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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여행

여행작가는 어떤 여행 가이드북을 택할까? 가이드북을 고를 때 주의할 점

by 여행강사 김다영 nonie 2015. 3. 7.







요즘은 여행강의를 집필보다 많이 하고 있어서 작가보다 강사나 선생님(쌤?)이라는 호칭을 자주 듣지만, 어쨌든 여행 컨텐츠를 제작하는 사람으로서 한국의 여행 가이드북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대형 서점에 가면 사람들이 주로 어떤 여행서를 집는지 유심히 지켜보는데, 아직도 나의 여행을 '가이드'해 줄 유명 가이드북 시리즈를 1순위로 선택한다. 평소 블로그 방문자나 수강생으로부터 '도대체 이런 정보는 어떻게 알아내세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오늘은 내가 여행 가이드북을 고를 때의 몇 가지 기준을 공유하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하려고 한다. 메이저 출판사에 잠시 몸담았던 경험도 슬쩍 덧붙여서.





1. 저자의 이력을 꼼꼼히 본다.

일반적으로 가이드북은 처음 가보는 여행지를 위한 준비라서, 정보의 퀄리티를 쉽사리 판단하기가 어렵다. 보통 이 책의 저자는 무조건 전문가겠지, 하는 믿음을 전제로 책을 구입하게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에 출간되는 대부분의 가이드북은 해당 지역의 여행 전문가가 쓰지 않는다. 출판사와 계약 후 길게는 1달, 짧게는 1주일의 단기 취재로도 책 한 권을 뚝딱 만든다. 여행지를 깊이있게 들여다보기 보다는, 인터넷과 블로그 상의 검증된 유명 관광지 위주로 틀을 짠 후 현지 최신 정보를 조금 더하는 식이다. 이는 턱없이 낮은 '제작비'와 깊은 연관이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취재나 글쓰기를 배우지 않은 일반인(블로거 등)도 출판사의 도움을 받아 가이드북을 쓸 만큼 문턱이 낮아져서, 가이드북을 많이 펴낸 저자라고 무조건 좋은 책을 만들거나 깊이있는 인사이트를 소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계적으로 정보만 모아서, 혹은 경쟁서를 카피해서 만드는 가이드북도 부지기수여서 옥석을 가리는 일이 쉽지 않다. 다행히 자유여행이 본격화된 지금은 너도나도 여행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블로그/커뮤니티 상의 실시간 여행정보가 훨씬 방대하고 정확하므로, 정보로서의 가치나 경쟁력이 이미 많이 낮아지긴 했다.


때문에 나는 저자의 이력을 꼼꼼히 보는 편이다. 그 도시에 30번 갔는지 50번 갔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현지에 대한 이해도가 얼마나 깊고 남다른지, 단순히 여행이나 출장으로만 접한 게 아니라 실제 거주 경험은 있는지, 현지에서 주로 무엇을 소비하거나 생산하며 살아가는지 본다. 그래서 나는 여행서만 써온 전업작가의 책보다는 패션, 쇼핑, 디자인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자신만의 '취향'을 가진 현지 거주자의 여행서를 선호한다. 현지인보다 더 가열차게 현지의 문화를 즐기며 살아가는 이들은, '여행=관광,볼거리'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창의적으로 도시를 향유하는 방법을 제대로 보여준다. 운좋게 이런 정보를 담은 여행서를 발견하면, 여행의 질이 완벽하게 달라지는 걸 느낀다. 


상하이에 취하다 - 10점
윤종철.강서영 지음/조선앤북

→ 최근 여행서 중에는 이 책이 좋은 예. 이 시리즈에 묻히는 것 자체가 아까울 정도로 양질의 내용. 단, 디자인과 책 만듦새가 떨어지는 게 심히 아쉬움ㅜ 초보에겐 살짝 어렵고, 두번째 상하이 여행을 준비한다면 강력 추천. 




2. 책의 판권을 꼼꼼히 본다.

직접 취재해서 펴낸 책은 그나마 양반이지만,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가이드북 시리즈 중에는 일본의 철지난 여행서를 번역해서 해마다 개정판으로 표지만 바꿔 펴내는 일이 부지기수다. 출판업계에서는 이미 공공연한 이야기다. 나는 강의 때마다 꼭 이 이야기를 하는 편인데,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전혀 몰랐던 사실이기에 대부분 크게 놀란다. 지금의 30~40대는 대부분 기억할 여행 가이드북의 조상;; '세계를 간다' 시리즈가 바로 이런 번역서다. 당시에도 세계를 간다가 오역이나 철지난 여행정보가 너무 많아서, 세계를 헤맨다;;는 웃지못할 별명도 붙었더랬다. 


