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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커리어49

여행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현실적인 고민 몇 가지 여행지 '위치'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는 이유오래 전부터 구독하는 해외 거주 블로그가 있다. 항상 눈에 띄는 건, 소개하는 곳의 정확한 위치와 상호명을 노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이유 때문에 댓글 비난도 만만찮게 받는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 분의 방식을 매우 존중하고, 이해한다. (그리고 사실, 사진 속 힌트 찾아 구글맵 때리면 왠간한거 다 찾는다;) 또한 나 역시 언젠가부터 블로그 운영방식을 그렇게 바꾸었다. 여행정보, 무조건 나눈다고 좋은게 아니라는 걸 8년간 이곳을 운영하면서 체득해 왔다. 여행작가 수업을 하면서 맞닥뜨리는 수많은 여행기에는, 주로 TV 예능 속 여행지가 등장한다. 그런 여행지들은 예외없이, 한국 관광객의 폭격으로 점차 짓밟히고 상업화된다. 그런 현상이 아쉽고 안타깝.. 2016. 4. 11.
점점 희소해지는 가치 '취향'과 '하고 싶은 일로 돈벌기'의 상관관계 보통 마지막 수업엔 열의가 있는 소수의 학생만 남기 마련이다. 지난 겨울학기 마지막 수업날도, 회사가 끝나고 헐레벌떡 달려온 두어 명의 수강생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강의를 얼추 끝냈음에도 그녀들은 자리를 쉽게 뜨지 못했다. 뭔가 할 말이 남아있는 듯 했다. '나만의 여행 글감'을 찾아보라는 4주 내내, 끝내 나만의 여행이나 취향이 과연 있긴 했던 건지 처음으로 고민한 게 꽤나 충격적이었던 모양이다. 특히 대기업 마케팅 담당자라는 한 직장인은, 업무차 블로거나 작가를 만나보면 완전히 다른 세계의 삶을 산다며, 자신도 스스로를 드러내고 자유롭게 여행하면서 살고 싶은데 딱히 좋아하는 분야도 없고 방법도 모르겠단다. 그러면서도 남들에게 주목받으며 살고 싶은 욕망은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생각보다 꿈과 .. 2016. 2. 27.
내년을 준비하며 문득, 중간값(median)을 이해한다는 것 최근 2년간 독보적인 인기를 얻은 모 인문교양 팟캐스트, 그동안 들어본 적이 없는데 방송을 다 듣기는 버거워서 진행자의 외부 특강을 들어보았다. 2시간에 가까운 강의를 관통한 키워드는 '한국의 중간값'이다. (왜곡된 평균값이 아닌 실질 중간계층, 중위소득) 우리나라의 중간값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연봉이든 교육수준이든 훨씬 아래에 있다는 것. 이들을 정확하게 겨냥한 팟캐스트와 책은 결국, 크게 성공했다. 이 결과는 많은 것을 증명한다. 또한 내년 한 해를 내다보며 깊은 생각을 하게 한다. 왜냐하면 '중간층=대중'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는 과정은 비단 인문교양 분야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그 중간층이 더욱 넓어질 것이다. 내년에는 중간보다 훨씬 위에 있던 사람들도 각종 퇴직과 소득저하로.. 2015. 12. 26.
영어, 얼마나 잘해야 하나요? 해외여행과 영어의 상관관계 직장인 여행 글쓰기와 스마트 여행법 등 '해외 자유여행'을 테마로 한 강의를 2년간 하다보니, 대부분 모든 수강생의 마지막 질문은 원점으로 수렴하는 경향이 있다. "결국 문제는 현지에서의 의사소통이네요. 영어,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첫 책인 '스마트한 여행의 조건'에서 '언어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감있는 태도(attitude)'라는 나름의 생각을 담은 바 있다. 하지만 평범한 직장인에서 글로벌 컴퍼니들과 협업하며 전세계를 여행하며 강의하고 일하는 소위 디지털 노마드로 변신하게 된 데는 '영어'라는 무기가 가장 강력한 무기였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수많은 여행자들이 '에이, 여행에서 영어 필요 없어요. 바디랭귀지로 다 돼요'라는 말을 한다. 그러나 그것은 현지인과 구체적인 소통을 하지 않고 최소한의 의식.. 2015. 10. 7.
내가 블로그에 고급정보를 담지 않는 이유, 그리고 링크 무단 수집 내가 블로그에 위치 정보를 담지 않는 이유가끔 블로그에 이런 댓글이 달린다. "일반 광고 블로그만 보다가 여기 오니 정말 좋네요. 근데 님이 가셨던 XX 위치좀 알 수 있을까요?" 사실 여행 정보에서 가장 중요한 건 위치 정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내가 애써 알아낸 로컬 맛집이나 숍의 상세 정보를 블로그엔 담지 않고 알려주지도 않는다. 공공연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상세 정보를 넣지 않은 지는 꽤 되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블로그가 오랫동안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선택이었다. 애써 작성한 여행 컨텐츠가 메타블로그나 온라인 여행 서비스의 무분별한 링크수집으로 도용되는 게 비일비재한 현실에서(게다가 여행가이드북 작가들도 취재조차 안한 스폿 정보를 블로그에서 마구 퍼다쓰는 현실;;) 핵심정.. 2015. 10. 4.
