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미디어

우리가 길 위에 서는 이유, 영화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더 웨이'

nonie 2012. 10. 1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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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황혼기에 비로소 만난 여행, 그리고 삶의 우선순위

많은 영화가 여행을 소재로 차용하지만, 여행 자체가 스토리의 중심이 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인도를 배경으로 한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2011)'과 산티아고를 배경으로 한 마틴 쉰의 '더 웨이(2010)'는 일종의 '여행 영화'다. 여행 영화라는 장르는 없지만, 굳이 분류한다면 이 두 편 만큼은 여행 영화라고 분류해주고 싶다. 

흔히 우리는 여행을 삶에서 가장 마지막 목표나 꿈으로 유예하고 제껴두기 일쑤다. 하지만 여행이 인생에서 가장 많은 것을 배우는 시간이자, 스스로를 온전히 만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관문이라면 어떨까? 더이상 여행을 삶의 끄트머리로 미뤄두지만은 않을 것이다. 


두 작품은 인생의 황혼기인 노년에야 비로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하는 본질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긴 여행으로 이어 간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나이 지긋한 주인공들은 한 평생 앞만 보며 살아오다가 문득 인생의 의미를 잃어버렸음을 발견하고, 남들은 늦었다고 말하는 나이에야 비로소 길 위에 선다. 그 아름다운 용기와 에너지가 필름 내내 넘쳐 흐른다. 두 영화 모두, 그저 보는 것만으로 마음에 큰 힐링(healing)이 된다.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 (2012)

The Best Exotic Marigold Hotel 
8.4
감독
존 매든
출연
주디 덴치, 빌 나이, 톰 윌킨슨, 셀리아 임리, 매기 스미스
정보
코미디, 드라마, 로맨스/멜로 | 영국 | 123 분 | 2012-07-12


날 것의 자신과 맞닥뜨리는 여행,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

불과 얼마 전 개봉했지만 국내 개봉작들의 무차별 폭격으로 소리소문 없이 묻혀버린 영화다. (요새 헐리우드 폭격, 스크린 쿼터 사수는 옛말이 됐다. 몇몇 국내 대형 흥행작 때문에 좋은 영화가 얼마나 많이 스러져 가는지...)

지긋한 노년의 다섯 인물이 저마다 다른 이유를 품고 인도의 한 호텔을 예약한다. 인도는 여행 초짜인데다 나이도 체력도 떨어진 이들의 정신을 쏙 빼놓고, 호텔 역시 사진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하지만 저마다 나름의 방식으로 이곳의 생활에 적응하거나, 불평하거나. 그 중에서도 주디 덴치(위 사진)의 잔잔한 내면이 너무나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그녀의 연기를 보면서 저렇게 늙고 싶다고 생각한 관객이 나 뿐만은 아닐게다. 평생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로 살아가던 그녀는 낯선 땅에서 처음으로 돈을 벌어보고, 다른 이들의 아픔을 들어주고, 그렇게 천천히 자아를 찾아간다. 결국 사랑마저 찾게 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







길 위에서 삶의 고통을 치유하다, 더 웨이

트위터에서 우연히 추천받아 보게 된 영화.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목숨을 잃은 아들 대신 그 여정을 이어가는 아버지의 가슴 찡한 여행이 그려진다. 스토리 자체도 감동적이지만, 여행이 삶을 얼마나 크게 치유하는 힘을 가졌는지 잘 보여준다. 로드트립이라 다소 지루하다는 평도 많지만, 순간순간 깨알같은 재미와 깊이 있는 여백이 있어 더 좋았다. 산티아고의 웅장한 풍경과 여행자를 품는 따뜻한 문화도 효과적으로 담겨 있어, 어떤 영화 평에서는 관광청 홍보 영화라고 할 정도ㅋㅋ나는 그보다 마틴 쉰이 내내 입고 나오는 노스페이스 PPL이 거슬렸음;; 죽은 아들 역할을 감독이 직접 연기했다는 점도 숨겨진 관전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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