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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커리어

'여행하며 일한다?' 디지털 노마드의 로망과 허상, 주문형 경제의 도래

by 여행강사 김다영 nonie 2015. 4. 14.







직업이 직업이다보니, 여행 강의를 하며 수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면 대개 비슷한 질문을 받는다. '여행하고 돈도 버니 좋으시겠어요' 혹은 '어떻게 그런 기회를 잡으셨어요' 등등. 내가 하는 일이 궁금해서 수업 끝나고도 따로 남아서 질문하시는 분도 많다. 여행작가 수강생 중에는 곧 회사를 그만두고 세계일주를 준비 중이거나 혹은 이미 그만두고 여행을 마친 분도 상당수다. 최근에는 젊은 부부가 직장을 그만두고 전세금을 빼서 세계일주를 한다는 블로그나 책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이렇게 장기여행이 삶의 전환점 혹은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소개되면서, 자연스럽게 수 년 전 미국에서 화두였던 '디지털 노마드', 혹은 '디지털 보헤미안'이라는 용어도 점차 한국에서 주목받고 논의도 이루어지는 분위기다. 




방금 트위터에서 만난 브라질 커플의 세계일주 블로그. 여행기를 기고하거나 물품협찬을 받으며 풀타임 여행자로 살아간다. 그나마 영어 블로그는 전 세계를 상대로 일할 수 있지만, 이런 블로그 역시 셀 수 없이 많다는게 함정. 결국 차별화가 없으면 도태된다.




공유 경제는 디지털 노마드의 좋은 수단인가?

디지털 노마드는 '시간과 장소를 주도적으로 자유롭게 선택하며 일하고 살아가는 사람'을 일컫는다. 그런데 요즘 이 논의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일의 본질은 빠지고 자유로운 방랑자의 삶만 부각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마치 누구나 디지털 노마드가 될 수 있으며 단지 '용기'의 문제일 뿐이라고, '덜 가지는 삶이 더 행복하다'며 슬로우 라이프의 가치관까지 결합해 소개하는(자랑하는) 몇몇 사례를 접하면서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직장인을 열패감에 젖게 만드는 '디지털 노마드'의 실체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해외사례는 많다지만 구체적인 한국의 성공 사례는 많지 않다. 그런데 멀쩡한 직장을 그만두고 공유경제와 여행으로 삶을 꾸려보겠다는 사례는 점점 더 많이 나온다. 이러한 상황이 우려되는 까닭은, 현재 노동시장이 소위 '주문형 경제'로 급속하게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현재도 그렇지만 앞으로의 노동시장은 정규직보다는 일용직을 그때그때 채용하는 유연하고 불안정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는, 공유경제라는 새로운 축이 급부상한 것도 한 몫 했다. (우버가 드라이버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원하는 시간에 돈버세요!'다.) 


지금 화두인 공유경제(에어비앤비, 우버 등) 서비스는 개인사업자가 다수 모여 있는 플랫폼이다. 즉 플랫폼은 참여자에게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우버가 갑자기 철수하면 전업 우버기사는 갑자기 일자리를 잃는다. 큰 재해로 관광객이 줄면 에어비앤비 집주인은 손님을 잃는다. 그렇다고 그 서비스가 그들을 책임지지 않는다. 이것이 '자유롭게 일하며 돈버는' 공유경제의 다른 측면이다. 그런데 공유경제가 마치 노마드 라이프를 열어주는 황금열쇠인냥 거창하게 포장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나는 호스팅을 하면서 이 일을 '전업'으로 선택한 젊은이를 의외로 많이 만났다. 플랫폼에 종속된 비전문적 직업(수입원)은 결국 플랫폼이 망하면, 혹은 다른 외부적인 요인이 변화하면 크게 흔들리거나 최악의 경우 함께 망한다. 


플랫폼 종속적인 직업으로 근근히 프리랜싱과 노마드를 겸하는 비전문 일용직이 크게 늘어나면서, 미국에서는 소위 '주문형 경제'라는 개념이 새로운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관련된 글은 아래 링크를 참조해 보기를.


주문형 경제(On-demand economy)시대의 개발자의 미래, 치과의사의 미래, 우리의 미래 (클리앙) 추천글! 

