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든 것에 만능인 AI도 해결해주지 못하는 문제가 있으니, 요즘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고민인 유튜브 채널의 방향성을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라는 고민이 그것이다. 좀더 뾰족하게 말하자면 누구에게 어떤 메시지를 발신하고 싶은가.
'비즈니스는 누군가를 돕고 싶은 마음'이라는 메시지에 일부 공감은 하지만, 그것만으로 어쩐지 개운하지 않은 구석이 요즘 들어 더 커지고 있다. 어떤 채널이든 한 번은 겪는 '이대로 괜찮을까?'라는 약간의 정체기라고 봐야겠다. 또한 이 원인 중 가장 큰 것 중 하나가 엄청난 시청자 분포 편중에 있고, 조금은 해소되긴 했지만 여전히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일의 미래] 여성의 커리어를 둘러싼 다양한 관점 - 최근 읽고 본 것들
최근 읽고 본 것들, 생각 중인 것들에 대해 기록해 둘 겸, 오랜만에 연재하는 '일의 미래' 시리즈. [넷플릭스] 여성의 힘과 태도에 관한 서사, 마사 Martha어제 오랜만에 넷플 앱을 열었다가 2시
nonie.tistory.com
이 포스팅에서도 드러나는 고민이었지만, 나는 오랫동안 같은 또래 여성층을 메인으로 하는 매체를 꾸려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그게 여행을 매개로 한 다양한 이야기로 연결되고 확장되기를 바랬다. 하지만 정작 지난 3년간 채널의 주요 시청자층은 남성층의 비중이 더 높으며 연령대도 희망했던 타겟보다 높은 편이다. 정보와 분석이 주를 이루는 채널의 전형적인 양상인데, 여기서 탈피할 수 있는 뾰족한 수를 찾기가 어렵다는 게 문제다.
더 웃기는 건 인스타그램 인게이지먼트를 보면 이건 단지 콘텐츠의 문제가 아니다. 물론 개인 인스타에는 현재 정보 내용은 제외하고 여행 리뷰 숏폼만 업데이트하고 있지만, 똑같은 콘텐츠를 올리는데도 인게이지먼트의 압도적 다수가 젊은 여성층이다. 그러니까 이건 플랫폼의 문제다. 애초에 유튜브 채널의 알고리즘이 그쪽으로 세팅되어서 빠져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구독자와 조회수만 받쳐주면 되지 이게 뭐가 문제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시청층의 연령대와 성별이 고정되면 콘텐츠 기획도 거기에 맞춰서 편중되는게 악순환이 계속된다. 구독자 다수의 입맛에 맞춰서 무언가를 던지면 평타 이상은 칠거라는 아이디어로 한번 고정이 되면? 이 알고리즘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괜히 유튜브가 알고리즘 기반 미디어가 아닌 것이다.
이렇게 알고리즘이 고정되면, 다른 방향의 시청자층을 겨냥한 콘텐츠를 올렸을때 조회수가 떨어진다. 그렇게 되면 채널 노출도가 떨어지고, 구독자 증가율도 떨어진다. 그러므로 일탈은 오래 갈 수 없게 설계해 놓은게 유튜브의 무서운 점이다. 내 경우 올 초에 한 3개월 정도 일탈을 해봤고, 그래도 한 10% 정도는 원하는 방향으로 옮겨왔지만 여전히 많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생각보다 아주 큰 변화가 필요할 수도 있겠다.
#
아침에 도서관까지 걸으며, 일부러 평소에 듣지 않던 팟캐스트나 유튜브 채널을 골라서 틀어봤다. 3040 여성을 타겟으로 한 독서, 일상 속 시행착오를 통한 배움, 임파워먼트 등을 저변에 깔아놓은 공감형 채널들이다. 보통은 여성 두 명이서 대화 형태로 진행을 하거나, 유명인이나 저자를 초대하는 인터뷰 채널들이 그 바운더리에 속한다. 그러나 이런 류의 거의 모든 채널이 영 내 취향과는 맞지 않아 도저히 들을 수가 없었는데, 왜 그런지 계속 생각을 해봤지만 뚜렷한 답을 찾지 못했다. 왜 나는 여성들을 위한 채널을 만들고 싶으면서도, 그들이 선호한다는 여성향 채널들은 왜 거부감이 드는 걸까?
압도적인 여성향 콘텐츠들의 공통점을 보면 현재 또래 여성들의 관심사나 주제, 생각을 다루면서 공감의 판을 깐다는 것이다. 방식은 다양하다. 찰스엔터나 하말넘많처럼 콘텐츠 리뷰를 통해 이들이 가진 집단적 공감대를 언어나 유머로 풀어주는 개운함이 포인트가 될 수도 있고, 여둘톡같은 팟캐스트 형태의 대화를 통해 함께 있다는 연대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콘텐츠가 될 수도 있겠다. 또는 디에디트처럼 지금 가장 궁금한 모든 것을 리뷰해주거나 출판사 운영 유튜브나 북튜브처럼 지식 콘텐츠를 기반으로 연결될 수도 있고 방식은 다양하다.
나의 경우, 리뷰형 콘텐츠는 가끔 보지만 대화나 인터뷰를 메인으로 하는 여성향 콘텐츠는 거의 소비하지 않는다. 내가 가진 타고난 성정이 그쪽 정서는 아닌 건 확실하다. 구독 중이고 매일 보는 채널은 거의 시사, IT, 외신 같은 분석적인 내용 아니면 아예 타임킬링용 예능이다. 애초에 내 스스로가 콘텐츠에서 공감이나 위로를 찾는 스타일이 전혀 아닌 것이다. 이건 현실 인간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소위 걸스토크를 위한 모임을 하지 않으며 목적이 뚜렷한 대화나 모임을 선호하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여성으로 한정하면 콘텐츠 기획이 더 어려워지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 지점을 계속 생각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애초에 유튜브는 '플랫폼'이고, 모든 채널 역시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무슨 말이냐면, 판을 깔아주는 역할을 해야 사람들이 모여드는 속성이 있다는 것이다.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분명하다면, 그들이 원하는 판을 깔아줘야 오는 것이다. 이제 롱테일의 시대인 만큼 수없이 다양한 판이 존재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사람들을 위한 판을 깔아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단계에 온 것이다.
#
이쯤 되면 나는 왜 채널 방향성을 굳이 바꾸고 싶은지도 들여다볼 필요는 있겠다. 어쩌면 이제는 진짜로 누구에게 어떤 메시지를 발신하고 싶은지, 또한 이를 통해 어떤 가치를 만들어보고 싶은지를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할 타이밍인지도 모른다.
물론 고민은 고민 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일단 시행착오를 겪으며 다양한 실험을 하며 다양한 소재로 판을 깔아보면서 실험해봐야만 답이 나온다. 공감의 판이 내 몫이 아니라면, 어떤 판이 유효할 지는 해봐야만 알 수 있으니 말이다.
'ABOUT >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최근 본 것들, 그리고 다이어트 (0) | 2026.07.15 |
|---|---|
| 또 한 번의 도전 (0) | 2026.05.31 |
| 강의를 대하는 요즘 내 생각 (0) | 2026.04.09 |
| 강사에서 미디어로, 직업 정체성의 변화 (feat. 여행 유튜브) (0) | 2026.02.09 |
| 고독한 ‘솔로프리너’의 긴 푸념 feat. 공룡과 여행 (0) | 2025.10.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