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롬캐스트로 완전히 달라진, 요즘 나의 TV 이용법
코스트코에서 TV 모니터를 조금 세일하길래, 마침 방에 있던 오래된 브라운관 TV도 버릴 겸 한 대 들였다. 덕분에 2년 전 어렵게 공수해놓고 팽개쳐 둔 크롬캐스트를 요즘 너무 유용하게 쓰고 있다. 많이 늦은 뒷북이지만, 요즘 나의 달라진 티비 시청 패턴과 유튜브 감상에 대한 이런저런 잡담.
하와이의 한 숙소에서, TV에 내 스마트폰을 연결해 유튜브 채널을 실행한 장면.
미국 여행에서 만난 넷플릭스, 그리고 TV모니터 구매
이번 미국 여행 중에 만난 넷플릭스와 미국의 달라진 TV 시청 패턴은, 직접 겪어보니 새삼 충격이었다. 원하는 엔터테인먼트나 영상만 선별해서 매일 TV로 볼 수 있다면? 이미 넷플릭스와 유튜브는 사용자의 시청 패턴을 분석해서 구독 채널 뿐 아니라 원하는 콘텐츠를 추천해 주고 있다. 그동안 나에게 TV는 밥 먹을 때나 잠들기 전에 잠깐씩 보는 용도였지만, 그 시간도 결국 쌓이고 쌓이면 나중엔 거대한 차이를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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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오래된 TV도 버릴 때가 되었고 묵혀둔 크롬캐스트도 써볼 겸, 코스트코에서 27인치 LG TV겸용 모니터를 20만원대 후반에 구매했다. TV겸용 모니터는 TV가 아니라 컴퓨터 본체와 연결해서 쓰는 그 모니터 맞다. 단 TV 연결단자와 케이블이 있어서, 동봉된 TV케이블을 연결하니 지역 유선부터 디지털 지상파까지, 모든 채널이 정상적으로 잘 나온다. 하지만 오늘의 본론은 그게 아니라는.ㅋ
저렴이 모니터를 스마트TV로 바꿔주는 일등공신, 크롬캐스트
2년 전에 미국에서 발매된 크롬캐스트는, 나오자마자 제부에게 부탁해서 어렵게 미국에서 공수해왔다. 그래놓고도 모니터를 이제서야 구매한 탓에 제대로 써보는 건 이제 두 달여 되었다. 신문명을 가장 일찍 접하고도, 활용은 제대로 못했던 셈이다. 당시 크롬캐스트는 여러가지 논쟁과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사실 지원하는 앱이 많지 않아서 그렇지, 제대로만 쓴다면 20~30만원대 TV겸용 모니터도 스마트 TV로 변신시켜 주는 작지만 강력한 가젯이다. 한국에서는 이제서야 모양만 조금 예뻐져서 정식 발매된 것으로 아는데, 만약 이게 일찍 나와서 국내에 널리 보급되었다면 TV 시장이 지금과는 많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다들 알겠지만 스마트TV 가격이 좀 비싸냔 말이다. (특히 국내에서)
크롬캐스트는 당시에도 4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비하면 놀라운 기능을 탑재하고 있어 많은 뉴스거리가 되었다. 스마트폰의 콘텐츠를 TV에서 바로 재생해준다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장점이 많은 만큼 단점도 있다. 자체 전원이 없어 반드시 전원케이블을 따로 꽃아야 한다는 점, 스마트폰의 모든 기능을 TV기기에 완벽하게 페어링하는 게 아니라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포함한 극히 일부 앱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더더욱 한국에서는 이슈가 되지 못했다. 지금은 크롬캐스트에서 지원하는 앱이 꽤 늘어나긴 했다. 내가 영어 수업에서 자주 소개하는 라디오 어플인 튠인라디오(Tunein Radio)도 크롬캐스트를 통해 TV에서 재생이 가능하다.
달라진 TV 시청 패턴 & 나는 무엇을 보는가
새 TV 장만한 지 2달은 지난 듯 한데, 아직도 이 빨간 화면을 볼 때마다 너무 설렌다.ㅋㅋ 크롬캐스트를 모니터 뒷면에 있는 HDMI 단자에 꽃아 두고, 내 아이폰의 유튜브에서 'TV와 연결하기' 버튼만 누르면 곧바로 모든 영상을 TV로 볼 수 있다. 특히 크롬캐스트로 TV와 연결을 한 경우, 나만의 유튜브 재생리스트를 만들 수 있다. A영상을 보면서 B영상을 다음 재생목록으로 미리 담아두면 된다. 동시에 스마트폰은 아무 제약없이 쓸 수 있으니, 이보다 완벽할 수는 없다.
가끔은 USB에 영상을 담아서 TV에 꽃은 후 미드를 보기도 한다. 아직 넷플릭스에 가입하지 않아서 이렇게 일일이 USB 연결을 하는 게 조금 번거롭긴 하지만ㅋ 좁아터진 노트북 화면으로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영화나 미드를 보다가 도중에 일반 TV채널로 넘어가는 기능도 너무나 자연스럽다. TV 뒤에 크롬캐스트와 USB 두개만 꽃아 두었을 뿐인데, 내가 보는 모든 콘텐츠가 이전과는 200% 달라져버렸다. 그 전에 TV가 했던 역할은 누워서 스마트폰할 때 BGM 정도였다면, 지금은 영미권을 중심으로 한 전세계 콘텐츠를 선별해서 실제로 내 삶에 도움이 되는 것들만 보게 된다.
원래도 지상파 채널을 거의 보진 않는데, TV로 유튜브를 볼 수 있게 되니 선택의 폭이 엄청 넓어졌다. 가장 즐겨보는 채널은 한겨레 TV '김어준의 파파이스', 정갈한 채식 레시피를 선보이는 일본의 피스풀 키친, 실용적인 DIY 레시피를 알려주는 미국의 Annorshine, 라트비아 출신의 패셔너블한 여행&비건 영상 채널 Chanelegance 등 현재 구독 중인 채널만 해도 30개가 넘는다. 내 유튜브 채널 리스트는 어느 한 국가나 분야에 몰려있지 않고 매우 다양한 편이다. 그래야 전 세계의 콘텐츠 흐름도 알 수 있고, 평소에 별 노력없이 영어공부도 할 수 있고, 영상 제작에도 영감을 받을 수 있다. 단, 시간때우기식 영상(먹방이나 개인신변잡기 식 국내 영상 등)은 보지 않는다. 차라리 코난 오브라이언의 짤방 영상을 찾아 보는게 훨씬 재밌다. 가끔 유튜브에 통째로 올라와 있는, 내가 좋아하는 팝스타의 월드투어 영상도 무척 즐겁게 본다. 마돈나, 자넷잭슨,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등.
여러 번 취향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지만, 취향은 절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여행도 마찬가지겠지만, 순간순간의 섬세한 선택과 선별이 모이고 모여서 결국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간다. 그래서 짧은 영상을 하나 볼 때도, 구독버튼을 누를 때도 나름 매우 신중한 편이다. 새로 장만한 TV모니터가 그런 내 라이프스타일에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주니, 무척이나 뿌듯한 요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