공유경제는 진짜 有罪일까? (조선 비즈) ""공유경제로 벌어들이는 큰돈은 결국 소프트웨어를 소유한 기업에 가고, 노동자에게는 찌꺼기만 남는다"




디지털 노마드는 대체 불가능한 전문가

먼저 디지털 노마드를 말하기 전에 '성공적인 프리랜싱'의 전제조건은 '특정 분야에 관한 대체 불가능한 전문성'이다. '여행하며 일한다'는 디지털 노마드가 되려면 그 전문성의 장벽은 더 높아진다.(장소 제약이 하나 더 추가되므로) 해외 현지에서 직업을 구하는 경우는 제외하고, 한국에서 하던 일을 해외에서 원격으로 수행해서 높은 부가가치를 지속적으로 내는 직종은 매우 적다. 증권 트레이드를 하면서 세계일주를 한 사례도 알긴 하지만, 그 분도 최근 여행하는 삶을 여러 사정으로 중단했다고 들었다. 여행과 일을 장기간 성공적으로 병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주문형 경제의 핵심은 결국, 미래의 노동시장이 변화함에 따라 '개인의 경쟁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결국 주체만 기업에서 개인으로 바뀔 뿐 평생 자본가의 허드렛일을 대신 해주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도 디지털 노마드로 살기 위해선 '무엇'을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하는지를 얘기하지 않고, 자유롭게 여행하며 사는 아름다운 측면만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가난하지만 행복한' 삶을 선택하는 건 개인의 자유지만, 정규직으로 성실하게 살아가는 대다수의 직장인에게 비현실적인 환상을 심어주는 블로그나 기사(특히 귀촌이나 해외이주가 그렇다)를 보면 다소 의아하다. 장벽이 비교적 낮은 공유경제나 게스트하우스 창업 등이 슬로우 라이프의 쿨한 이미지로 부각되는 것은, 현재 위치에서 좀더 노력해서 부가가치가 높은 직업인으로 성장할 가능성에 대해선 잊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적게 버는 것에 만족하면서 살자'는 메시지에는 쉽게 공감하기 어렵다. 왜 많이 벌면서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길을 준비할 기회를 젊을 때 스스로 버리고, 쉽지만 가난하게 살아가야 하는가. 더구나 일은 앞으로 평생 해야 하는 것이다. 30~40대에 쌓은 지식과 기술을 계속 발전시키면서 고부가가치를 계속 창출하지 않으면 노년은 쉽게 보장되지 않는다.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가 되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은 3가지 정도의 공통점이 있다. 직장을 그만두기 전에 철저하게 많은 준비를 오랫동안 해왔으며(나 또한 그렇다) 직장에서 얻은 기술과 인맥이 프리랜싱의 핵심 능력으로 직결된다는 점, 언어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디지털 노마드는 결국 프리랜서의 '글로벌' 버전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세계를 상대로 일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업무 환경이나 시대 흐름이 자주 바뀌어도 재빠르게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는지, 본인의 생산성이 어떤 부가가치가 있는지만 냉정하게 판단하면 될 것 같다. 위에 링크한 클리앙 글에 보면 "(가까운 미래에) 모든 사람들은 어떻게 자기자신주식회사(You Inc.)를 경영해야 하는 지를 배워야만 할 것이다", 또 "끊임없이 변화하는 demand(또는 취향)에 걸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야 하는데, 역설적이게 스마트하고 젊은 사람에게는 보다 용이한 세상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의견이 공감이 간다. 정글에 뛰어들 결심을 했다면, 대체 불가능한 능력을 쌓을 준비는 가급적 당신이 정규직으로 일할 때부터 하라. 그리고 그런 능력을 쌓을 수 있는 직장과 포지션을 선택하라. 그것이 소위 '디지털 노마드'의 형태로 현재를 살아가는 내가 건네는, 솔직한 조언이다. 




who is nonie(김다영)?

- 현 신세계 아카데미 '직장인 여행작가 입문' 출강 (본점, 영등포점, 경기점, 강남점, 의정부점)

- AK 아카데미, 갤러리아 아카데미, 보건복지부 교육과정 '스마트 여행법' '건강한 여가' 출강 

- 여행 전문 전자책 출판사 '히치하이커' 대표

- 전 해외여행 월간지 'AB-ROAD 취재 기자

- 전 출판사 21세기북스(북이십일) 출판 마케팅 담당

- 2009~2014년 여행 부문 파워블로그 선정, 'NONIE의 로망여행가방'(http://nonie.tistory.com)

- 해외여행 TV프로그램 리포터 출연, 글로벌 여행 컨테스트 우승, 전세계 30여 개 국가 여행 및 취재 경력 및 다수

 

저서

- 2013년 '스마트한 여행의 조건'(이덴슬리벨) 출간

- 전자책 가이드북 '히치하이커 싱가포르'(2015) '히치하이커 홍콩'(2013)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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