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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커리어

[일의 미래] 하기 싫은 일을 하고, 그렇게 번 돈으로 여행하는 패턴은 언제까지 유효할까? feat. AI

by nonie | 호텔칼럼니스트 2025.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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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히치하이커 대표, 책 <여행을 바꾸는 여행 트렌드> 저자 김다영입니다.

콘텐츠 비즈니스를 둘러싼 새로운 담론과 미디어 정보를 수시로 큐레이션하고, 저의 의견을 정리합니다. 

 


 

 

자기계발담론에서의 '여행', 경험인가 과소비인가? 

유튜브에서 올 상반기 즈음 핫했던 주제이고, 소셜미디어에서는 주기적으로 도는 플로우이기도 하다.

 

어제 위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저 부류의 재테크 자기계발 채널은 평소 전혀 보지 않지만, 저 기이한 현상의 대표 주자로 등장하는 게 '여행'이어서 유심히 봤다. 스크립트 몇 개를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 정말 아껴서 일단 자산 시드를 확보한 다음에 그거를 누가 먼저 굴리느냐 이게 지금 자본주의에서의 싸움인데, 소득 수준은 많이 평범한 데도 불구하고 해외 되게 많이 가시거든요. 그러면서 이분들이 내세우는 거는 경험이 진짜 중요하다라고 하시는데요.

 

- 경험을 중요시 하려면 거기 가서 관광객으로서가 아니라 현지에서 돈을 버는, 아니면 학생처럼 조금이라도 살아봐야 경험을 할 수가 있어요. 거기서 뭔가 느끼고 관광객으로 가면 경험할 수 있는 건 맛집과 좋은 풍경밖에 없어요. (그런데도 반복적으로 해외여행 소비를 한다) 

 

- 아니면, 예전에 나이키 창립자가 쓴 슈독이라는 책에 보면, 그 창립자가 일본 가서 신발 관련해서 공장도 돌고 업체도 접촉하고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는 경험 하잖아요. 이런게 실질적으로는 그 사람의 삶을 바꾸는 경험이죠.

 

- 휴양지 가는 건, 그냥 휴식하러 다녀오셔라. 근데 경험이라고는 말씀하지 마라. 그리고 여행 가는 대신에 1년을 더 나의 시간을 맞교환해서 돈을 벌어야 되는 시간이 1년 늘어난다. 그게 30년이 쌓이면 엄청난 차이가 됩니다. 

 

 

 

나의 (망한) 2012년 첫 책의 제목은 '스마트한 여행의 조건'이다. 그 책이 전하려던 메시지는 여행을 휴식으로 낭비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빌드업하는 경험 자산으로서 설계할 것을 권하는 책이다. 하지만 이 메시지는 잘 전달되지 못했다. 우선 내 업이 '여행' 그 자체를 다루는 특수 케이스였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졌고, 한국에서는 여전히 여행은 휴식으로 '소비'된다. 

 

내 업을 성장시켜주는 여행을 하려면 그 분야에 대한 엄청난 전문성과 깊이를 가져야만 가능한 것임을, 요즘 들어서야 깨닫고 있다. 저 나이키 창립자나 브랜드 전문가 윤민 님의 예전 책 '런던, 나의 마케팅 성지순례기'처럼 스스로 사업에 대한 목표를 정하고 출장 여행을 수십 번 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본인의 진짜 관심사에 따라 여행을 만들면, 그 여행은 소비가 아니라 생산적인 행위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왜 한국에서 여행은 휴식으로만 소비될까? 대다수의 직장인이 생계형이고, 자아실현과 업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워라밸'이 최고의 가치인 대다수의 직장인에겐 '여행에서까지 뭘 생산하려고 해, 피곤하게'라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개처럼 벌어서 여행에서라도 좀 쉬겠다는데, 그것도 돈쓴다고 욕을 먹으니 '경험'이라고 포장이라도 해야 한다.

또한 애초에 휴가일수가 적다 보니 짧은 기간이나마 최대한 일과 멀어진 행위를 하려는 게 해외여행으로 발현되고 있다고 본다. 한국에 굉장히 부족한 '리조트' 휴양 관광을 공략해 대성공한 베트남의 케이스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또한 젊을 때는 돈보다 경험이 더 중요하고, 한 살이라도 젊고 무릎 안아플때 최대한 많이 다녀봐야 한다, 나이 들어 가는 거랑 젊어서 가는 거랑 완전 다르다 등의 의견에는 공감한다. 왜냐면 나도 2030 시절 열심히 여행해서 지금의 커리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여행 소비 행태는 저 '어릴 때 다녀봐야 한다'는 논리와 별 상관이 없다. 돈보다 경험이 더 가치있으려면 '어떻게' 여행을 하느냐가 훨씬 중요한데, 한국에서는 이 '어떻게'가 그냥 '핫플 찍기'로 고정되어 버렸다. 여행 뿐 아니라 한국에서는 모든 선택이 '외주화'된 지 꽤 됐다. 

