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Psy 2013 Concert 'Happening' Review
월드스타로 금의환향한 싸이의 내한공연(?) 'Happening'의 스탠딩 티켓을 운좋게 선물받아, 지난 4월 13일 상암 경기장으로 향했다. 귀한 티켓 협찬해준 쑤 양...쌩유!:)
나에게 싸이는 더이상 호불호의 존재가 아니다. 우리만의 세계에 갖혀있던 케이팝의 한계를 가볍게 뛰어넘어 세계시장에 한국음악의 존재감을 알린 업적만으로도, 내게는 큰 의미가 있다. 15년이 넘게 팝음악과 빌보드를 접해온 나와 같은 매니아라면, 미국 차트에 한국가수가 오르락내리락하는 지금의 현실이 엄청나다는 건 다들 공감할게다. 불과 1~2년 전 섀리스(Charice)의 대성공을 리포트하며 울분을 토했던 지난 날을 곱씹으며, 싸이의 활약을 진심으로 응원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3년 전 월드컵 때 회사 동료들과 아르헨티나전 단체 관람(이라고 쓰고 단체 멘붕이라고 읽는...) 이후로 오랜만에 방문하는 경기장, 월드컵의 열기를 방불케 하는 엄청난 인파가 모여들고 있었다. 공연 시간에 딱 맞춰 간 탓에 수많은 마케팅 부스에서 나눠주는 굿즈들은 받지 못했지만, 인파 폭풍을 뚫고 무사히 공연장에 입장한 것만으로도 감사하며...편의점에서 미리 겟한 맥주로 지친 심신을 달래며 잠시 대기했다.
대규모 공연은 보통 30~1시간은 지체되는 게 비일비재인데(관객 입장에서는 정말 짜증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싸이의 공연은 10~15분 가량 딜레이 후 바로 시작되었다. 특유의 애니메이션과 전광판의 돌직구 멘트들이 스쳐가고 곧이어 모습을 드러낸 싸이! 첫곡부터 쉴새없이 달려댔고, 스탠딩석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탕! 난 저질 체력을 감안해 페이스 조절을 해보려 했지만 결국 포기하고 일단 달리기로ㅋㅋ
유튜브, 네이버와 엠넷에 생중계되는 공연은 1시간 30분~2시간 정도 했던 것 같다. 중간중간에 영상으로 보는 관객들을 위해 영어 멘트를 할때는 어김없이 터지는 '오~' 사운드. 근데 싸이 정도면 이제 영어가지고 놀래는 건 좀 오바지 않나?
진짜 공연은 생중계 시간이 끝난 후부터였다. 그게 참 싸이다웠고, 직접 공연에 찾아간 관객으로써 진심으로 고마웠다. 너무나 위태로워 보이는 와이어를 타고 드넓은 경기장을 몇 바퀴나 돌때, 그가 얼마나 한국의 팬들을 가까이서 만나고 싶어했는지 그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서 뭉클했다. 그가 공중에서 눈물을 흘릴때, 몇몇 관중들은 '쇼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 말도 안되는 높이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그는 얼마나 많은 준비와 노력을 했을까. 역시 그는 천상 쇼쟁이였다.
90년대 메들리는 신났지만, 한편으로는 김장훈과의 지난 날이 오버랩되면서 약간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의 공연 레퍼토리는 한국의 몇몇 대표적인 쇼를 잘 버무린 완성품이었고, 거기에 싸이 특유의 열정이 더해져 폭발력을 만들어냈다. 그는 앵콜에 앵콜이 끝나고, 관객들이 무대에서 등을 돌릴 때까지 다시 나와 인사를 하고 춤을 추었다. 강남스타일 2번, 젠틀맨은 뮤비까지 3번을 보고 들었다. 그에게도, 관객에게도, 아쉬움없는 공연이 되기 위해 온 힘을 다했음을 알 수 있었다. 많은 한류스타들이 이 날 공연에 와서 '느끼고 배운 점이 많았다'고 트위터에 소회한 이유를, 나 역시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