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오픈캐스트 종료, 그리고 포털 모바일 메인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오픈캐스트의 명멸, 예견된 수순이지만..
네이버에는 오픈캐스트라는 서비스가 있다. 블로거가 자신의 콘텐츠를 선별해서 발행하는 일종의 미디어 큐레이션 서비스다. 2008년 베타 오픈부터 지금까지 운영 중인 내 오픈캐스트의 구독자는 6,400명이 조금 넘는다.
오픈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오픈캐스트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블로거는 급격히 줄어 들었다. 일단 써보니 서비스의 방향성이 불확실했기 때문이다. 캐스트 구독자를 확보해야 트래픽에 도움이 되는데 파워블로거 외엔 캐스트를 알리기 쉽지 않은 구조다. 그러자 네이버는 새로운 캐스트를 직접 추천해서 웹 메인에 노출해주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신인 블로거들은 새로운 구독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 전체 생산자가 줄어든 만큼, 역으로 오픈캐스트를 잘 활용하면 블로그 운영에 큰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었다.
네이버의 pc 메인 하단에는 오픈캐스트 탭이 있다. 이 부분이 사라지게 된다.
사실상 블로거가 직접 자신의 콘텐츠를 네이버 메인에 노출할 수 있는 서비스는 오픈캐스트가 유일했다. 그것도 물론 '추천'에 간택되어야만 가능한 것이지만 말이다. 기업의 논리에 의해 교묘하게 세팅된 미디어 기사/애드버토리얼이 포털 메인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그나마 오픈캐스트 덕분에 네티즌은 가공되지 않은 순수 블로거의 글을 접할 수 있었다. 아마 이 글을 보는 많은 독자들도 네이버 메인에 있는 내 블로그를 클릭해서 처음 이곳을 찾고, 구독 버튼을 눌렀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오픈캐스트의 PC 메인 노출 탭이 9월 30일 부로 종료된다.
사실상 PC메인보다 모바일 메인 접속이 더 많은 지금, 오픈캐스트는 PC 시대에 개발된 옛 서비스라 모바일 버전에 제대로 끼워넣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오픈캐스트가 언젠간 없어질 거라는 예상은 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에 대한 대안이 없고, 모바일 메인의 자체 콘텐츠 독점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1인 미디어가 모바일 메인에 비집고 끼어들 자리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과연 누구에게 유리해진 변화일까?
포털 메인의 변화와 모바일 전용 플랫폼의 문제점
이와 동시에, 네이버 모바일 메인은 최근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여행쪽 일을 하는 내겐 새롭게 등장한 '여행+' 섹션을 눈여겨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 여행+ 탭이 심상치가 않다.
여행+의 콘텐츠 배치 비중을 보면 자체 운영 블로그와 지자체/기관 블로그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나머지를 일반인의 포스트와 블로그가 채우는데 그 비중은 예전에 비하면 극히 적다.
('DMZ 애국투어 인기'같은 어이없는 국뽕 콘텐츠가 메인에 종종 떠서 더욱 눈여겨 보기 시작했다는..;;)
네이버 포스트의 문제점은 많은 블로거들이 지적했듯이 콘텐츠의 독점화다. 플랫폼 밖으로 유통될 수 없고 기본적으로 포털 가두리 내에서만 생산 및 유통이 가능하다. 또한 특정 주제(주로 육아, 교육 등)가 아니면 포스트에 적합치 않은 분야가 많다. 다양한 콘텐츠 유통에는 명백한 한계점을 가진 셈이다. 이미 기업 브랜드가 서비스 초기에 대거 유입되어 광고성 콘텐츠가 많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포스트의 메인노출 비율이 크게 늘어나면서, 기존 블로거들이 생산 동력을 잃고 있기도 하다. 이래저래 기존 블로그의 트래픽만 깎아먹고 자체 힘도 키우기 어려운 서비스다.
브런치 역시 처음 런칭부터 쓰고 있지만, 네이버 포스트와 동일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현재 브런치의 추천 글은 다음넷 PC/모바일 메인 뿐 아니라 카카오톡 메신저의 채널 탭을 통해 노출된다. 그동안 티스토리 블로그가 채우던 메인 지면을, 브런치가 상당 부분 가져갔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기존의 미디어(여행 매거진, 여행사 등)가 싸게 공급하는 상업용 콘텐츠가 브런치보다 훨씬 많은 지면을 차지하니까. 1boon 같은 자체 콘텐츠를 메인에 상당 부분 배치하니, 네이버와 다를 바가 없다. 일방적인 올드미디어적 발상이다.
콘텐츠를 만드는 이들에게
이제 포털 모바일 메인의 콘텐츠는, 점점 더 기업의 논리를 세밀하게 반영하고 있다. 사실 올드미디어(잡지, 신문 등) 출신 인력들이 입지가 좁아지면서, 최근 몇년 새 포털로 많이 이직했단 소문은 들었다. 그리고 지금, 포털은 그들의 새로운 이익을 창출하고 대변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세계적인 미디어 트렌드와는 너무나 역방향으로 질주하는 모습이, 급격히 망해가는 올드미디어의 그것과 어찌나 빼닮았는지.
블로그 플랫폼을 만든 주체들이 더이상 블로거의 파워가 커지는 걸 원하지 않게 된, 이 아이러니한 현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위에서 언급한 올드미디어가 대놓고 싫어했던 대상이 바로 블로그다) 그래서 콘텐츠 생산자라면 좀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시대가 이미 와 있다. 그동안 크리에이터들이 플랫폼에 너무 많은 부분을 의존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콘텐츠가 플랫폼에 종속되면, 트렌드 변화에 취약해진다.
그래서 자생적인 브랜드 가치를 온라인 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확보해야 한다. 또한 함부로 신생 미디어에 자신의 콘텐츠를 다 내어주는 건 바보같은 짓이다. 단순한 정보성/팩트성 콘텐츠는 얼마든지 복제 및 재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이상 플랫폼에 모든 콘텐츠를 공유하는 건 사실상 무의미하다. 콘텐츠 유통 방법 자체를 차별화하고, 독자층의 로열티를 강화하는 방안을 개발해야 한다.(일본에는 이런 콘텐츠 생산자와 독자를 따로 관리해주는 유료 플랫폼도 있다. 기회가 되면 소개하기로)
이 부분에 대해, 그동안 블로그를 오랫동안 운영해오신 분들의 의견도 좀 듣고 싶다. 단순히 메인 노출이 되고 안되고의 문제가 아니라, 콘텐츠 유통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는 플랫폼이라면 올라탈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발신과 소통을 목적으로 개인 미디어를 운영하시는 많은 분들께,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