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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결산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nonie 2018. 12. 3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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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 6 그랜드 와일레아 월도프 아스토리아 @ 마우이에서.


올해의 질문을 꼽으라면, 지난 5월 현 휴넷 (전 아코르 앰버서더 코리아) 권대욱 회장님이 물어오신 '자네는 이 일로 이루고자 하는 꿈이 무엇인가?'다. 무척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답을 하려니 쉽지 않았다. 남에게 내세울 거창한 미션이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지금 하는 일에 대한 방향성을 되짚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순간이다. 

나는 무엇을 믿고 있으며 어떤 가치를 위해 일하는가, 또 무엇을 삶에서 우선 순위로 두고 있는가를, 한 해의 마지막에나마 돌이켜 본다. 이곳 블로그에 해마다 연말 결산을 해왔는데, 작은 성취를 시간 순으로 나열해온 방식은 이제 불필요할 듯 하여 업에 관한 세 가지 큰 섹션으로 한 해를 정리해볼까 한다. 






 여행은, industry다 
- 팟캐스트 <여행사이의책> 28화에서 


 1. 업계 : 소비를 분석하고 연결하는 사람이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나는, 기존의 관광학계나 여행업계와는 다른 각도로 여행산업을 바라보고 있다. 여행시장은 생각보다 소비자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하다. 지난 10여 년간은 하드웨어(데스티네이션)를 일방적으로 홍보하기만 해도, 구매행위의 요인을 몰라도 많이 팔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가 관련 업이 밀레니얼 세대에 이어 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전혀 다른 방식의 커뮤니케이션 언어와 장치가 필요해질 것이다. 이 분야의 전문가는 더이상 여행사나 여행 가이드북, 여행 전문가가 아니다. 여행은 이제 단일한 상품이 아니라, 항공과 호텔과 레스토랑을 선택하는 각각의 순간이 모여 이루어지는 '경험의 총체'이기 때문이다. 

여행자가 호텔과 항공을 선택하거나 재구매하는 행위에 미치는 여러 요인을 철저히 소비자 경험으로 관찰하고, 이를 끄집어내어 시장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그것은 강의나 책이 될 때도 있고, 출장과 컨설팅이 될 때도 있다. 올해 7월에 출간한 두 번째 저서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는 이 관찰의 첫 결과물로, 지난 5년간 '호텔'이라는 한 가지 요소에 집중한 내용이다. 덕분에 여행 스타트업 창업 교육, 롯데호텔 앤 리조트, 제주관광협회 등에서 2019년 글로벌 여행 트렌드를 강의했다. 또한 대만과 한국의 호텔 컨설팅, 여러 매체에 호텔산업 컬럼을 기고하고 월간 <호텔 아비아>에 합류하는 등 호텔 칼럼니스트로서도 분주하게 활동한 해였다. 

 지난 9월 출연한 팟캐스트 <여행사이의 책>에서, 나는 여행을 개인적인 관점으로 바라보지 않으며, 산업으로 바라본다는 평소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생각보다 많은 청취자들이 이 대목에서 적잖은 문화충격(?)을 받았다는 피드백에 내가 더 놀랐다. 그만큼 한국은 여행업을 둘러싼 큰 논의와 수익모델이 부족하다. 빠르게 변화하는 여행 소비자를 업계가 효과적으로 대응하도록 돕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당장 2019년 1월 베트남의 초청으로 참석하는 아세안 관광 포럼을 시작으로, 내년의 새로운 솔루션을 부지런히 찾아다닐 예정이다. 

 2018 여행업계 관련 <올해의 순간> 

-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출간 2달만에 2쇄 
- 하와이 글로벌 투어리즘 서밋 참석 및 총 9곳의 하와이/마우이 호텔 취재 
- MBC 라디오 '여행의 맛' 1달 고정 출연 <세계 호텔여행> (현재 방송 중) 







소비적인 여행을 탈피하는 좋은 방법은, 여행 글쓰기다. 
 - 청산유수, 2018.3.27 출연분에서 


 2. 기업/개인 : 여행의 목적을 다시 제안하는 사람이다. 

