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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여행

잠시 쉬어가는 이야기. 어떤 삶과 여행을 선택하고 싶으세요?

by nonie 2014.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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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a Dream"....@Andaz, Shanghai



2014년 한 해동안, 블로그와 강의, 책 등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메세지는, 결국 딱 하나. '당신의 여행을 하라'. 

여행 직구나 여행기 연재에 앞서, 오늘은 잠시, 그 마음가짐에 대한 잡설을 풀어보려고 한다.


3주간의 아시아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니, 사방천지가 '남의 얘기' 뿐이다. 우리는 잠자는 시간 빼고는 끊임없이 연예계, 정치, 심지어 옆 동료의 사생활까지 시시콜콜한 남의 얘기를 들어야 하는(혹은 자동으로 노출되는) 환경에 놓여있다. 그러다 보니 정작 내 삶이나 원하는 것에 대해 생각할 시간은 많이 잃어버린다. 나 역시 팟캐스트를 들으며 샤워나 양치질을 하는 게 어느새 버릇이 되었는데, 특히 뭔가 생각하고 싶지 않을 때 더 그렇다. 오늘 아침 문득, 스마트폰에서 열심히 흘러나오는 방송을 꺼버리곤, 잠시 멍해졌다. '이렇게 스스로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빼앗는 건 아닐까? 혹은 지금 해결해야 하는 일에 대해 잠시 외면하고 싶은 건 아닐까?'


사실 여행을 직업으로 삼고자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쁜 일상에서 ‘힐링’하고 일상을 탈피하려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두 번째 책을 기획하면서 출판사에게 받은 피드백이다. 이 단정적인 문장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특별히 여행을 직업으로 삼으려는 이가 많다고 주장한 것도 아니지만, 이렇게 데이터 하나 없는 주관적인 의견이 정말 맞는지, 왜 그런지 갑자기 의문이 생겼다. 어쩌면 삶과 여행이 공존하는 (진짜 균형잡힌) 삶의 방식을, 우리 사회는 갖지 못하도록 은연 중에 부추기는 건 아닐까. 만약, '대부분의 사람'이 진짜 퀄리티 높은 삶의 방식이 무엇인지 깨닫고 실행하게 되면, 기존의 권력이나 시스템은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할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시스템은 우리를 가두고, 미디어는 우리를 안심시킨다. 내 취향으로 계획한 여행이 아니라 TV에 소개된 곳을 따라가고, SNS 인증으로 유명 관광지와의 투샷을 증명하는 여행이 어느 새 우리의 '힐링'이자 '휴식'으로 둔갑했다. 획일화된 맛집(허니버터칩 열풍을 보라), 직업관, 나아가 삶의 방식까지도, 한국에서는 개인의 취향을 조종(혹은 통제)당하는 것이 대단히 쉬운 일이다.


시중의 여행서는 이런 시스템에 발맞춰서, 대부분의 사람을 '바쁜 일상에서 탈피하려는 (수동적) 여행자'로 규정짓고 철저하게 그에 맞춰 기획한다. 게다가 가이드북에서 소개하는 기본 스팟은 패키지 상품과 많은 교집합을 이루기 때문에, 자유여행에 자신이 없거나 시간이 없다면 손쉽게 상품 구매로도 이어진다. 결국 가이드북의 내용이 획일화된 여행 정보로 가득해도 여전히 팔리는 건, 내 여행을 패키지 못지 않게 알차게 채워줄 거라는 기대심리다. 물론 아무도 블로그보다도 못한 2~3년 묵은 여행정보(개정판은 속칭 '표지갈이'라고 한다;;)에 자발적으로 여행을 맡기고 싶진 않겠지만, 내 취향이나 정보가 빈약하다면 이게 현실이다. 


소위 선진국의 다양한 도시에서 현지인들과 대화를 나누어 보면, 삶의 방식이 이렇게도 멋지고 다양할 수도 있다는 것에 항상 충격을 받곤 한다. 지금 한국에서 우리 모두가 겪는, '비용 대비 말도 안되는 삶의 질'은 참으로 선택적인 것이구나, 하는 깨달음도 얻는다. 여행이라는 건 내 삶의 유일무일한 한 조각을 차지하는 건데, 왜 꼭 지옥 탈출용으로만 써야 하나? 계속 그렇게 쳇바퀴같은 삶을 되풀이하라고 주입하는 진짜 실체는 무엇인가? 우리의 삶과 여행의 방식을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게 만드는 건 과연 무엇인가.

  

나 스스로도 기존의 시스템에서 겨우 빠져나와 완전히 새로운 삶의 방식에 도전하는 중이고, 물론 크고 작은 고민은 있지만 월급쟁이 시절과는 삶의 만족도를 감히 비교할 수조차 없다. 내년부터는 다른 도시에 가서 살면서 일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갖고 있다. 누구나 이렇게 살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삶의 행복은 스스로 찾아나서야 한다는 깨달음은 충분히 얻었던 2014년이었다. 


우리 자신을 '바쁜 일상에서 탈피하려고 떠나는' 여행자로 너무 쉽게 규정하지 말자. 우리는 더 나은 삶과 여행을 스스로 선택할 권리가 있고 또 그렇게 해야만 한다. 그것이 내가 여행 직구를 소개하는 본질적인 이유이기도 하고, 또 전 세계의 멋진 호텔과 숨겨진 여행지를 찾아서 블로그에 연재하고 강의하는 이유다. 아무리 저렴한 항공권과 멋진 호텔 딜 잡는 방법만 알면 뭐하나. 내가 어떤 여행을 원하는지, 무엇을 보고 싶은지는 정작 제대로 모르는데. 남의 얘기에 귀기울일 시간을 조금만 빼서 우리의 마음 속 소리에 귀 기울여보면 어떨까. 어떤 삶, 어떤 여행을 누리고 싶은지 말이다. 나 역시 오늘은, 2015년의 '삶과 여행'에 대한 계획을 좀더 구체적으로 세우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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