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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Australia

[서호주 자유여행] 가난한 여행자, 졸지에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이 되다

by nonie 2009.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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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25일 오전 9시.

공항에 다 와서도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던, 내내 무거웠던 마음. 맘 편히 여행할 상황이 아니었기에 여느 때와 달리 인천공항은 반갑지 않았다. 엄마, 그리고 베프와의 전화 통화로 겨우 마음을 다잡고 게이트로 향한다. 태어나서 처음 떠나는 나홀로 해외여행이잖아. 에라 모르겠다. 기왕 가는거, 즐겁게 떠나보자고.
어느덧 비행기는 날아올랐고, 이젠 홍콩 첵랍콕 공항에서 퍼스(Perth)행 비행기를 기다린다. 모든 것은 시작이 반인 법. 공항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다보니 슬슬 여행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간다. 게이트에 줄을 서서 탑승이 코 앞인 그 순간, 빨간 유니폼의 캐세이패시픽 승무원이 내 표를 기계에 통과시켰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갑자기 나의 이코노미석 표를 찢더니 새로운 표를 발급해주며 "비즈니스 클래스"쪽 통로로 가라는 거다. 뭥미? 순식간에 두 개의 복도 중 사람들로 붐비는 복도가 아닌 텅빈 복도 쪽을 향하는 운명이 되었다. 영문도 모른 채 비즈니스 클래스 탑승객이 되었고, 그렇게 나의 서호주 여행은 시작되었다.



그동안 나는 비즈니스 클래스와는 어떠한 인연도 없었다. 이코노미 항공권도 비싼 평범한 여행자인 내게, 비즈니스 좌석은 언젠가 돈이 남아돌면 타거나 마일리지로 한 번쯤 경험할 수도 있겠다고 여겨질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내 항공권에 표시된 좌석은 분명히 비즈니스 석이고, 머릿 속으로는 온갖 상상이 떠오른다. "멋모르고 앉았다가 자리 바뀌는거 아니야? 관광청이나 항공사에서 프로모션 여행이라고 얘길 해놓은 건가? 도대체 왜, 왜지?" 몇 개 안되는 좌석 중 내 자리는 통로 쪽이었다. 창가 자리에는 외국인 아저씨가 앉아 칵테일을 즐기고 있다. 애써 태연한 척 "Hi?" 를 건네며 자리에 앉았다. 허둥지둥 주변 정리를 하고 있는데 승무원 언니가 왠 연두빛 칵테일을 준다. 무슨 동남아 리조트도 아닌데 웰컴 드링크를 주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 캐세이패시픽의 비즈니스 좌석. 완전히 일자로 펴지는 침대형 의자로 되어있다.
급작스러운 상황인지라 급 소심해져서;; 저렇게 누워서 자지는 못했다.-_-




내 돈, 내 마일리지 내고 탄 비즈니스 클래스가 아니다. 게다가 왜 바뀌었는지 이유도 아직 모른다. 그래서 편하디 편한 침대형 의자도 왠지 가시방석처럼 불편했다. 그런데 잠시 후, 이코노미의 두 배쯤 되는 넓이의 개인 테이블에 자줏빛 테이블보를 깔아 주기 시작한다. 밥 먹을 시간이 온 것이다. 메뉴판에 눈이 휘둥그레지고, 곧이어 줄줄이 나오는 코스 요리에 어이 상실...그동안 비즈니스석 사람들은 다 이렇게 먹고 다니는 거였단 말인가.-_- 이제는 내가 왜 비즈니스에 탔는지 궁금하기 보다는, 앞으로 어떤 서비스가 촌티나는 나를 놀래킬 것인지가 더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물론, 겉으로는 최대한 우아함을 유지하려 애를 썼다. 


 


Starters
Applewood smoked duck and rock melon
Mesclun salad with raspberry vinaigrette

Main Courses (choose one)
Stir-fried prawns and conch steamed rice and mixed vegetables
Grilled beef tenderloin, rosemany roast kipfler potatoes and mixed vegetables
Braised chicken and chestnut egg fried rice, pak choy and black mushroom
Truffle porcini muschroom ravioli with Parmesan cream sauce

Cheese and Desert
Camboaola, Chaumes, Manchego
Fresh seasonal fruit
Morello chocolate mousse cake with raspberry coulis

Snacks (available throughout the flight)
Wontons with kailan in noodle soup
Joe Shanghai crab dumplings served with dark vinegar and ginger
Chicken tikke with mint yoghurt sauce
Ice Cream




요건 뉴욕행 메뉴고,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내가 먹은 것도 거의 비슷했다. 이름 긴 뭐시기 요리들은 솔직히 맛도 이름도 기억 안나고, 다만 확실히 생각나는 건 비행기 위에서 하겐다즈 초콜릿 아이스크림 1통을 다 먹었다는 것과, 와인을 주문하니 3가지 종류의 치즈를 눈 앞에서 썰어주더라는 것이었다.-_-


그나저나 내 옆 자리에 앉은 덩치 큰 외국인 아저씨, 책읽고 음악들으며 나름 고고한 비즈니스 클래스에 어울리는 풍모를 보이시더니, 뱅기 뜬지 한 5시간쯤 지나니 드디어 심심해지셨는지 말을 건다. "너, 어디서 왔니?" (너, 어느 별에서 왔니? 로 들렸다-_-) 이어지는 그와의 대화는 한국인인 나를 부끄럽게 만든, 예상치 못한 말들로 가득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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