이게 옛날 얘기라고? 천만에. 지금도 인기 가이드북의 가면을 쓴 번역서는 널리고 널렸다. 독자가 책 속 판권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판권에는 이 책의 계약조항과 저자, 출판사 정보가 기재되어 있다. 책 표지에 저자 이름이 없거나 명확하지 않다면(무슨 편집부라던가) 판권을 뒤져보면 번역서일 확률이 높다. 여행 정보의 생명은 '현재성'에 있다는 걸 명심하자. 참, 모든 번역 여행서가 다 오래되거나 내용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테마 여행서나 에세이 류는 해외 저자가 쓴 번역서가 훨씬 수준이 높은 경우가 많다. 


그녀의 파리 주소록 - 10점
샹탈 토마스 지음/낭만북스

→ 유명한 란제리 디자이너 샹탈 토마스의 프렌치 라이프스타일과 파리의 숨겨진 숍 정보가 담겨진 멋진 책. 국내에서는 거의 안팔렸을 듯;; 이 책 덕분에, 파리에서 그녀의 란제리 일러스트가 담긴 코카콜라 리미티드 에디션을 득템:) 




3. 21세기 여행 정보의 핵심, 가이드북이 아니라 '위치 정보'

온라인 서점의 서평에 "이 책만 있으면 스마트폰 검색도 필요 없어요!"라는 문구가 있다면, 출판사의 애잔한 자체 작업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 여행서 업계가 가장 두려운 건, 모바일 세대가 소비하는 여행정보가 완전히 변화한다는 것이다. 자, 가이드북을 일단 샀다 치자. 소개된 맛집은 '어떻게' 찾아갈 건가? 구글맵에 핀만 꽃으면 나같은 길치도 맛집을 찾아가는 세상에, 주소와 지도만 덜렁 기재된 가이드북 정보는 현지에선 완전히 무용지물이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가이드북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1. 여행 일정을 패키지와 다름없이 판에 박히게 만들고, 2. 소개된 곳들이 대부분 관광객 위주이고,(가이드북 보고 찾아간 곳에서 "여긴 왜 이렇게 한국인이 많아?"라며 투덜대지 말자;)  3. 그나마도 지도만 보고 그 곳을 찾아가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적어도 패키지가 아닌 자유여행이라면, 구글맵과 연동된 여행정보가 아닌 '종이에 프린트된' 여행정보는 현지에서는 전혀 쓸모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지도와 가이드북을 일일이 대조하며 소중한 여행의 시간을 낭비하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 남다른 자유여행 정보를 구하고 싶다면, 내가 만드는 히치하이커 시리즈를 사라고 강요하는 건 아니고(...) 내 취향에 맞는 모바일 가이드북을 장만하면 된다. 아직도 해외에 가보면 가이드북을 들고 여행지를 배회하며 시간을 낭비하는 한국인을 너무 많이 보는데 진심으로 안타깝다. 사실 이 글은 가이드북을 고를 때 주의할 점을 나열했지만, 결국 가이드북의 무용론에 가깝다. 물론 편의성만으로 감히 따질 수 없는 양질의 여행서도 꽤 많은데, 이번 포스팅에서는 다 소개하기가 어려우니 틈나는 대로 블로그에 계속 소개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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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2

  • BlogIcon 바둥 2015.03.07 11:36

    저도 가이드북 무용론에 공감하는 사람중에 하나인데 요새는 블로그나 인터넷 정보가 훨씬 잘되어 이ㅛ어서 그쪽을 많이 참고합니다. 그럼에도 가이드북을 찾게 되는건 처음 가보는 여행지에 대한 막연한 ㅁ불안감이 아닐까요?? 다음 시리즈도 기대됩니다.
    답글

    • 또 인터넷 정보는 일일이 수집 및 분류 작업을 해야 한다는 번거로움 때문인 듯 해요. 가이드북이 전체적인 감을 잡기에는 아직도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단 그 정보만 참고하면 여행이 단조로워지기 쉬우니 좀더 품을 들일수록 여행이 재미있어 지겠지요.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 포메로 2015.03.08 15:13

    여행 가이드북 정답 :

    *배낭여행 = 론리플래닛
    *먹고놀기 여행 = 타임아웃

    (*홍콩, 샌프란시스코, 파리, 교토 등 미식 투어, 파인다이닝 투어 = 미슐랭가이드)
    답글

    • 저와 같으시군요ㅋㅋ론리와 타임아웃 조합은 주요 대도시에서는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미슐랭 가이드의 유용함도 새롭게 알게 되는 중이라지요.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 BlogIcon 자야되는데 2015.03.08 19:20

