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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USA

알카포네의 쓸쓸한 최후를 좇는 감옥 여행, 알카트라즈 투어

by 히치하이커 김다영 nonie 2010. 11. 22.







관광안내소에서 나눠주는 시티맵 한 장만 있으면 가이드북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여서, 여행 내내 닳고 닳은 지도 한 장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지도 뒷편에는 갖가지 투어 상품 광고가 있는데, 특히 내 시선을 끈 것은 악명 높은 알카포네의 역사를 간직한 감옥 섬 알카트라즈 투어다. 국내 웹 상에는 자세한 정보가 없었고, 대부분 패키지 상품에 포함된 금문교 크루즈 후기들 뿐이었다. 나는 현지 여행사에 의존하지 않고 알카트라즈 투어에 참가해 보기로 했다. 오전 10시, 알카트라즈 크루즈를 탈 수 있는 유일한 항구 Pier 33은 엄청난 인파로 붐비고 있었다.
 


하얗게 빛나는 알카트라즈 크루즈의 풍채는 항구 도시 샌프란시스코의 바다와 그림처럼 어울린다.

샌프란을 대표하는 관광지답게 크루즈에서는 전세계 관광객들을 만날 수 있다.

맞은편에 보이는 노르웨지안 스타 크루즈. 각 항구마다 다른 크루즈 회사가 있어 원하는 코스를 선택 가능.

크루즈를 탄지 한 10분도 안되어 모습을 드러낸 알카트라즈의 모습. 왠지 으스스하다.




Pier 33에서 알카트라즈에 입성하기까지
시내에서 Pier 33으로 가는 길은 어렵지 않다. 유니언 스퀘어에서 F라인의 스트리트 카를 타고 여유롭게 바닷가를 구경하면서 Pier 35에 내려서 오던 길로 조금만 걸으면 된다. 맨날 타던 뮤니버스가 아닌 스트리트 카는 유명한 케이블카보다도 한 50년 쯤 더 된 것 같은 낡은 외관에 꽤나 덜컹거리지만 나름의 운치가 있다. 
바닷바람 맡으며 낭만을 즐긴 것도 잠시, Pier 33 주변은 벌써 수많은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다. 과연 인터넷에서 미리 표를 예약하거나 관광 상품을 이용하라는 말이 진리였던 걸까. 일단 매표소에 줄을 서서 카드로(1인당 26$, 신용카드 결제 OK) 표를 사니 2시간 후에 오라며 오후 1시(!) 표를 준다. 시간대 별로 탑승객 제한이 있는 모양이다. 하는 수 없이 일단 스트리트카를 다시 타고 페리빌딩으로 가서 점심 식사를 해결한 뒤 시간 맞춰서 크루즈를 타는 데 성공! 오후에도 크루즈를 타려고 몰려오는 사람이 많았다. 현장에서 표 구매해서 크루즈 타는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그나저나 오늘은 무거운 DSLR 짊어지고 오길 잘했다. 역시 크루즈는 크루즈. 뭘 찍어도 사진 찍을 맛이 난다.  




섬에 도착한 직후의 모습. 크루즈에서 내리면 섬 입구에 안내소가 있다.


보존이 잘되어있는 감옥 내부. 일부 공간은 전시실 및 영상실로 쓰이고 있다.




알카트라즈 투어 알차게 즐기자! 감옥 구경과 섬 트래킹
불과 40여년 전까지는 실제로 감옥으로 쓰였던 이 섬은 이제 세계 여행자들의 순례 코스가 되었다. 시원한 바닷 바람을 맞으며 크루징을 잠깐 즐기다 보면 어느새 배에서 내리라는 방송이 흘러나온다. 섬 입구의 안내소는 간수 복장을 한 안내원 할머니가 위트 넘치는 오리엔테이션을 시작하신다. 모든 투어는 영어가 기본이고 국가별 통역기를 나눠주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어 통역기는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영어 통역기를 받아들고 본격적인 감옥 투어를 시작한다.
공식적으로 문을 닫은 1963년 이후로 시간이 정지된 것만 같은 어두컴컴한 감옥 내부에는 당시의 흔적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알카트라즈 섬의 역사를 담은 영상물을 보면서 전체적인 맥락을 읽어도 좋고, 수많은 여행자들의 발걸음을 따라 감옥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것도 괜찮다. 시간대 별로 곳곳에서 자세한 가이드(강연)를 해주는데, 나는 3시 경에 하는 알카포네 관련 가이드를 들었다. 앞서 입구에서 설명해주신 할머니가 진행하시는데 너무 재밌었다. 





