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결산, ‘어떻게 살고 싶은가?’ 삶과 일의 방향성을 고민하다
어느 덧 2021년 결산글을 쓴 지도 1년이 훌쩍 흘러, 2022년의 마지막을 앞두고 있다. 올해도 작년 결산 글 '2021년 결산 '여행의 미래, 그리고 일의 미래를 고민하다'를 읽으며, 이 때 고민했던 것들을 한 해동안 얼마나 풀려고 노력해 왔는지 살펴보게 된다.
2021년은, 2020년에 내놓은 첫 산업 트렌드 도서인 <여행의 미래>를 동력삼아 달려갔던 한 해였다. 책이 가진 힘과 확장성으로 연결된 수많은 강의/교육 제작의 기회는 2022년의 커다란 자산이 되었다. 2022년은 지난 2년간 쌓아올린 전문성이 사회에서 온전히 쓰임새를 찾은 한 해였다. 올해로 9년째 강의 사업을 하면서 수치적으로는 가장 큰 성과를 낼 수 있었고, <여행을 바꾸는 여행 트렌드> 출간과 함께 팬데믹 이후의 업계 방향도 제시할 수 있었다. 작년의 업무 성과는 강사 홈피에 업데이트 완료.(바로 가기)
다만, 지난 2년간 해결 못한 숙제였던 개인적인 삶(주거)의 안정성과 방향 설정은, 커리어 상승이나 소득 안정과는 상관없이 올해도 큰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올해는 이 부분부터 짚어보면서 한 해를 결산해야 할 것 같다.
[LIFE] 어디서, 어떻게 살고 싶은가?
전 세계 인류의 가장 큰 고민은 아마도 의식주, 그 중에서도 집이 아닐까? 부동산 리얼리티인 넷플릭스 <Buy My House> 1화에는 '어스십'이라는 독특한 기능의 친환경 주택이 등장한다. 집 전체가 태양열로 전기를 만들어내고, 빗물은 저장했다가 정수 장치를 거쳐 생활용수를 만들어낸다. 감탄을 자아내던 부동산 업자들은, 막상 이 집을 선뜻 매매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나는 이 집을 통해, 집에 대한 관점이 달라지는 경험을 했다. 집이 단순히 투자 자산이 아니라, 생산 자원이 될 수도 있구나. 하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멀고 먼 이야기다.
지난 2년간 막연했던 주거 안정성에 대한 고민은, 올해부터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아직 독립적인 주거 공간을 확보하지 못했고, 부모님의 취약한 노후도 대비해야 한다. 올 한해 많은 집을 보러 다녔다. 하지만 그 사이 금리는 엄청나게 높아졌고, 마음에 드는 집은 아직도 찾지 못했다.
지금 처한 입장에서는 아파트와 같은 자산 가치를 위한 부동산보다는 생산 자원(?)으로서의 집이 필요한 상황이다. 공유숙박이나 임대 등이 가능한 주택을 찾다 보니, 어느새 관심은 한옥으로까지 이어졌다.(물론 당장 한옥을 매매하진 못할 것 같다) 북촌에서 하는 한옥 아카데미에서 오프라인 실습 교육까지 수료했고, 북촌의 오픈하우스 <행복작당>도 꼼꼼히 둘러봤다. 한옥은 앞으로도 계속 관심 가지고 공부하려고 한다.
주요 역세권에 속속 들어서는 최신 레지던스(코워킹/코리빙)도 종류별로 묵거나 둘러봤다. 이벤트에 운좋게 선정되어 에피소드 수유에서 시숙을 했고, 로컬스티치 을지로에서도 숙박을 했다. 집을 주제로 아트 전시를 했던 맹그로브 동대문에도 일부러 시간을 내서 다녀왔다. 물론 공유 주거 시설은 내 라이프스타일과는 맞는 부분도, 안 맞는 부분도 있었다. 다만 호텔과 레지던스의 경계가 희미해진 최근 트렌드 만큼은 제대로 공부할 수 있었고, 어쩌면 내년부터 다닐 해외 여행과 출장에서 자주 이용하게 될 형태의 숙박시설이 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집은 올해 해왔던 가장 큰 고민인 만큼 내년에는 분명한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게 2023년의 최대 목표가 되었다.