    전 그래도 새로운 곳 갈땐 가이드북 하나는 꼭 사는 편인데요, 잘 찍은 사진이 많고 관광지 위주로 다양하게 설명해놓은 무겁지 않은걸로 골라요 그냥 블로그만 보고 가기엔 정보가 너무 방대하고 단편적이라 일일이 찾아보기엔 지나치게 효율이 떨어져서요, 가이드북 하나 보면서 매력적인 사진에 반해 가고싶은 관광지를 여럿 고르고 그 뒤에 블로그 검색으로 자세한 사항을 알아보고 루트를 짜요. 그리고 가벼운 가이드북은 현지에서도 일일이 인터넷 뒤질 필요 없이 들고다니면서 바로 찾기에도 간편하잖아요 ㅎㅎ 물론 맛집 등은 가이드북에 써있는걸 별로 신뢰하진 않지만요, 관광지에 한해서라면! 참 좋은것 같아요
    답글

    • 대체로 가이드북의 사진 퀄리티는 일반 여행서에 비해 좋지 않은 편이라, 가이드북 사진을 보고 여행지를 고르신다는 게 저에게는 신선하네요. 전체적인 루트 짜기에 유용하다는 점은 공감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가벼운 가이드북이라도 초행지에서 주소나 종이지도로 길을 찾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너무 GPS의 편리함에 이미 익숙해져서일지도 모르겠네요.ㅋ

  • BlogIcon 티오'S 2015.03.09 17:00 신고

    유럽 여행 가려는데 아는 게 없어서 가이드북을 하나 샀어요. 완전 두꺼운ㅋㅋ 근데 관광지 위주로 둘러볼 것이 아니라 참고용으로만 보고 있어요. 가이드북은 솔직히 제휴 쿠폰 얻으려는 목적...은 저만 그런가ㅋㅋㅋ 근데 책을 산지 좀 돼서 그 마저도 놓친ㅠㅠ 지도도 종이로 된건 복잡하더라구요;; 폰 하나면 충분할 것 같아요. 요즘 보니 테마별로 정리해놓은 책들도 있던데 저는 그런 게 더 나은 것 같아요ㅎㅎ 혼자서 그 나라 거니는 게 목적이라서요!ㅎㅎ
    답글

    • 아, 제휴쿠폰을 깜박 했군요.ㅋㅋ말씀하신 것처럼 쿠폰 기한이 생각보다 짧은 편이어서 실제로 여행가서 쓰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지요. 저도 테마여행서를 잘 골라서 블로그에 없는 여행정보를 보완하는 게 훨씬 좋은 것 같아요.

  • BlogIcon 지식공장 2015.03.10 09:54 신고

    오사카 여행기를 써볼까 했다가 위의 말씀을 보고 시무룩했습니다 (일본에서 산 적이 없거든요^^)

    작년까지 매년 연2회 일때문에 오사카를 다녀왔는데, 이 과정에서 보니까 상당수의 가이드북이 현지에 안 가보고 자료 모아서 글 쓴 티가 나는게 보였습니다. 제일 싸고 맛있고 인기있는 집이라고 해서 가봤는데 바로 맞은편 가게가 더 붐비고 싸다던가...
    답글

    • 어엇..시무룩하실 필요 없어요~!^^오히려 좋은 블로그 여행기나 테마 여행서가 어설픈 가이드북보다 더 낫다는 것이 제 글의 요지인데요.ㅋㅋ 말씀하신 것처럼 가이드북 작가들은 절대 모든 곳을 들어가보지 못합니다. 비용 문제가 제일 크구요. 특히 호텔 정보는 거의 인터넷 & 프레스 자료가 대부분입니다. 오사카 여행기 꼭 연재해 주세욥!!!

  • BlogIcon 채이 2015.03.12 18:20

    전 가이드북에 기후나 환율, 화폐 사진 등이 정리된 부분이 참 좋더라고요 검색하느라 시간낭비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ㅎㅎ 하지만 가이드북으로 여행을 '즐기는'건 무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일반적인 가이드북은 정보모음집? 정보의 나열?같은 느낌이거든요. (뭐.. 여행을 많이 한 사람에게 유용한 것도 아닌게 함정이지만요..;; ^^)
    답글

    • 환율이나 기후는 최신정보가 더 정확해서 꼭 검색으로 확인하는 편인데요. 전압이나 화폐단위같은 대략적인 정보가 가이드북에 정리되어 있어서 편리할 때도 있는 것 같아요.:)

      p.s 모바일로 댓글을 확인해서 몰랐는데, 에어비앤비 모임에서 뵈었던 채이님이시군요!!!ㅋㅋ반갑습니다~^^블로그 주소 바꾸셔서 몰라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