감옥의 언덕에서 내려다보이는 푸른 바다. 날씨가 좋은데도 왠지 슬프게 느껴진다.

감옥 내부의 세탁실. 엊그제까지 죄수들이 사용했던 것처럼 옷가지가 그대로 남아있다.

감옥의 실제 독방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사실 영화 '대부'를 봤는지 안봤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나와는 달리, 가장 좋아하는 영화 Top 3 안에 대부를 꼽는 우리 엄마에게는 곳곳에 남아있는 알카포네의 흔적이 그저 신기하고 흥미로우신 모양이다. 이렇게 날씨 좋은 날 칙칙한 감옥에 왔는데도, 마치 소풍온 것 마냥 들뜬 기분인 건 그때문일까. 비싼 입장료가 수긍이 갈 정도로 잘 보존해 놓은 감옥 내부도 재밌었고, 섬 주변은 샌프란시스코의 멋진 바다와 하늘을 만날 수 있는 트래킹 코스로 잘 꾸며놓았다. 감옥과 전시관 등을 돌고 가이드 투어도 했다면 바깥 산책을 하며 여유로운 오후 시간을 누리는 게 알카트라즈를 200% 즐기는 방법이다. 




알카트라즈 감옥의 돌까지 담아 파는 이곳 기념품에 혀를 내둘렀던.

알카트라즈 기념품점의 내부. 생각보다 상품이 다양하고 실용적이었다.

내가 구입한 양철 컵. 지금은 식탁에서 피스타치오 껍데기를 담는데 쓰고 있다;;

양철컵과 함께 구입한 알카트라즈의 머그컵. 세련된 디자인으로 선물용으로도 좋다.




마지막 코스는 역시 기념품 상점에서 마무리!
박물관, 미술관마다 특색있는 기념품으로 우리를 만족시키는 미국 답게 알카트라즈의 기념품점 역시 다양하고 실용적인 상품들이 많았다. 알카포네 관련 이미지를 많이 팔아먹겠구나..했던 나의 예상과는 달리, 고립된 섬 감옥인 알카트라즈의 이미지를 활용한 상품도 많아서 구경만으로도 재밌다. (머그컵에는 "규칙 21조, 지시하는 일은 무엇이든 해야 한다"라고 무시무시하게 찍혀있음) 나는 위 사진에 보이는 컵 두 가지를 구입했는데, 지금도 한국에 와서 잘 쓰고 있다.
 
알카트라즈 구경 중 벌어진 에피소드 하나, 날씨가 많이 더워져서 입고 있던 가디건을 벗어서 들고 다녔다. 근데 사진 찍느라 정신이 팔려서 가디건을 떨어뜨린 것도 모르고 마지막에 기념품점에서야 그 사실을 알아 차린 것. 황급히 스태프에게 사정 설명을 했더니 열심히 무전기로 통화를 하더니 아직까지 분실신고가 없다며 크루즈 타기 전 안내소에 들러보란다. 포기하려다가 마지막으로 부탁을 하고 감옥 내부에 다시 들어갔는데, 누군가가 내 옷을 철창 사이에 고이 껴놨더라.^^ 옷을 주워서 그 자리에 잘 놓아준 이름모를 여행자도 참 고마웠지만 여러 모로 옷을 찾을 수 있게 배려해준 현지 스태프들에게 제대로 고맙단 말도 못하고 와서 아쉽다. 이래저래 좌충우돌 기억에 남는 반나절 크루즈 여행.





섬 주변 산책을 하면서 바라본 샌프란시스코의 멋진 스카이라인.





11월 24일자 네이버 오픈캐스트 오늘의 베스트 No.캐스트에 선정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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