여행으로 나를 찾아 보겠다는 '체류형 여행기'를 읽으며 드는 단상 우리는 때로 살면서 너무나 준비없이 선택을 하고, 또 그 선택을 정당화하기 위해 귀한 시간과 에너지를 날려 버린다. 어제 도서관에서 빌린, 요즘 꽤 잘 나간다는 여행 에세이 한 권을 읽으며 든 생각. 수년 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작가가 되겠다는 30대 중반 싱글녀가, 그간 벌어놓은 돈으로 외국에서 몇 달 살다 온 얘기를 '여자 혼자 여행기'로 포장해 놨다. 그런데 대부분의 내용은 현지에서 어떻게 하면 남자를 '건져올' 수 있을까?로 시작해서, 그걸로 끝났다.(심지어 남자를 만나지도 못한게 함정;) 저자는 백수이며 30대 솔로인 자신의 신세를 내내 한탄했고, 그 한탄은 '남들보다 늦게 가도 괜찮아' 류의 자기 연민으로 이어졌다. 블로그에조차 민망한 수준의 글이, 무려 2쇄. 사람들이 읽고 싶어하는 .. 2015. 8. 17.
'여행하며 일한다?' 디지털 노마드의 로망과 허상, 주문형 경제의 도래 직업이 직업이다보니, 여행 강의를 하며 수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면 대개 비슷한 질문을 받는다. '여행하고 돈도 버니 좋으시겠어요' 혹은 '어떻게 그런 기회를 잡으셨어요' 등등. 내가 하는 일이 궁금해서 수업 끝나고도 따로 남아서 질문하시는 분도 많다. 여행작가 수강생 중에는 곧 회사를 그만두고 세계일주를 준비 중이거나 혹은 이미 그만두고 여행을 마친 분도 상당수다. 최근에는 젊은 부부가 직장을 그만두고 전세금을 빼서 세계일주를 한다는 블로그나 책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이렇게 장기여행이 삶의 전환점 혹은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소개되면서, 자연스럽게 수 년 전 미국에서 화두였던 '디지털 노마드', 혹은 '디지털 보헤미안'이라는 용어도 점차 한국에서 주목받고 논의도 이루어지는 분위기다. 공유 경제는 디지털 .. 2015. 4. 14.
Hotel 'Life' Confidential - 호텔에서 지내는 삶에 대한 단상 침대에서 눈을 뜨면 HD급 와이드로 눈앞에 펼쳐지는 사이반 호수의 물결과 그 너머로 솟은 마카오 타워의 전경, 지금은 만다린 오리엔탈의 레스토랑에서 막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이다. 벌써 마카오에 온 지도 6일째, 어느 덧 세 번째 호텔과의 만남이다. 첫번째 호텔인 콘래드에서는 멀티 아답터를 두고 나왔고(그 이후로 못 봤으니 놓고 온 듯), 쉐라톤에서는 쉐라톤 마카오만을 위해 만든 TWG 한정 차를 못 사고 와야 했지만, 어쨌든 지금까지는 순조롭게 모든 일정이 흘러가고 있다. 비록 3일마다 반복해서 짐을 열고 싸야 하는 신세지만, 모든 살림살이는 메뚜기처럼 옮겨 다니는 내 일정에 맞게 이미 어느 정도 분류해 놓았다. 매번 가방에서 꺼내는 건 거의 정해져 있는데, 화장품/욕실용품 파우치와 헤어 브러쉬,.. 2015. 1. 28.
마카오와 싱가포르, 2015년 첫 출장을 앞둔 컨텐츠 디렉터의 잡담 더 나은 결과물을 위한 2015년 첫 번째 준비, 체력 2015/01/06 - 여행 직구 2탄. 마카오~홍콩~싱가포르 3개 도시 항공권 발권 후기 2015년 첫 여행지는 마카오와 싱가포르다. 마음과는 달리 항공권 발권기 이후로는 맘편히 포스팅하기가 어려웠다. 왜 아무것도 쓸 수 없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니, 이 일정이 '여행'이 아니라 순수한 출장에 가깝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지난 2년 간의 수많은 해외행 역시 일반적인 여행과는 거리가 멀다. 블로그에 보여지는 내용은 순수한 여행 컨텐츠로서 기능하지만, 사실은 물밑에서 쉴새 없이 헤엄치는 오리처럼 수많은 커뮤니케이션과 협조가 빚어낸 결과물이다. 그래야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는 컨텐츠를 확보할 수 있고, 한 번의 취재로 블로깅 뿐 아니라 다양한 파생 컨텐.. 2015. 1. 22.
여행과 밥벌이의 끝없는 줄다리기가 힘겨운 당신에게 네이버 이웃으로 내 블로그를 구독한 한 블로그를 찾아가봤다. 협찬 받아 단체여행 다니는 광고 블로그와는 차원이 다른, 해외여행의 감성 기록을 틈틈히 담아온 30대 직장 여성의 블로그였다. 하지만 그녀가 최근 올린 귀국길 여행기에는 적잖은 한숨이 묻어 나온다. 내일부터 다시 지옥철에 몸을 싣고 출근해야 하는 믿기지 않는 현실, 지금 당장 비행기를 돌려 여행지로 돌아가고 싶은 그 한숨 말이다. 모두가 한 번쯤은 경험했을 그것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밥벌이와 여행을 힘겹게 병행하며 살아야 하는 것일까? 몇 달 전 "직장인에서 여행 컨텐츠 디렉터로 독립한 6개월을 돌아보며"라는 글을 올렸을 때, 많은 분들이 공감과 호기심을 표해 주셨다. 그 글에서 모든 이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포인트 역시 "여행을 직업으로 삼는 .. 2014. 10.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