 보통 이 시간이면 합석 자리도 없을 만큼 붐비지만, 비 때문인지 빈자리가 많이 보인다. 차라리 다행인건가. KL에서 제일 맛있었던 음식이 뭐냐고 묻는다면, 잘란알로에서 맛본 프라이드 쉬림프였다고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말할 수 있다. 어린 바질 잎과 마.. 2012. 7. 28.
KL의 랜드마크 파빌리온에서 로컬 카페까지, 부킷 빈탕 탐험하기 쿠알라룸푸르 번영의 상징, 파빌리온쇼핑몰의 맛을 보았으니, 이제 진짜 제대로 된 쇼핑몰을 만날 차례다. KL 최대의 번화가 부킷 빈탕의 한 가운데 위용을 자랑하는 거대한 멀티플렉스 '파빌리온'은 말레이시아의 자존심과도 같은 존재다. 오랜 부침과 식민 시대를 거친 말레이시아는 한국처럼 빠른 산업 발전을 거쳐왔고, 페트로나스 타워가 상징하듯 주변국들과 비교해서도 고도화된 성장을 표방하며 달려왔다. 파빌리온은 그러한 쿠알라룸푸르의 역동성을 대변하는 랜드마크다. 최근 아시아의 많은 쇼핑몰을 다녀봤지만 파빌리온의 건축미나 숍 셀렉션, 편의 시설 등은 단연 탁월한 수준이었다. 쇼핑몰의 중앙에는 서커스장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놀이시설이 들어서 있어 아이들은 부모가 쇼핑을 즐겨도 지루할 틈이 없다. 그틈을 탄 어른들은.. 2012. 7. 26.
도심 속의 작은 리조트, 쿠알라룸푸르의 앙군 부티크 호텔 KL 여행 최고의 선택, 앙군 부티크 호텔더블트리 호텔 3박에 추가로 2박을 늘렸더니, 먼저 고개를 드는 고민은 당연히 '어디서 묵을까?'. 아쉽게도 쿠알라룸푸르의 숙소 후기는 아직 많이 찾을 수 없다. 부티크 호텔을 선호하는 나의 선정 기준은 다음과 같다. 1.한국인이 많이 없을 것 2. 시내 중심가와 가까울 것 3.대형 체인이 아니면서도 시설과 디자인은 좋을 것 4.합리적인 가격대. 자연스럽게 후보는 좁혀졌지만 선택은 쉽지 않았다. KL의 호텔 가격은 대체로 저렴한 편이어서, 앙군의 1박 10만원 정도의 가격이면 5성급 체인에서 편안히 묵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힐튼에서 묵어봤으니 다른 초이스를 해보자며 최종 낙점은 '앙군 부티크 호텔'로 어렵게 정했다. 한국인의 후기가 거의 없었던지라 마지막까지 .. 2012. 7. 21.
한가로운 외곽 쇼핑지구, 방사르 빌리지에서의 오후 레이크가든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가까스로 택시를 타고 이동한 곳은 시내에서 15분 정도 떨어져 있는 한가로운 쇼핑 지구, 방사르(Bangsar). 이곳에는 거대한 쇼핑몰 방사르 빌리지 I & II를 중심으로 아기자기한 쇼핑 거리가 형성되어 있다. 본격적으로 쇼퍼홀릭 모드에 들어가기 전에, 일단 고픈 배부터 채우러 가볼까. 명성에 걸맞는 환상적인 맛의 나시레막, 마담 콴쿠알라룸푸르를 여행하다가 마담 콴 간판을 보면,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들어갈 것을 권한다. 방사르의 체인에서도 그 명성은 예외가 아님을, 확인했다. 그동안 사먹었던 나시레막은 다 짝퉁이었어!! 로컬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불만이었던 내 입에서도 '맛있다'는 말이 백번 쯤 튀어나올 정도로, 마담 콴의 나시레막은 말레이시아의 맛 그 자체.. 2012. 7. 19.