[WORK] 업계 종사자를 위한 교육자가 된다는 것
2021년 말, <여행의 미래>의 후속서를 계약했다. 팬데믹은 언젠가 끝날거고, 여행산업 트렌드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일반적인 트렌드서와 달리 스테디하게 읽힐 수 있는 소비자 분석서를 집필했고, 올 7월 <여행을 바꾸는 여행 트렌드>가 출간되었다.
물론, 이번 책은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또는 <여행의 미래>처럼 나의 커리어나 인지도 등을 드라마틱하게 바꿔주지는 않았다. 애초에 <여행의 미래> 후속서로 기획했던 책이고, 업계 종사자 교육에 기반이 될 새로운 지식의 역할에 충실하게 썼다.
하지만 역시 책의 확장력은 대단한 것이, 오히려 종사자가 아닌 일반 독자나 대학의 유관 전공학생들이 이번 책을 통해 나를 알게 되고 여행 트렌드를 접하게 되어서 감사하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 올해도 책에 참 많은 악필 사인을 하며 다녔다.
올해는 온라인 콘텐츠 납품과 온라인 스트리밍 교육 비중이 굉장히 높았다. 여행업협회 역량강화 교육에서는 7시간짜리 온라인 강의를 10회나 했다. 현장 반응 보면서 강의를 해야 하는 강사에게, 스튜디오에서 홀로 허공에 외치는 온라인 교육의 고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도 어쩌랴. 내게 온 큰 기회를 제대로 해내는 것만이 이 일의 숙명인 것을.
물론 2023년에는 온라인보다 집합 교육 비중이 늘어나긴 할 것이다. 또한 일반 기업의 강의시장이 좀더 열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내게 중요한 시장은 공공 분야로 넘어와 버렸고, 2023년의 관광 예산은 15%나 줄었다. 이게 내 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은 예측하기가 어렵지만 올해만큼의 성과를 장담할 수는 없다. 이런 예측 불가능성을 이겨내는 것 역시, 이 일의 숙명이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다음 해가 더 어려워질 줄 알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매일의 내가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달려 있다.
지속가능한 여행, 워케이션 트렌드 등 세부 주제 강의를 전개하게 된 것은 올해의 큰 수확이다. 특히 지속가능한 여행은 작년부터 시장에 내놓았지만 반응이 없던 주제였는데, 올해는 찾아주시는 기관이 많았다. 하와이 관광청, 북촌한옥마을, 그리고 DMZ 관광 해설사 교육까지 여러 곳에서 관련 교육이나 특강을 했다. 올해 화두였던 워케이션 강의도 부산관광기업지원센터부터 부산여행영화제 강연, 월간 디자인 등 여러 매체에 칼럼 기고까지 진행하면서 키워드를 선점해 나아갈 수 있었다. 내년에는 직접 취재를 통해 깊이있게 들여다볼 생각이다.
[COMMUNITY] 밋업부터 북클럽, 뉴스레터부터 팟캐스트까지
작년에 목표 중 하나가 커뮤니티 구축이었는데, 절반의 성공은 이루었다고 본다. 항상 신기하게도 좋은 분들이 모여주신다. 불안하게 출발하는 매년 초, 다같이 머리를 맞대보자고 모이는 '인사이트 밋업'은 3~4번이나 유료 모임을 열었다. 이 모임을 시작으로 계속 재참여가 이루어지면서, 여름에 연 여행 비즈니스 북클럽은 결국 송년회까지 열 정도로 네트워킹하는 모임이 되었다.
뉴스레터와 팟캐스트는 커뮤니티의 기본 연결고리가 되어준 일등 공신이다. 사실 뉴스레터는 공수가 꽤 들어가서 자주 발송하지 못하는데, 희한하게 오픈율도 높고 피드백도 큰 편이라 안할 수 없게 됐다. 참, 올해는 팟캐스트 메인 채널을 유튜브로 옮긴 첫 원년인데, 나름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것 같아 기쁘다. 팟티 종료 등 로컬 플랫폼이 약화된 상황에서, 이제라도 유튜브를 방송으로라도 정기 운영하게 된 건 큰 수확이다. 다만 유튜브에 뉴스성 콘텐츠만 올리다 보니, 소비자 인플루언싱 콘텐츠가 크게 줄어서 채널 자체를 별도로 가져가야 할 지 고민되는 부분이다.
