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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유튜브 히치하이커TV 구독자 3만 돌파, 그리고 몇 가지 고민

nonie 2024. 2. 15.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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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에 1만을 돌파한 유튜브 채널은 쭉쭉 성장해서, 올 해 초에는 3만 명대로 접어 들었다. 작년 1월에 유튜브 채널을 리빌딩할 때만 해도 수익화 기준인 연간 4천 시간을 당최 언제쯤 넘길지 막막했다. 그런데 불과 1년만인 지금은 매월(!) 2만 시간 가까운 시청시간을 가뿐하게 채운다. 게다가 비구독자의 시청 비중이 80%가 넘기 때문에, 구독자 수에 비해 조회수도 높은 편이다. 처음 유튜브를 운영할 때는 성장에 대한 고민만 가득했다면, 이제는 다음 단계의 고민을 해야 하는 시기가 된 것이다.
 
채널의 정체성이나 나아가야 할 방향은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 나는 여행업계에서 소비자와 산업 종사자 모두에게 강의를 하는 독특한 지식업 포지션에 서 있고, 이 장점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여행정보 종합 채널을 구축하고자 했다. 기존의 여행 미디어 업계에는 산업 종사자를 위한 폐쇄적인 미디어, 아니면 내가 십수 년 전 몸담았던 여행 매거진처럼 특정 여행지를 취재하고 홍보하는 소비자 미디어만이 존재했다. 돌이켜보니 나는 이러한 여행 미디어 지형에 대해 굉장히 오래 전부터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더라.ㄷㄷ 한국의 여행매체 집중 분석이라는 글을 무려 2009년에 써놨으니 말이다. 
 
 
고민 1 . 누구와, 어떻게 협업할 것인가
저 문제의식은 십 수년을 거치면서 책 4권, 그리고 유튜브 '히치하이커TV'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채널이 비교적 빨리 성장한 배경은 이러한 미디어 지형의 빈틈을 이미 알고 파고들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채널 리뉴얼 후 초창기에 기획한 콘텐츠가 '1800만원 크루즈 여행상품의 가격 책정 구조'였고, 이러한 콘텐츠는 기존 미디어에서 절대로 다루지 않는(다룰 수 없는) 내용이다. 또한 업계가 직접 항의를 해올 정도로 그리 반기지 않음을 확인했으나 크게 신경쓰지는 않는다. 어차피 채널 운영 이전에도 여행사와는 거의 협업하지 않았고 접점도 없다. 
 
하지만 해외 자유여행에 필수적인 여행 서비스와 스타트업, 앱은 더 많이 알리고 싶은데 아직까지 협업이나 광고 제안이 많지 않은 점은 고민이 된다. 유튜브 광고 시장은 대행 에이전시 위주로 돌아가는 분위기라 광고주에게 채널이 직접 발견되기 쉽지 않다. 간간히 해외업체 광고 제안은 있지만 채널의 맥락과 상관없는 광고는 하고 싶지 않아서 패스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수익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도전이 올해 최대 과제가 됐다. 또한 항공과 호텔 등 소위 메이저 산업 취재를 제대로 하려면 미디어로 아예 비즈니스 업종 자체를 전환(또는 추가)해야 할지도 고민이 된다.
 
콘텐츠 확장성을 위해서는 다른 창작자나 비즈니스와의 협업도 필수임을 새삼 실감했다. 이번 항공권 서비스 인터뷰 콘텐츠도 큰 반향이 있었고,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이를 외면할 수 없다. 올해에는 재야에 숨어있는 고수 분들을 최대한 많이 만나고 본질에 다가가는 메시지를 계속 끌어내야 한다. 
 
 

 
고민 2.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것
얼마 전 올린 저가 패키지 문제점 영상의 댓글 논쟁을 보면서, 이 채널이 가려는 길이 얼마나 어려운 길인지 다시 한번 느낀다. 이 해묵은 문제를 다시 끌어올린 이유는 '저가 패키지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아니라 소위 199/299 상품을 버젓히 내놓는 문제에 대한 환기를 위해서였다.



2024년 2월 현재, 버젓이 팔리고 있는 199/299 상품들.

하지만 논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소비자가 소비자를 저격한다. '돈도 안쓰면서 대접만 받으려 한다'는 뻔하고 게으른 저격 말이다. 여행업계는 얼마나 편한가. 이렇게 소비자끼리 갈라져서 서로가 서로를 가격으로 계급화해 반목시키고, 자기들은 저가/고가 패키지를 더 양극화시켜 판매하면 그만이니 말이다. 문제의 본질은 포함시켜야 할 금액을 빼고 모객을 한 뒤 현지에 가서 나머지 돈을 내게 만드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눈속임 상품을 아직도 판매하는 업계에 있는데도 말이다. 
 
 
 

 
고민 3. 무엇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본업과 같이 운영하다 보니 주 1회 업데이트가 아직은 한계다. 현재 포맷으로 운영을 시작한 23년 1월 2일부터 세어보니 65개 콘텐츠가 전부다. 결국 더 많은 콘텐츠를 아카이빙하면서 방향성을 찾아가야 한다. 작년에는 그나마 엔데믹으로 옮겨가면서 정보성 콘텐츠를 메인으로 했지만, 올해에는 직접 발로 뛰는 콘텐츠여야만 한다. 
 
최종적으로 하고 싶은 건 역시 인사이트 트립이다. 본업인 강의를 통해서는 오랜 세월동안 굳혀진 포인트 관광(소위 찍먹 관광)이 왜 우리 모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지 ‘여행 인문학’ 관점에서 더 많이 전파하고, 유튜브에서는 스스로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여행의 모델을 직접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지난 15년은 블로그와 책이 그 역할을 해왔지만, 유튜브로 옮겨와보니 영향력의 크기와 속도가 차원이 다르다.

새롭게 생겨난 영향력을 올바른 방향으로 활용해 현 산업의 오래되고 진부한 여행루트의 패러다임을 깨고, 21세기에 맞는 방식으로 여행지의 '현재'를 조명하는 여행법을 알리는 것이 히치하이커TV의 궁극적인 목표다. 그러려면 올해는 발품을 좀 제대로 팔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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