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입국심사가 까다롭기로 악명이 자자한, 런던의 히드로공항.



직장인 여행 글쓰기와 스마트 여행법 등 '해외 자유여행'을 테마로 한 강의를 2년간 하다보니, 대부분 모든 수강생의 마지막 질문은 원점으로 수렴하는 경향이 있다. 


"결국 문제는 현지에서의 의사소통이네요. 영어,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첫 책인 '스마트한 여행의 조건'에서 '언어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감있는 태도(attitude)'라는 나름의 생각을 담은 바 있다. 하지만 평범한 직장인에서 글로벌 컴퍼니들과 협업하며 전세계를 여행하며 강의하고 일하는 소위 디지털 노마드로 변신하게 된 데는 '영어'라는 무기가 가장 강력한 무기였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수많은 여행자들이 '에이, 여행에서 영어 필요 없어요. 바디랭귀지로 다 돼요'라는 말을 한다. 그러나 그것은 현지인과 구체적인 소통을 하지 않고 최소한의 의식주만 해결하며 다니는 배낭여행이나 패키지여행, 단순 관광을 할 때나 해당하는 얘기다. 만약 당신이 30대 중반의 골드미스 여성이며 현지의 그럴 듯한 레스토랑도 한두 번은 예약해서 가고 싶다. 호텔에서도 체크인할 때나 전화로 룸서비스를 요청할 때 세련된 표현으로 원하는 사항을 상세히 얘기하고 싶다. 혹은 당신이 40대 초반의 가장이며 가족여행을 리드해야 하는데, 차량 렌트부터 호텔 식당 선정까지 모든 현지 커뮤니케이션을 도맡아야 한다. 



과연 바디랭귀지에 콩글리시 몇 마디로 원활한 자유여행이 가능할까? 



단언컨대 불가능하다. 또한 영어 때문에 여행지를 선정하는 기준 자체가 달라질 것이다. 되도록 영미권 국가보다는 영어에 대한 부담이 덜한 여행지를 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인의 여행기 생산 패턴을 보면 영미권 여행 후기가 유럽이나 아시아보다 확연히 적고, 자연히 여행 정보의 질도 많이 떨어진다. 포털 검색에 올라온 수많은 영미권 여행기를 자세히 읽다보면, 영어가 여행 경험의 폭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요즘 내 강의에서 가장 인기있는 여행 어플, 구글 번역기....



나 역시 여행기자 커리어를 제외한 나머지 직장에서는 영어를 많이 쓰는 환경도 아니었고, 학창시절 흔한 어학연수나 유학을 다녀온 것도 아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영어공부를 어떻게 해왔는지 물어오는 사람들이 많다. 구체적인 영어학습법은 따로 소개하기로 하고, 사실 주로 쓰는 영어는 여행과 출장에 필요한 영어회화와 매너에 특화되어 있다. 함께 일하는 상대가 호텔-여행-항공 업계이고 현지인 직원들과의 미팅이나 식사 자리가 잦다 보니, 여행영어를 비교적 자주 사용하며 살아가는 셈이다. 그래서 가끔 시중에 출판된 여행영어 회화 책을 보면 실소가 터질 때가 많다.  






한국의 흔한 여행영어책.jpg. 좌측상단의 '캐 나이 헬 퓨?'에서 눈물 좀 닦고.....




여행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빈번하게 쓰이는 영어표현이나 단어는 그리 많지 않고 배우기도 쉽다. 그러나 기존의 여행영어 책들이 참 재미있는 건, 질문 표현(친절하게도 원어민st 한국발음까지 덧붙인)은 많이 실려 있지만, 여행자가 꼭 알아야 할 '대답'은 찾아보기 어렵다. 틀에 박힌 영어회화 공식으로 여행영어를 풀어가려니 여행 전문가가 아닌 '영어 전문가'의 시각으로 영어표현을 분류하기 때문이다. 여행영어 책자가 실제 여행지에선 아무짝에도 쓸모 없어지는, 웃기고도 서글픈 이유다. 



