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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HongKong

60년의 세월이 흐르는 미도 카페에서, 독일로 가는 엽서를 쓰다

by nonie 2011.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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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을 한아름 안고 큐브릭을 빠져나온 나는 좀더 야우마떼이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60년 전에도 지금 그 자리에서 밀크티와 덮밥을 팔던 미도 카페, 허름하지만 운치가 있는 2층 자리 정도면 괜찮겠다.
올라가보니 아쉽지만 창가 자리는 꽉 차있다. 가운데 넓은 테이블에 나 혼자 앉아 있으려니 왠지 쓸쓸해진다.

큐브릭에서 점심을 먹고 온 터라 아쉽지만 식사 대신 밀크티를 한잔 주문했다. 우리 돈으로 1500원쯤. 정말 싸다.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듯 옛 가격을 고수하는 미도 카페가 더욱 고집있어 보인다. 무심한 듯한 직원들도 그렇고.




자연광이 들어와 느긋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미도 카페 2층. 창가 자리가 좋을 듯.

젖소 일러스트가 그려진 낡은 잔에 담긴 밀크티. 맛은 정말 훌륭했다.




밀크티는 진하고 쌉싸름하다. 굵은 설탕을 살짝 넣어주니 한결 부드러운 맛으로 변한다. 
잠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차만 홀짝이며 사람들을 구경한다. 여럿이 몰려와 밥을 먹는 사람들,
열심히 대화에 열중하는 남녀... 미도 카페를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현지인이다. 익숙해 보이는 풍경.

그동안 쌓인 여행의 피로가 갑자기 쓰나미처럼 몰려온다. 하지만 홍콩 여행으로 얻은 것들이 너무나 많아서인지
왠지 모를 충만함으로 행복해진다. 무엇보다 오늘 아침에 짐을 미리 홍콩역에서 보내버린 터라 저녁엔 그냥
공항으로 바로 가면 된다고 생각하니, 여행자에게 이보다 더 훌륭한 시스템이 있을까. 홍콩은 정말 최고다.




홈리스에서 구입한 홍콩 일러스트레이터 캐리 차우의 엽서 3종.




원래는 아트북이나 구경하며 차 마시고 일어나려 했는데, 갑자기 며칠 전 구입한 엽서 생각이 나서 가방에서
꺼내 천천히 구경해 본다. 그 중 맨 앞에 있는 한장의 뒷면을 채워 친구에게 보내기로 맘먹었다.

현실과 여행이 어색하게 공존하는 나와는 달리, 내 20년지기 친구는 용감하게도 외국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기 위한 굳은 의지와 함께 먼길을 떠났다. 베를린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 나아가고 있는 그녀에게 
응원의 메세지를 보내려는 지금, 내게 주어진 건 미도 카페의 씁쓸한 밀크티와 낡은 풍경들. 완벽했다.







한자 한자 적다보니 어느새 엽서 왼쪽이 빼곡히 채워져 서둘러 마무리를 하곤 주소를 적었다.
자, 이젠 엽서를 국제우편으로 보낼 일만 남은 게다. 지도에서 우체국의 위치를 파악하곤 카페를 빠져나와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겨우겨우 우체국을 발견했다. 야우마떼이에 있는 Kowloon Central Post Office는 
작지만 대로변인 나단 로드에 있어 나같은 길치만 아니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우체국에 들어가니 맨 안쪽에 Stamps 파는 부스가 있다. 독일로 보낼거라고 하니 우표를 준다. 3$이니 우리
돈으로 한 5백원?? 완전 싸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 보내는 것보다 싼듯. 우표를 잘 붙여서 우체국 내에 있는
우체통에 '국제 우편' 쪽으로 넣으면 끝. (약 3주 후에 그녀에게 잘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구룡 중앙 우체국 위치를 첨부한다. 우체국은 센트럴에도 있지만 여의치 않을 때는 이곳으로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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