 

이렇게 내가 뭘 좋아하는지, 무엇을 보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고 '남이 찍어놓은 핫플'을 여행하는 무한 반복 소비는 그야말로 내 '자산'을 갉아먹는 소비로서의 여행 그 자체다. 이 현상은 한국 사회의 소셜미디어와 비교 문화, 그리고 획일화된 진로와 업무 환경 등이 모두 짬뽕된 결과다. 사람들은 계속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남이 정한 인스타 루트를 따라 여행을 떠나 돈을 쓴다. 그리고 여행업계는 '여기는 당연히 가봐야지'와 같은 메시지를 증폭시켜 획일화된 여행 소비를 부추기고 계속 돈을 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저 재테크 영상이 부르짖는 것처럼, 이런 소비 여행을 계속 하게 되면 40대가 되어서 '자산'(부동산+금융자산)이 전혀 없는 상태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는 과장이 아니다. 한국의 평균 은퇴 연령이 49세까지 내려간 이 마당에, 직장인들은 영원히 지금 같은 수입을 벌 거라고 착각한다는 대목이 있는데, 깊이 공감한다.(요즘 화제가 된 김부장 드라마에도 이러한 메시지가 잘 드러나 있다)

 

그 와중에 대한민국은 AI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그것도 풀 가속도로 말이다. 

 

 

AI는 정확히 '무엇'을 대체하는가? 

11월 21일, 겸공에서 철학자인 박구용 교수가 한 이야기를 보면 다음과 같다. 

 

- 국가가 교육을 하는 목적은 체제 유지를 위한 인력 배치 시스템이에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사람들의 기초적인 능력을 평가해서 순위를 매기고 배치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지금 교육은 문제될게 없어요. 그런데 AI 시대에는 인력 배치 시스템을 이렇게 가져가는 나라는 잉여 나라로 전락한다는 거예요. 잉여 인간이 되는 것처럼. (지금 벌써 그런 징후가 있어요.) 미국에서도 최근에 고용 지표가 확 떨어진다. 올해(2025년)부터 확 떨어진다는 거예요.

 

- 왜냐면 그 큰 회사들이 AI를 도입해서 자기 업무에 적용을 해봤더니 수많은 사람들이 불필요하다는 걸 깨닫기 시작해서 사람들도 잘라내지만 더 이상 고용을 안 한다는 거예요. 아주 쉬운 예로 회계사가 가장 위험하거든요. 미국에 실제로 회계 법인들을 한 회사가 다 100개를 사 버렸어요. 싹 사서 모든 일을 AI에 시킵니다. 그럼 그 업체들이 갖고 있는 고객사가 있을 거 아니에요. 고객만 사고 사원은 50%를 줄여요.

 

- 그럼 어떤 회계사만 살아남냐면 AI의 결과물을 해석해서 클라이언트하고 정확하게 대화를 할 수 있는 마지막 관리자가 살아남는거에요. 정확히 말하면 해석 능력, 소통 능력이 필요한 거거든요.

 

 

이 짧은 대목을 여러 번 반복해서 들었다. 지나온 삶을 생각해 보면, 대학교까지의 교육에서 사회가 나를 '배치'하려고 했던 분야는 굉장히 명확했다. 경제니까 아마도 금융이나 기업의 관리 분야겠지. 그런데 이 체제가 배치한 곳에 나를 그냥 맡겼다면, 굉장히 불행한 삶을 살다가 지금 나이에는 AI로 인해 대체되었을 것이다. 12년 전 거기서 빠져나와 없던 길을 만든 덕분에 자산도 업도 스스로의 힘으로 구축하는 데 결국 성공할 수 있었다. 그만큼 체제 유지를 위한 교육과 직업 시스템은 너무 낡았다. 특히나 요즘같은 속도의 변화는 더더욱 반영하지 못해서, 오히려 똑똑하게 빨리 벗어나 길을 찾거나 새로 만드는 게 지금같은 시대에는 생존 전략 그 자체가 됐다.

 

AI는 정확히 무엇을 대체할까? 이론상으로는 기존 체제에 의해 배치된 거의 모든 사무직 생산 인력을 대체할 수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AI의 개발 목적이 애초에 기업의 이익을 위해 자본 투자를 받아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AI는 자신을 만들어낸 프로그래머 마저도 대체하고 있다. 올 한 해 가장 '충격적이었던' 경험은 지역 자영업자들을 위한 손익분기점 계산기를 내가 '코딩'으로 만들어 배포한 것이었다. 문과 출신이고 기초 HTML 문법밖에 모르는 내가 어떻게 코딩을 했겠는가? AI는 정확한 질문을 구사하면 정확하게 코딩을 해주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으로 작동된다. 이런 코딩은 어쩌면 문과에게 더 유리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된 계기였다. 

 

앞 내용과 연계해 정리하자면, 체제에 의해 배치된 직장에서 일을 해서 그 돈으로 여행을 가는 '직장인' 기반으로 유지되어 온 한국의 아웃바운드 여행업은 어떻게 될까? 다시 말해 '하기 싫은 일을 하는 직장 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여행 가서 풀자'는 소비 패턴은 앞으로도 지속될까?

자의든 타의든, 이 패러다임도 거의 끝물에 다가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십 몇 년 전 첫 책에 썼던 '자기계발로서의 여행'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떠오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생존전략'으로서의 여행 말이다. 이런 여행을 설계하기 위한 커뮤니티를 구상해 봐야겠다.

 


 

✔️'일의 미래'를 큐레이션하는 이유?
일은 두 가지 관점에서 저의 화두입니다. 개인 관점에서는 2014년부터 1인 기업 형태로 일하고 있으며, 삶과 일의 만족도가 직장생활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높습니다. 산업 관점에서는 제가 다루는 여행산업이 '일의 변화'에 엄청난 영향을 받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일과 여행의 경계는 갈수록 흐릿해지고 있으며, 여행의 목적 역시 라이프스타일 체험과 자기 발견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지점에 주목하며, 일과 여행에 대한 저만의 관점을 만들고 있습니다. 
 
📮 히치하이커 뉴스레터 : http://hitchhickr.substa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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