우리가 여행에서 실제로 써야 하는 의사소통의 핵심은 어설픈 '질문'이 아니라, 주어진 질문에 얼마나 적절하고 세련된 답변을 할 수 있느냐다. 공항 입국심사장이나 고급 레스토랑, 하다 못해 커피 주문 시에 핑퐁처럼 되돌아왔던 수많은 질문을 떠올려보라. 미국 스타벅스에서 '라떼(Latte)' 발음을 못 알아들어, 여행 내내 울며 겨자먹기로 아메리카노만 마셔야 했다는 씁쓸한 스토리를 꽤 여러 명에게 들었다. 여행자가 영어 때문에 생각보다 단순한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요즘처럼 해외여행이 흔해진 시대엔 누구나 자신의 여행이 '자유' 여행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자유여행은 영어소통에서 자유로움을 느낄 때 비로소 시작된다. 자유여행에서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실제 여행 상황에 집중해서, 세련되고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 간단한 표현을 정확한 발음으로 익히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래서 스마트 여행법으로 시작한 나의 강의 커리큘럼도, 결국은 좋은 여행영어 표현을 공유하고 안내하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중이다. 빠르면 올 12월부터 테스트 강의로 여행영어 클래스를 비공개 모집할 예정인데, 오랜 고민을 안고 계셨던 분들께 든든한 해결책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 중.:) 정작 난 중국어가 아쉬운 요즘이지만.ㅋ   


브런치 원문 링크 https://brunch.co.kr/@nonie1/9 




김다영(nonie) | 주요 경력

- 현 신세계/롯데 아카데미 서울경기 총 11개점 '직장인 여행작가 입문' '스마트 여행법' 출강 중 

- 보건복지부 사내 연수, 새롬중학교 교원연수, 한전KDN 등 '스마트 여행법' '건강한 여가' 기업 특강 다수 출강 

- 여행 전문 전자책 출판사 '히치하이커' 대표

- 전 해외여행 월간지 'AB-ROAD 취재 기자

- 전 출판사 21세기북스(북이십일) 출판 마케팅 담당

- 2009~2014년 5년 연속 여행 부문 파워블로그 선정, 'NONIE의 로망여행가방'(http://nonie.tistory.com)

- 해외여행 TV프로그램 리포터 출연, 글로벌 여행 컨테스트 우승, 전세계 30여 개 국가 여행 및 취재 경력 및 다수

 

저서

- 2013년 '스마트한 여행의 조건'(이덴슬리벨) 출간 

- 전자책 가이드북 '히치하이커 싱가포르'(2015) '히치하이커 홍콩'(2013)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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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권희재 2015.10.07 15:19

    저도 영어권 지역으로 런던을 가봤지만, 제 취향 탓이 더 크네요. 영어권 국가에서 볼만한 것도 많지 않았지만, 더 중요했던건 이집트를 가는 항공권을 싸게 구입하기 위해 런던을 경유했었지요. 여행에서 중요한건 의사소통이지만, 언제나 붙들고 있어야 하는건 자신이 여행을 왜 왔나? 여행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의사소통은 알아들을 정도면 충분하고 내가 보고 싶은 것을 찾고 그 이유를 스스로에게 묻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 BlogIcon 여행강사 김다영 nonie 2015.10.07 16:22 신고

      예전에도 비슷한 댓글 남겨주신 걸로 기억하는데요. 우선 영미권이 상대적으로 볼것이 없다는 의견에 전혀 공감하지 않습니다. 말씀하신 '볼만한 것'만 찾는 여행엔 '알아듣는' 수준의 영어로 충분하고, 그 내용은 본문 앞에도 이미 써두었습니다. 저는 다양한 사람과 여러 대화를 나눠보는 여행이 관광(볼거리)에서 멈추는 것보다 좀더 여행의 본질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의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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