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거대한 인공 세계를 벗어나 진짜 마닐라의 속살을 들여다볼 차례다. 마카티의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 짐만 던져놓고 서둘러 향한 첫번째 행선지는 '살세도 빌리지'. 활기찬 마닐라의 토요일 아침을 가장 멋지게 보낼 수 있는, 야외 시장이 열리는 곳이다. 반짝이는 햇살, 지글지글 볶고 튀기는 음식 소리와 냄새, 그리고 로컬과 외국인들이 한데 어우러진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주말 시장 풍경.







마카티의 토요일 아침을 여는 시장, 살세도 빌리지 마켓
아침 7시부터 12시까지, 살세도 빌리지의 작은 공원은 사람들과 천막으로 북적북적하다. 내가 도착한 시각은 얼추 11시가 다 되어 가는 늦은 아침, 이미 시장의 활기는 정점으로 향하고 있다. 마닐라 어디나 그렇듯 입구에선 가방을 열어 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그렇기에 좀더 안전하게 다닐 수 있겠다며 안심해 본다. 고급 콘도미니엄이 특히 많이 모여 있다는 살세도 빌리지에는 자연스레 외국인 거주자를 위한 마켓이 생겼고, 그래서인지 관광객이 아닌 외국인들도 많이 보인다.






시장은 그리 크지 않지만, 같은 물건을 파는 매대는 하나도 없다. 주로 먹을 거리가 많은데, 빵이나 파이를 구워서 파는 집도 있고 각종 병조림을 만들어 파는 집도 있다. 이곳에 입점한 가게들은 유명한 집들이 많고 신선도 표기도 철저하다고 한다. 가장 많이 보이는 가게는 역시 다양한 즉석 요리를 파는 집들인데, 특히 프렌치 플랑베(얇은 피자)를 구워서 파는 트럭 앞에서는 몇 번을 사먹을까 망설였는지. 아침을 먹은지 얼마 안되어 먹거리를 패스한게 좀 아쉽다. 






전 세계 여러 도시의 아침 시장을 다녀 보지만, 마닐라에서 만날 수 있는 풍경이라면 역시 온갖 형형색색의 열대과일을 구경하는 재미 아닐까. 맨 오른쪽 아래에는 필리핀의 특산물인 보라색 고구마 '우베'도 보인다. 우베로 만든 잼이 맛있다고 해서 우베 전문 가게를 찾았는데, 워낙 더운 날씨인데다 금방 상한다는 얘기를 들어서 선뜻 살수가 없었다. 우베 외에도 구아바나 망고 등 열대과일로 만든 홈메이드 잼을 이곳 시장에서 쉽게 살 수 있다.






작은 시장을 계속 빙빙 돌다가 마지막으로 멈춰선 곳은 외국인으로 바글바글해서 계속 제대로 구경을 못했던 병조림 가게. 필리핀 로컬 양념들을 서양식으로 오일 병조림을 만들어 예쁘게 포장해 팔고 있다. 근데 내 옆을 지나던 금발머리의 젊은이들이 '토푸 아다보(Tofu Adabo)'라 씌여있는 병을 집으며 "이거 먹어봤어? 진짜 맛있어"라며 대화를 나눈다. 내가 급관심을 보이자 친절한 주인 아주머니가 시식을 권한다. 말린 두부를 간장과 올리브 오일에 담근 음식인데, 전형적인 필리핀 로컬 음식으로 고기를 대체한 베지테리언 버전인듯 했다. 빵이나 밥에 올려 먹으면 맛있다고 한다. 가격은 한화로 5~6천원 정도. 한병을 사들고 사진 촬영을 부탁했더니 흔쾌히 허락하신다. 

살세도 빌리지 마켓은 주말 시장 중에서도 큰 마켓이어서 호텔 프론트에서 물어보아도 대부분 알고 있더라. 택시를 타고 '살세도 빌리지, 톨레도(Toledo) 쪽'이라고 하면 바로 시장 입구 앞에 세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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