메르데카 광장의 신명소 'KL 시티 갤러리', 그리고 리틀 인디아 쿠알라룸푸르의 새로운 명소, 시티 갤러리미주나 유럽에서 보던 붉은색의 I ♡ 사인이 메르데카 광장 한 복판에! 쿠알라룸푸르 시티 갤러리는 관광 안내소와 기념품숍, 전시관을 겸한 복합 공간으로, 2012년 초부터 본격적인 오픈을 개시한지라 어떠한 국내외 가이드북에도 소개되어 있지 않다. (론리 최신판이 작년 여름 기준) 텍스타일 뮤지엄에서 광장 방면으로 이동하다가 우연히 발견했는데, 이곳 역시 여행자라면 절대 지나쳐서는 안될 볼거리다. 이 고풍스러운 건물은 무려 114년 전에 지어진 것이라고. 각종 티켓과 투어를 예약할 수 있는 로비를 지나 전시관으로 들어가니, 쿠알라룸푸르의 변천사가 오밀조밀하게 전시되어 있다. 영국령 식민지에서 동남아시아의 떠오르는 메가 시티로 진화하기까지의 과정을 사진으로 생생하게 만.. 2012. 7. 3.
오래된 시간의 흔적, 올드 차이나 카페에서의 티타임 The Art of Vintage, Chinatown사실 KL 차이나타운의 진정한 멋은 웅장한 사원이나 유명한 건축물이 아닌, 거리 자체가 지닌 이미지에 있다. 약간은 삭막한 도심인 KLCC 쪽에서는 느낄 수 없는, 오랜 삶의 흔적과 중국풍의 문화가 뒤섞여 어지러이 흩어져 있다. 간만에 무거운 카메라 짊어진 김에, 시선에 머무는 풍경을 열심히 주워 담는다. 관광객들이 오가는 거리는 아니다. 지도만 보면서 차이나타운 근방의 골목을 헤매고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현지인들의 세상을 통과하게 된다. 벽화 속 그들도, 실제의 그들도, 세상 근심 걱정은 별로 없는 표정이다. 난 언제쯤 그런 표정을 가질 수 있게 될까. 낡은 풍경의 아름다움, 올드 차이나 카페월페이퍼 시티가이드에 소개된 이 유명한 카페를 찾아가는 길.. 2012. 6. 27.
쿠알라룸푸르 차이나타운의 이국적인 시장, 센트럴마켓 차이나타운의 하이라이트, 센트럴마켓보통 외국 도시에서 '차이나타운' 하면 중국인들이 모여 사는 활기찬 상점 거리, 길어야 3~4블록의 구간이 전부다. 하지만 쿠알라룸푸르의 차이나타운에는 중요한 볼거리가 하나 더 있다. 입구에 새겨진 'Since 1888', 무려 1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실내 시장 센트럴마켓이다. 터키를 여행한 내게는 이곳의 첫인상이 마치 작은 그랜드 바자르처럼 느껴졌다. 이슬람 나라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이러한 실내 시장은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볼거리 중 하나다. 변덕스런 날씨와 상관없이 느긋하게 구경할 수 있고, 오래된 역사와 전통이 스며있는 물건들이 많기 때문이다. 주로 전통 공예품과 의상, 스카프와 액세서리 등을 많이 파는데 워낙에 색상들이 강렬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 2012. 6. 20.
차이나타운 속 힌두사원에서, 여행지와 일상의 경계에 서다 차이나타운의 시작, 잘란 페탕 거리 색색의 히잡이 눈앞을 휘휘 지나쳐가는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에도, 어김없이 차이나타운이 있다. 전 세계 어느 도시의 차이나타운과 비교해도 제법 위풍당당한 규모의 잘란 페탕 거리에는 커다랗고 붉은 대문이 그 시작을 알린다. 쾌활한 상인들과 여행자들로 떠들썩한 거리를 거닐다 보면, 눈은 즐겁지만 어김없이 열대의 더위가 갈증을 부른다. 그래서인지 곳곳에 냉음료를 파는 점포가 많은데, 사람들이 줄서서 마시는 두유와 리치 냉차를 맛보기로 했다. 5백원도 안되는 저렴한 가격에 담백하고 시원한 맛. 서울의 백화점에서 파는 음료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아직 쇼핑은 시작도 안했건만, 이 상인들의 거리에서 주스 한잔으로 그저 행복한 미소가 흐른다. 스리 마하마리아만 사원 앞에.. 2012. 6.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