[VACATION] 결핍을 동력으로 삼지 않는, 여행
올해도 해외에 나가지 않았다. 정확히는 사업적으로 나갈 필요가 없었다. 지난 15년간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해외 일정을 만들어온 나로서는, 아무리 여행 분야 업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휴가/레저 목적으로는 해외 일정을 짜지 않는다. 무엇보다, 일(취재)의 탈을 쓰고 오랜 세월 수많은 협찬과 접대에 익숙해지는 경험을 해왔고, 그 시간만큼 현실에서 비껴나 있었다. 돌아보면 그 시절 화려한 여행에는 분명 결핍이 중심에 있었다. 물론 아직도 현실과 정면에서 싸우고 있다고 하기엔 부끄럽지만, 적어도 결핍을 동력삼은 '도피'는 안 해도 충분한 나를 만들었고 그 점에 만족한다. 내년엔 필요할 경우 출국하겠지만, 오래 머물지는 않으려 한다.
대신 '워케이션'을 틈틈이 했다. 솔직히 이건 워케이션도 아니고, 숙박이 제공되는 지역 강의에서는 일만 끝나면 그냥 쉰다. 노트북은 꼭 필요하지 않으면 무거워서 가져가지 않는다. 경주 힐튼, 리솜 아일랜드 등 강의가 열렸던 숙소에서 사우나를 하고 로컬 식재료로 요리를 해먹거나 사먹었다. 틈틈이 동네 사우나 스파 시설에 방수 마스크 착용하고 다녔는데 좋았다. 목욕과 온천, 사우나에 대해서 더 깊이 경험하고 싶다.
건강 면에서는 작년보다 많이 걸었다고 나왔으니 조금은 더 노력했다고 생각하련다. 다만 부지런히 백신을 맞아왔음에도 코로나는 결국 피해가지 못해서, 연말에 격리 해제를 끝으로 떠나 보냈다.
매년 하반기는 정신없이 바쁘다. 썰물처럼 일이 빠져나간 뒤, 연말에는 온갖 전시와 박람회를 부지런히 다녔다. 좋아하는 분야가 생기면, 그 분야의 박람회에 먼저 가보는 편이다. 차와 커피를 좋아해서 몇 년째 카페쇼와 차 박람회에 다니고 있고, 올해는 식품 박람회까지 가봤다.
정크 저널의 세계를 접하고 조금씩 만들다가, 결국 문구 박람회와 강원도 동해의 연필 박물관에 다녀왔다.(물론 동해는 강의차 간 김에) 요가와 웰니스도 좋아해서 팬데믹 이후 다시 열린 '원더러스트'에 등록해서 야외 요가도 했다. 미술관도 서울 곳곳에 부지런히 다녔고, 훌쩍 큰 조카찡을 데리고 다니는 즐거움도 크다. 2023년 새해도 호텔 박람회 참관(겸사겸사 토크도 참여)로 시작하게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작년에 세웠던 '다큐 제작'의 목표는 이루지 못했지만, 드디어! 자체 미디어 '히치하이커닷컴'을 오픈하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됐다. 일과 삶을 아울러 가장 중요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히치하이커라는 상호와 도메인을 2011년에 등록했음에도, 닷컴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10년이나 흘려 보냈다. 사실 티스토리 블로그로 얻은 것도 너무 많지만, 10년 전에 워드프레스를 제대로 공부해서 닷컴을 운영해 해외 여행 미디어처럼 키웠다면 지금 내가 하는 일이나 위치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내년의 목표는 매체력을 다시 키우는 것이다. 며칠 전 모 행사에서 여전히 느낀, 레거시 미디어의 실체없는 권력과 역할에 더이상 의존하고 싶지 않다. 온전히 내 매체만으로 섭외하고, 취재하고, 퍼블리싱하며 선순환을 만들고 싶다. 그러기 위해 지금 준비 중인 해외향 콘텐츠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 올해는 전자책 출간도 못했는데, 닷컴과 연동해 재미난 출판 프로젝트도 기획해봐야겠다.
1인 기업의 입장에서, 비즈니스 확장(법인, 고용 등)이 필수는 아니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힘든 만큼 온전히 성과를 가져갈 수 있고, 팬데믹과 같은 불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고, 아직은 핸들링 가능한 범위의 비즈니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리스크를 줄이고 좀더 효율적인 사업 운영을 위해 더 나은 방법을 계속해서 찾아가려 한다. 개인적으로는 좀더 안정된 삶의 환경을 찾고 만들어가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올 해 감사한 분들도 많았고, 정말 열심히 일한 한 해여서 큰 후회는 없다. 내년에도 나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한 해가 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