기업이 근로자의 여가를 '생산성을 위한 휴식'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워라밸 트렌드는 2018 기업교육의 핵심축이 되었다. 방송 출연 외에는 별다른 영업활동도 없이, 올 한 해 충청, 전라, 경상도에 제주까지 밟지 않은 지역이 거의 없었다. 기업교육은 철저하게 임직원 만족도로만 평가되므로, 차별화된 강의 실력과 콘텐츠가 무엇보다 절대적이다. 그러나 기업교육은 안주하면 순식간에 도태된다. 나의 콘텐츠는 매 분기 별로 업데이트되고, 연 단위로는 거의 완전히 바뀐다. 스마트/워라밸에 이어 내년에는 내년의 소비자에 맞는 지식과 정보가 준비되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단순히 매출이 높은 기업교육에 안주하기 보다는, 출강을 줄이더라도 해외 체류를 늘려서 인풋을 더 쌓는 게 내년의 (가장 어려운) 목표다.

필연적으로 인간이 여행을 하는 목적은 점차 진화해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이루고자 하는 것에 집중하고, 인생의 다음 스텝에 영감을 주는 여행을 하도록 돕는 것 또한 나의 일이다. 올 해 상반기까지 운영한 '여행 커리어 워크숍'은 기업이 아닌 개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다. 하지만 워크숍 수강 후에도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며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드문 것은 너무나 아쉽다. 과제로 강제성을 부여하는 수업이 끝나면, 스스로의 의지로 글쓰기를 꾸준히 지속하기 어려운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2019년, 여행 커리어 워크숍은 현실적으로 업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실행 중심의 멤버십 프로그램으로 진화한다. 짧은 오프라인 수업이 끝나면 다시 시들해지는 과정이 아니라, 작은 결과물을 지속적으로 내도록 돕는 온/오프 프로그램을 곧 오픈한다.

2018 강의 커리어 관련 <올해의 순간>
한국직업방송 <김다영의 '여행의 품격'> 프로그램 런칭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신임자 교육 (6월~11월)을 비롯한 올 한 해 모든 교육 







3. next generation: 직업의 변화를 스스로 증명하는 사람이다.

나는 5세부터 10대의 대부분을 음악을 하면서 보냈다. 고교 진학 때도 외국어와 예술 특화 고교 중에 선택을 해야 했고, 결국 입시/취업에 유리한 고교와 대학 전공을 선택하는 등 진로에 갈등을 겪은 기간이 꽤 길었다. 직장 생활을 하며 음악 동아리나 밴드 활동을 지속했지만, 결국 음악을 취미 이상으로 삶에 들여놓지는 못했다. 이 과정에서 '왜 한 사람이 여러 재능을 발휘하면서 사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까?'라는 의문이 커졌다. 이후 전 세계에서 여러 직업을 가지고 흥미롭게 일하는 이들을 만나면서, 나부터 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양한 재능을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일의 형태를 만들면, 좀더 만족스러운 삶이 되지 않을까?라는 결심으로 이어졌다.

조직에 오래 있다가 독립한 이들은 종종 직장인에게 '밖에 나오면 고생이니, 최대한 잘릴 때까지 붙어있으라'는 충고를 한다. 하지만 나는 주변인에게 그런 말을 하는 존재가 되고 싶지 않다. 오히려 누군가는 기존에 없던 직업의 가능성을 증명해야, 더 많은 이들이 도전이라도 해보지 않을까? 새로운 직업의 형태를 만들고 시행착오를 겪는 나의 과정이, 다음 세대에게는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잘하게 되면, 굳이 내 시간과 영혼을 팔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10년, 20년에 걸쳐 천천히 보여주는 것이 나의 목표다.


2018 Favorites 

올해의 여행: 인도정부 초청 기차여행. 짧지만 여운이 정말 길었던 경험. 내년에는 남부여행 소취!
올해의 책: 책의 미래를 찾는 여행 서울, 드위트리 스토리, 유튜브 레볼루션 (완독 70권 중 올해 출간 도서에서)
올해의 미디어: 브이앱(뒤늦게 BTS 채널 역주행 시작ㅎㅎ), 유튜브 채널 Sukkari Life, 李子柒
올해의 강연: 구글 디렉터 수지 보윙켈의 키노트 'Travel in the age of assistance'(미국)
올해의 호텔: 하와이 서프잭 호텔. 1박에 수 백만원짜리 호텔보다 훨씬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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