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미디어

연남동 아트 산책 다녀와서, 간단 메모

nonie 2022. 1. 6.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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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복잡한 내용의 원고를 쓰다가, 기분전환 겸 사무실 근처 연남동 골목의 전시 두 곳을 간단히 훑어보고 왔다. 올해부터는 체험한 것들은 까먹기 전에 간단히 기록해 두기로.

연남동. 일단 대로변만 슬쩍 벗어나면 반경 1km 이내에 소규모 갤러리와 문화공간이 밀집된 환경이 참 부럽고, 괜히 골목골목 다니며 부동산 시세 한번씩 보게 되는 동네다. 복합공간 뿐 아니라 소상공인들의 가게들도 많고, 커뮤니티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연남동 골목의 가끔 가는 꽈배기집 자미당을 지나 도착한 챕터 투에서, 1월 8일까지 진행되는 애나 한의 Somewhere above the ground'를 관람했다.

http://chapterii.org/somewhere-above-the-ground/

 

Somewhere Above the Ground | ChapterII

installation view: Somewhere Above the Ground, Chapter II, 2021 installation view: Somewhere Above the Ground, Chapter II, 2021 installation view: Somewhere Above the Ground, Chapter II, 2021 A330-AM6, 2021, acrylic on canvas, 90.5 x 65 cm installation vie

chapterii.org




직관적으로 비행기의 기내 창문을 상상할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된 전시. 수백 번의 붓터치로 구현했다는 오묘한 색과 빛의 조화는 언젠가 하늘 위에서 목격했을 하늘 위의 신비로운 광경을 떠올리게 한다.

코로나 이후 특히 여행에 대한 갈망을 겨냥한 예술작품이 많이 나왔고, 이 전시도 그 연장선에 있다. 다만 협소한 화이트큐브 형태의 갤러리에서 작품의 'calm'한 의도에 몰입하기가 약간 쉽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어차피 예술 감상의 목적보다는 대중의 욕망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보려는게 주 목적이긴 하지만 말이다.





챕터 투까지 간 김에, 5분 거리에 있는 씨알 콜렉티브에서 무니페리 개인전 : 빈랑시스를 관람했다.

http://cr-collective.co.kr/?p=4043

 

[2021.12.9(thu)-2022.1.8(sat)] 무니페리 개인전: 빈랑시스檳榔西施

 

cr-collective.co.kr


경계 바깥으로 벗어나버린, 또는 '추락'이라는 틀로 묶어버리는 이들인 '빈랑시스(환각 물질인 빈랑을 파는 대만의 여성들)'를 통해 사회의 통념에 질문을 던진다. 흔히 삶이 추락했다고 할 때 '낙'이 의미하는 밑바닥이 과연 뭔지, 그런 개념은 누가 정하는지 반문하는 철학적 지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개인적인 관심사는 메인 영상인 빈랑 숍 운영자 인터뷰에 꽃혔다. 터부시되는 문화를 힙하고 쿨하게 소개하고 싶고, 이를 일종의 서브 컬처로 편입하려는 꿈을 밝힌 내용이 눈길을 끌었다. 또 다른 여성 DJ가 등장해, 코로나 이후인 2020년 9월에 타이베이에서 열린 DJ파티에 참여하며 인생에서 가장 큰 성취감을 느꼈다고 고백한 지점에서 역설적으로 시대적 결핍이 느껴졌다.

사실 요즘 가장 하고 싶은 일이 위 전시의 영상물처럼 문화적, 사회적 변화나 문제의식을 포착해 탐사 콘텐츠로 만드는 것이다. 요 몇년 간 여행산업과 소비 변화에 대한 책을 쓰다보니, 그 변화 중에 하나를 좀더 깊게 파고들어 생생한 인터뷰와 경험을 확보하고, 이를 담론화하고 사회적 비즈니스로 확장하고 싶다. 결국 앞으로는 창업이나 창직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세상에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있다고 본다. 올해는 좀더 부지런하게 다른 사람들이 질문을 던지는 방식을 보러 다녀야겠다. 그것이 예술전시이든, 책이나 강연이든, 넷플릭스나 영화든, 뭐든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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